안 올 것 같던 두통 앞에서
아프면 언제나 서럽지만, 요즘 같은 시기에 아프면 여러모로 조심스럽다. 1차적으로 코로나에 대해 생각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조금이라도 아프면, 평소에도 조심하던 부분에서 더 조심할 수밖에 없다. 마스크를 더 단단하게, 사람들과 더 멀리멀리.
머리가 아프다. 왜인지는 알 수 없다. 두통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았기 때문이다. 두통이 없을 줄 알았는데 내게도 두통이 왔다. 두통에 시달려서 타이레놀을 찾던 사람들의 심정을 아는 계기가 될까. 내일이면 낫길 바라면서, 지끈거리는 머리를 쥐어짜서 글을 쓴다.
크게 머리가 아팠던 적이 있다. 그러나 그때는 원인이 명확했다. 당시 좋아하던 레이블의 공연을 갔고, 기린부터 3호선 버터플라이까지 좋아하는 뮤지션들의 공연이 이어졌다. 스피커 옆에 서서 공연을 즐겼는데, 그게 문제였다. 공연이 끝나고 밤이 되어서 집에 왔는데 잠에 들 수 없었다. 공연의 여운 때문에 잠들지 못하는 거면 좋겠으나, 여운을 되새김질할 여유도 없이 아팠다. 결국 눈 뜬 채 발버둥 치다가 아침을 맞이했고, 다음날 MRI를 찍었다. 원인이 비교적 명확했으나 혹시나 하는 마음에 찍었는데, 다행히 머리에는 별 이상이 없었다. 며칠 뒤 나를 괴롭히던 두통은 사라졌다.
이번에는 무엇이 원인일까. 공연은커녕 평소에 노래도 큰 소리로 안 듣는다. 밀린 약속들을 소화하려고 주말에 여러 사람들을 만나느라 진이 빠진 걸까. 어제 오랜만에 꽤 오래 햇빛과 있었기 때문일까. 안과에서 먹은 약에 뭔가 문제가 있나. 쓰고 있는 글이 잘 안 풀려서 일까. 요즘도 별일 없이 지내다가 불쑥 불안감에 요동치기도 하는데, 그것 때문일까. 불안이 마음 대신 머리를 울린다면, 앞으로 나는 만성두통에 시달리게 되는 걸까.
내일도 내게 주어진 일들을 해낼 거다. 회사에 가서 주어진 업무를 하고, 퇴근해서는 글을 쓸 거다. 최근 들어서 비교적 단단하게 보였던 일상들이 불안해서일까. 행복해지면 '내가 행복해도 되나'라고 스스로 묻고 불안해하는 습관 때문일까. 두통의 원인을 찾아 여러 경로를 따라 생각해보아도, 별 소득이 없다. 비유로서 '머리 아프게 하는 일'에 대해 말했는데, 진짜 머리가 아프니 당혹스럽다. 말을 가려서 했어야 했나.
원인을 찾기 전에 낫길 바란다. 내일도 내가 해야 할 일이 있고, 그것을 해내지 못하면 걱정 때문에 머리가 아플 테니까.
*커버 이미지 : 에곤 실레 '죽음과 소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