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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승 Feb 09. 2021

어른답지 못한 습관을 지닌 어른이 되었다

어른이 되기 위해 버려야 할 습관이 있는 걸까

영화 <썸서커>의 소년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손가락을 빤다. 아기처럼 엄지손가락을 빠는데, 딱히 의식해서 그런 것도 아니다. 자연스럽게 엄지손가락이 입으로 간다. 소년은 ADHD 약을 먹기 시작하고, 갑자기 엄청난 집중력을 보인다. 그러나 집중력이 좋아졌다고 해서 자신 앞에 있는 문제들이 모조리 해결되는 건 아니다.


나는 손가락을 언제부터 안 빨게 된 걸까. 초등학생이었을 때는 열심히 손톱을 물어뜯었다. 손톱을 매일 물어뜯으면 손톱을 따로 자를 필요도 없다. 손톱깎이 대신 치아로 손톱을 모조리 물어뜯기 때문이다. 손톱이 없을 때는 손톱 옆의 살을 물어뜯는다. 어느 날 바라본 손은 엉망이었다. 또래 중에 손톱을 물어뜯는 사람이 많았는데, 그들을 바라보며 내 모습이 어떤지 상상할 수 있었다. 선생님부터 부모님까지, 다들 손톱을 물어뜯지 말라고 했기에 손톱을 물어뜯는 습관을 유지할 수 없었다. 해서는 안 된다는 명령이 떨어진 이상 따라야 하니까. 혼나기는 싫었으니까.


이제 더 이상 손톱을 물어뜯지 않는다. 당시에 손톱을 금방 물어뜯는 기억 때문인지, 지금도 조금이라도 손톱이 자라면 손톱깎이로 잘라버린다. 여전히 손톱을 물어뜯는 이들이 주변에 있다. 과거에 어른들이 내게 말했던 것처럼 나도 어느새 '왜 물어뜯을까'라고, 올챙이 시절을 기억 못 하는 개구리의 눈으로 그들을 바라본다. 나도 저렇게 손톱을 물어뜯고 있었을지도 모르면서 말이다.


손톱을 물어뜯는 것의 단점을 말하라면 위생 문제도 있고, 과하게 물어뜯으면 상처가 생길 수도 있다. 그런데 가장 큰 단점이라면 주변의 시선이다. 사실 주변의 시선을 의식 안 한다면, 손톱을 물어뜯는 게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는 일은 아니다. 


손톱을 물어뜯지는 않지만, 여전히 아이였을 때의 습관 중 버리지 못한 것들이 있다. 젓가락질을 제대로 못해서, 지금도 아버지에게 혼난다. 고치는 게 방법이겠지만, 아버지와 밥 먹을 일을 줄이는 선택을 했다. 다리를 떠는 습관은 불가항력이다. 내가 떨고 있는지도 모르는데 떨고 있을 때가 많다. 다리 떨지 말라는 지적을 받으면 의식적으로 다리를 멈춰보는데, 그러면 몸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아이였을 때나 지금이나 산만한 건 여전하다. 왜 다리를 떠냐고 물으면 '정서불안입니다'라고 답할 뿐이다. 


<썸서커>의 치과의사는 다음과 같은 맥락의 말을 한다. 사람들은 문제가 없는 상태를 꿈꾸지만, 문제가 있는 건 당연하고 문제가 없는 걸 꿈꾸는 게 이상한 거라고. 문제는 문제라고 생각하면 문제가 된다. 손가락을 빨고, 손톱을 물어뜯는 게 그렇게까지 큰 문제일까. 어릴 적에는 허용되지만 어른에게는 허용되지 않는 것들이 굉장히 많다. 범죄를 저지르는 것도 아니고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닌데 용인되지 않는 것들.


나는 어른답지 못한 습관을 가진 어른이 되었다. 늘 산만하고, 경박하게 다리를 떨기도 한다. 젓가락질도 제대로 못해서 콩자반을 숟가락으로 먹고, 알약을 한 번에 여러 알 못 먹어서 아침마다 열 개가 넘는 영양제 알약을 먹을 때마다 곤욕이다. 채소를 싫어하고 편식을 당연하게 생각하며, 내게 주어진 일을 뒤늦게 벼락치기하듯 해낼 때도 많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하는 짓을 보면 전혀 어른답지 못하지만, 어디 가나 '어른의 조건'에 위반되는 나의 습관들을 감추기 위해 노력한다. 그럴듯하게 어른 흉내를 내는 건 가능하지만, 흉내는 금방 들키고 만다. 근데 이런 어른답지 못한 습관을 고치면, 그때는 진짜 어른이 되나. 나는 어른의 조건에 얼마나 부합하는 어른으로 자라난 걸까. 



*커버 이미지 : 영화 '썸서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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