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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승 Feb 25. 2018

밤은 좋은 핑계가 되어주니까

김거지 '밤이라 그래'

술을 썩 좋아하지 않는다. 술의 맛도 잘 모르고, 한 잔만 먹어도 붉게 변하는 얼굴까지 술과 친해지긴 힘든 몸을 가지고 있다. 술을 좋아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술이 핑계가 되어주기 때문이다. 누군가 술김에 한 말에 설렜다가 실망하기도, 다음날의 사과가 귀에 들어오지 않을 만큼 큰 상처를 받기도 했으니까.


술 말고 핑계가 되어주는 것이 있다면 '밤'이다. 불가항력으로 어느새 내가 다가오는 시간이라 저항조차 할 수 없는데다가, 저항할 틈도 없이 감성적으로 변해버리기에 더 위협적이다. 술을 마시지 않아도 밤에 취했던 무수한 시간들이 존재한다. 밤을 핑계로 감정을 고백하고 밤을 탓하기도 한다. 


밤이라 그랬다고 밤이라 미안하다고
핑계를 대며 내 맘 한켠 미소 짓는 너를 불러 보내

김거지의 '밤이라 그래'는 밤에 대한 기억들, 그 안에서도 밤이 핑계가 되어줬던 순간들에 대해 말한다. 아침에 보면 찢어버릴 편지임에도, 몇 분만 지나도 눈 뜨고 못 봐줄 문장임에도 적을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명확하게 떠오르는 답이 없어서 '밤이라 그래'라고 대답한다. 


아직까지 밤보다 좋은 핑계를 못 찾은 것 같다. 밤이라 그래, 시덥잖은 감정을 서툴게 말했던 그 이유 말이야.





출처 : https://youtu.be/AjwXNQ9Zot0


거리에 버려진 사람들의 마음
조금은 구겨진 사람들의 표정들
그 앞에 멈춰진 내 발걸음 소리
조금은 무뎌진 내 뺨 속 온기가 말해

밤이라 차갑다고 밤이라 어둡다고
밤에게 말을 걸어 갖가지 핑계를 대고

밤이라 그랬다고 밤이라 미안하다고
핑계를 대며 내 맘 한켠 미소 짓는 너를 불러 보내

밤이라 그래 밤이라 그래
내 맘이 조금 아픈건
밤이라 그래 밤이라 그래
너에게 전화를 건 건

밤이라 차갑다고 밤이라 어둡다고
밤에게 말을 걸어 갖가지 핑계를 대고

밤이라 그랬다고 밤이라 미안하다고
핑계를 대며 내 맘 한켠 미소 짓는 너를 불러 보내

밤이라 그래 밤이라 그래
내 맘이 조금 아픈건
밤이라 그래 밤이라 그래
너에게 전화를 건 건

밤이라 그래 밤이라 그래
내 맘이 조금 아픈건
밤이라 그래 밤이라 그래
너에게 전화를 건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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