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승 Mar 08. 2018

슬픔은 내가 좋아하는 포즈

한희정 '더 이상 슬픔을 노래하지 않으리'

일기에는 슬픈 이야기를 쓰지 않는다. 슬픔을 각종 매체를 통해서 접할 뿐, 스스로 슬픈 감정을 느낀 적은 거의 없다. 누군가 왜 영화와 책을 보냐고 하면 울기 위해서라고 대답할 만큼 슬픔은 내게 작정하고 달려들어야 겨우 닿는 감정이다. 울컥하는 순간에도 그 시작에는 분노가 있지 슬픔은 분노 안에 최솟값으로 존재한다. 내게 분노는 복수로 환원 가능한 에너지라면 슬픔은 휘발해버리는, 생산성이 떨어지는 감정일지도 모른다.


인스타그램에는 슬픔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적는다. 즐겁게 여행을 다녀와서도, 별로 슬프지 않은 영화에 대해 말할 때도 슬픔에 대해서 말한다. 슬픔은 사람들에게 많은 공감을 얻을 수 있다. 공감이라는 말을 쓰고 있지만 공감이라는 개념이 허상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이 사람의 감정을 어떻게 이해하겠는가. 명백히 다르고, 그저 이해하려고 노력할 뿐이다. 공감한다는 말로 타인의 감정도 자신과 비슷할 것이라고 성급하게 일반화하고 그 과정에서 상처를 주는 경우가 오히려 더 많지 않던가.


내가 얼만큼 과감하게 슬픔의 포즈를 취하냐에 따라 인스타그램 속 공감을 정량화할 수 있는 수치인 좋아요와 댓글의 숫자가 달라진다. 허상이라고 생각하는 '공감'을 얻기 위해서 느끼지도 못하는 '슬픔'을 말하고 있으니 얼마나 우스꽝스러운가.


그럼에도 오늘 밤 내게 일기와 인스타그램 중 무엇을 적고 싶은지 묻는다면 당연히 후자다. 공허해도 당장 달콤해지고 싶은 마음은 어쩔 수가 없으니까.


그래서 오늘도 슬픈 포즈로 마무리.


출처 : https://youtu.be/-DPTJaioL9g


oh my friend
차마 할 수 없었던 말들은
닿지 않을 먼 곳에 토닥토닥 잘 묻어 놓았지

oh my friend
정말 하고 싶었던 말들은
찾지 않을 먼 곳에 토닥토닥 잘 숨겨 두었지

내 안에 슬픔만 가득한대도 이제는
더 이상 슬픔을 노래하지 않으리

내 안에 무엇이 가득한대도 이제는
나의 사랑 그대가 내 곁에 없으니

나는 먼 곳으로 가네
나는 먼 곳에 있네

작가의 이전글 좋은 사람인 척 하려고 말을 뭉갰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