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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초록 Oct 22. 2021

1화. 우리에겐 해결사가 필요하다

대국민팀플: 프롤로그

브런치북 9회 응모작

대국민팀플 : 프롤로그

1화. 우리에겐 해결사가 필요하다     



 

분명히, 아주 명징하게

  ‘해결사’라는 전문직이 있는 세상을 상상해본다. 어떨까? 우리 사회에 산적한 여러 문제들을 한 방에 해결해주는 사람들. 오직 변화의 물꼬를 트고 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해내기 위해 존재하는 사람들 말이다. 이를 테면 그들은 우리 시대의 홍길동, 박씨부인, 전우치 쯤 되겠다. 서점들이 ‘이주의 베스트셀러’를 붙여놓듯이 우리 사회가 해야 할 일을 ‘투두리스트’로 만들어 광화문에 이순신 장군님 동상만한 크기로 걸어놓고 각 리스트 옆에는 해결의 열쇠인 최종보스 및 협업이 시급한 기관의 이름을 적는다. 이번 주 내내 투두리스트에 완료 밑줄을 긋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사람들은 그들의 행보에 함께 촉각을 곤두세우며 유투브, 실시간 기사, 완성된 단행본 시리즈로 시시각각 전해지는 활동 현황을 확인한다.

  좀 더 상상해본다. 그들은 국민들로부터 연봉을 받는다. 기본급과 실적제를 병행한다. 이왕이면 고액 연봉자가 많은 직종이길 바란다. 그들의 실적이 높고 고소득이라는 건 그만큼의 프로젝트를 성공시켰다는 뜻이니 이 세상이 딱 그만큼 더 살기 좋아졌다는 얘기다. 시민단체, 국제기구 등에서 일하는 이들은 항상 박봉을 견뎌야 한다는 주지의 사실이 늘 맘에 들지 않았다. 세상을 구하는 이들의 업무 가치가 왜 항상 박하게 평가 받고 보상 받아야 할까? 이 상상 속에서만큼은 정반대의 상황을 가정하고 싶다. 하지만 그 가정 속에서도 확보된 자본은 이해관계가 없고 투명한 재원이어야 한다. 최고의 전개는 국민들이 그들을 고용하고 뜻 있는 모두가 그들을 후원하며 그들의 발자취는 족족 2차 저작물로 가공 되어 그들의 지속 가능한 활동을 돕는 선순환이 이뤄지는 것이다.

  어떤가. 일견 공상에 지나지 않는 듯 보이지만 혹시… 현실에서 구현할 수도 있을까? 그런 팀이 존재할 수 있을까? 만약 가능하다면 우리 사회는 그들과 함께 무엇을 해낼 수 있을까? 그들이 존재할 수 있다면 그들은 결국 우리 중의 하나일 것이다. 나 혹은 당신일 것이다. 우리 중 누군가가 그들이 되어야 한다. 이미 우리 중 누군가는 그들로서 살아가고 있기도 하다. 그들이 곧 우리라면, 우리는 어디까지 꿈꿀 것이며 어디까지 내쳐 달릴 수 있을까. 나는 이 상상을 아주 오래 전부터 품고 살았다. 현실이 되는 모습을 보고야 말겠어, 라고 다짐하기에는 오히려 로또 당첨이 쉬울 것 같기도 해서 망설여지지만 이 사실만큼은 단언할 수 있다. 분명히, 무엇보다 명징하게. 우리에게는 해결사가 필요하다.

  국민 각각은 각자 너무도 다른 사람들이다. 타고난 능력의 종류와 그 재질이 확연히 다르다. 누군가는 밤새 자발적으로 열 개도 넘는 기획안을 머릿속에서 쏟아내고 또 누군가는 엄청난 추진력과 실행력으로 프로젝트의 진전을 이끌기도 한다. 돌아가는 상황을 면밀히 관찰하며 막힌 파이프라인을 적시에 뚫어주는 관리자형 인재도 있다. 이 각자 다른 다양한 능력들을 십분 발휘해 문제 해결을 위한 드림팀을 꾸릴 수 있다면? 상상만 해도 황홀하다. 그에 더해 우리는 살아온 환경도, 배우고 경험한 지식과 현장도 모두 다르다. 품고 있는 생각과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 해결이 시급하다고 생각하는 사안들의 종류, 문제 해결 방법론과 그 깊이, 방향까지도 모두 다를 것이다. 이렇게 다른 개인들이 품은 지식과 사유와 역량 속에 분명 우리가 해결하고 싶은 문제들에 대한 해답이 있을 것이다. 생업에 치이고 있거나, 목소리를 내었지만 바뀌지 않는 현실에 무엇을 더 해야 할지 몰라 방황하다 동력을 잃은 청춘이거나, 시민단체의 일원, 전업 활동가, 기성 정치인이 아닌 이상 세상을 내가 바꿀 수는 없다고 생각하거나. 실은 그런 숱한 개인들 속에 이 사회를 바꿀 해답이 존재할 것이고 이제는 그 지혜와 힘을 끌어내 제대로 쓸 방법을 강구할 때라는 생각으로 이 글을 쓴다.      


윷을 던질 용기

  너무 오래 남에게 맡겨두지 않았나 싶다. 이 세상을 꼭 국회의원이 바꿔야 하나? 대통령이 바꾸어야 하나? 시스템과 제도가 바뀌기 전에는 개인은 무력한가? 우리는 아무 것도 할 수 있는 게 없나? 그 시스템과 제도라는 것이 바뀔 때까지, 힘과 자본을 쥔 쪽에서 은혜를 내려주기 전까지 기다려야만 하나? 그러기에는 내가 보기에 시민은, 우리는 능력이 출중한지 오래다. 문제 해결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 필요한 매체 환경도 이미 무르익었고 이 세상이, 사회가 고질적인 문제를 끌어안고 몇 십 년을 고여 있는 모습을 보고 질려버린 이들의 절망과 갈증도 이미 정점을 쳤다고 본다. 코로나로 인해 자취를 잠시 감추긴 했지만 코로나 이전에 우리 사회에서 가장 많이 보이던 활자는 떠나고 싶은 ‘헬조선’이었으니 말이다.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나는 기꺼이 해결사가 되고 싶다. 세상을 직접 바꾸고 싶다. 이왕이면 제발 빨리. 아마 간절한 이들이, 그 열망을 끌어안고 살아온 이들이 분명 백두부터 한라까지 줄을 서래도 설 것이다. 그들을 만나고 싶고 함께 일하고 싶고 같이 세상이 변하는 모습을 목도하고 싶다.

  해결해야 할 문제를 한데 모으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려고 한다. 이 프로젝트의 시작은 그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 책에서는 그래서 프로젝트의 전체 청사진은 조금씩 개괄만 하겠다. 본 지면은 주로 해결하고픈 문제들을 소개하는 일에 쓸 예정이다. 필자가 해결하고 싶은 문제들로 시작하지만 불특정다수의 독자들, 시민들로부터 제보를 받아 더 긴, 아마 시작은 있되 끝은 없을 그 목록을 받아 적고도 싶다. 여러분은 어떤 세상을 원하는지, 무엇을 해결하고픈 열망을 안고 사는지, 어떻게 해결하고 싶은지, 어떤 방법으로 해결하고자 소원해 왔는지 들려주시면 감사하겠다. 충실히 힘껏 옮겨 적을 테다. 모두의 열망을 두 눈으로 직접 보고 읽고 쓸 수 있다면 진정한 영광일 것이다.

  그리고 여러분의 성원에 힘입어 후속 단행본을 집필할 기회를 가지게 된다면 2편에는 아마도 대국민팀플의 최초 선발대가 될 베타 해결사들이 머리를 맞대고 짜낸 각 프로젝트별 기획 초안과 완성된 투두리스트, 꾸려진 팀의 면면과 각자의 역할, 실행을 위한 타임라인과 프로젝트 성공을 위해 필요한 인재와 물자와 채널과 도움을 상세히 적어 구애할 거다. 1, 2편의 내용을 바탕으로 프로젝트가 가동될 테고 이후의 상황은 시시각각 여러 매체, 여러 채널을 이용해 모두와 공유하게 될 것이고 이후의 단행본 3편에서는 일단의 결과 보고가 있을 예정이다. 실패했으면 왜 실패했는지, 다시 어떤 시도가 필요한지, 우리의 패착은 무엇이었는지, 미래 세대가 다시 이 일을 해결할 수 있도록 단초를 남길 것이고 성공했다면 그 성공의 여정을 기록할 것이다.

  초기 구상이니 만듦새나 편수는 달라질  있겠지만 무사히 3편까지 나올  있다면 이후로는 시리즈 기록물로 안착할  있게 하고 싶다. 심층, 후속보도의 개념으로 단행본 저널리즘을 실현하고 싶다.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체하는 2021년을 살아가고 있지만 그래서 온라인에서는 무엇이든 찾지 못할 정보가 없지만 ‘찾아야한다는 것이  맹점이다. 직접 찾아보지 않아도 대국민팀플의 오늘은 언제나 서점에 있기를 바란다. 손을 뻗으면 바로 만질  있는 물성. 우연한 기회로도 만날  있는 인연. 어린아이도 기술은 익숙지 않아도 사회의 현자인 것은 분명한 어르신들도  접근성에서 차별 받지 않을 전국 모든 서점에 대국민팀플 시리즈가 놓이기를 바란다. 나무에게 미안하지 않을 이야기를 담아내려면 부단히 노력해야겠지만.  의제들이  나라에서만큼은 본질적으로 해결되었다고 모두가 피부로 느낄 때까지 단행본이든 간행물이든 시리즈로  300편까지도 나오도록  프로젝트의 틀을 영구히 이어가는 것이 내가 가진 꿈들 중에 가장 크기가 크고 원대한 것이었다. 모가 나올지 도가 나올지는  도리가 없다. 그저 윷을 던질 뿐이다. 윷을 던지지 않으면 삶은 변하지 않는다. 도를 잡더라도 앞으로  칸은 간다. 우리 같이 앞으로  칸은 일단 가보자.  

   최초에 적어두었던 프로젝트의 이름은 이미 위에서 몇 번 언급한 것처럼 ‘대국민팀플’이다. 벌써 10년은 더 된 생각인데, 적어만 두었다가 이제야 내놓는다. 이제야 용기가 났기 때문이다. “이미 누군가 열심히 현장에서 뛰고 있어. 이런 시도가 정말 필요할까? 나는 아는 것도 없어. 세상일이 생각처럼 쉬우면 벌써 다 해결됐겠지. 안 될 일을 쉽게 생각하는 거 아닐까? 그리고 무엇보다 왜 내가? 내가 뭔데?” 꼬리에 꼬리를 무는 내적 질문과 두려움과 망설임이 있었다. 그런데도 잊을 수가 없었다. 저 다섯 글자를 노트에 휘갈겨 적어놓고서 십 년을 품고 살았다. 특별히 관심을 가지고 있는 우리 사회의 여러 문제들, 그에 관련한 기사들을 매년 팔로업 해오면서 벌써 10년이 훌쩍 지났다. 10년이 지나도 해결되지 않고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똑같은 내용으로 오늘도 이런 문제가 계속되고 있다는 기사를 접한 날 결심했다.

  왜 해결되지 않는지 궁금해 하지 말고 화내지 말고 스트레스 받지 말고 결국 해결할 수 없더라도 시도를 하자. 그 무엇이라도 하자. 혼자서는 할 수 없고 나 혼자서는 우주 먼지보다 작은 존재라 감히 세상 물길의 흐름을 바꿀 수 없을지라도 함께라면 좀 다르지 않을까. 서른 세 해를 살아오며 내내 보았던 우리 모두는 적잖이 대단했다. 이 사회의 문제도 우리 인간이, 대한민국 국민들이 만들었지만 해결도 우리가 하면서 살아오지 않았나. 개별의 능력자도, 정의와 행동력과 문제의식을 가진 이들도 그간 숱하게 보았다. 그러니 아마 할 수 있을 것이다.      


프로젝트: 대국민팀플

  문제를 해결하는 일은 어렵고도 간단하다. 영원히 풀 수 없는 문제도 물론 있겠다. 그러나 인간의 의지와 자본과 약간의 제도 개선만으로 완벽히 해결할 수 있는데 해결하지 않고 있는 문제들이 더 많다. 이해관계, 이기심, 무관심, 방관 같은 것들이 상황과 사람을 좀먹어 그렇다. 영원히 풀 수 없을 것 같은 거대한 문제들이 의외로 인간의 힘으로 해결 가능한 작은 문제들을 층층시하로 딛고 서 있는 경우도 많다. 작은 것들의 실타래를 풀기 시작하면 거대한 것의 매듭 앞에도 어느 날 당도할지 모를 일이다. 아주 사소하더라도, 문제가 있다면 해결하는 것이 미덕이다.

  대학교 학부 시절 나름 유명한 교양수업이 있었다. 아래 학번 때부터 시작된 수업이라 수강해볼 기회는 없었지만 프로젝트 참여형 수업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학내에 존재하는 여러 문제들을 의제화하고 팀별로 각각 하나의 주제를 맡아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 실제로 실천해 학내 구성원들의 삶에 변화를 이끌어내는 방식으로 운영되는 수업이었다. 그 수업 수강생들이 학기 내내 학내 곳곳에 붙이고 다녔던 이런저런 슬로건 종이와 스티커들을 기억한다. 존재감도 영향력도 있었다. 결국 해답을 구하는 것은 구성원들의 몫이고 구성원이 직접 해결에 나설 때 빠르고 효과적인 문제 해결이 가능하겠다는 영감을 그들의 활동에서 최초로 얻었다.

  공무원, 국회의원, 대통령, 전문 연구원, 기자, 시민단체 활동가들. 이런 사람들만 특별히 세상의 문제를 찾고 해결하도록 정해져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이들은 함께 할 뿐이다. 우리와 같이 걸을 뿐이지 그들에게만 맡겨놓는다고 일이 해결될 수는 없다. 그들은 생업으로 하지만 대다수는 이미 다른 생업의 길을 걷는 시민들이다. 생업으로 할 수는 없으니 그간 내고 싶은 목소리를 덜 내었다면, 어떻게 무엇을 통해 참여해야 할지 알 수 없어 망설였다면 좋다. 언젠가 우리의 일이 의미 있는 족적을 남겨 이 일을 생업으로 할 수 있는 인력도 구조도 갖춰지면 좋겠지만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으니 전문직 해결사란 직업은 일단 마음에 품어만 두겠다. (이제 곧 사설탐정도 우리의 직업군 중 하나가 된다는데, 훗날 해결사란 직업이 없으리란 법도 없지요(?) 아니 근데… 제가 쓰는 ‘해결사’는 사전적 의미 중 ‘어떤 특정 분야에서 일 처리가 능숙한 사람’, 믿고 맡길 수 있는 마무리 투수… 이런 거고요. ‘해결하기 어려운 일이나 채무 따위에 관련된 일을 맡아 폭력으로 해결해 주고 돈을 받는 폭력배’ 이거 아니예요 여러분 흑흑. 뭐 이런 어둠의 용어가 다 있답니까…당황해서 존댓말 쓰고 갑니다)

  지금의 우리는 하루치 기여만으로도 충분하다. 단 한 시간의 참여만으로도, 단 한 줄의 아이디어를 적어 보내주는 것만으로도 당신은 이미 세상을 바꾸었을 것이다. 그래서 ‘대국민’팀플이다. 모두 함께 할 테니 생업을 걸고 시간을 모두 저당 잡힐 필요 없다. 그렇게 서로가 서로의 삶과 결국 버리지 못하고 안고 가야 할 이 사회를 구원할 수 있다. 일상을 저해하지 않는 선에서 다 같이 하자. 이왕이면 재미도 있게 했으면 좋겠다. 그런 방법을 나도 더 생각하겠다. 해결사로서의 여러분을 곧 만나게 되겠지. 미리 반갑다. 나를 이 프로젝트의 최초 기획자이자 첫 번째 기록자로 받아주시면 감사하겠다. 그 외에 기여하고픈, 기여할 수 있는 포지션들도 생각해보겠다. 일단은 팀원의 한 사람으로서 나를 어필해보자면 기획하고 계획하는데 가장 흥미가 있다. (진성 엔티제다.) 여러분과 함께 할 아주 작은 우주먼지다. 나의 인사를 받아주길, 화답해주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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