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확천금을 바라는 30대의 슬픈 꿈

내가 꿈꾸는 초록색비가 너무 차갑고 슬프다.

by 서이은
난 일확천금을 꿈꾼다.

나의 삶과 일 모든 걸 통틀어서 1순위로 꿈꾸는 게 일확천금, 바로 로또다. 내 인생은 풍족한 적이 없었다. 끼니를 챙기지 못할 정도의 어려움은 아니지만 친척, 친구들 중 제일 어려운 형편은 우리 집이었다. 어린 떼쟁이 시절을 제외하고, 나의 10대 20대 시절은 가장 바라는 것을 택하는 게 아닌 가성비를 생각한 선택을 주로 해왔다.


그 시절을 돌아보면 마음이 허기져 있는 내가 있다. 내가 돈을 벌어서, 사회적으로 성공을 해서 나의 허기진 마음을 달래 보려고 할 수도 있겠지만 난 아니다. 그 방법은 시간이 꽤나 걸릴게 보이는 길이다. 당장 그 허기를 채워줄 수 있는 꿈, 금과 같은 희망이 필요하다. 일확천금, 로또 1등. 거저먹는 삶을 꿈꾸는 30대로 난 자라 있었다.



KakaoTalk_20250830_125116710.jpg 삶이 퍽퍽할때는 하늘을 봅니다.


직업적 희망, 소망 같은 건 어딘가에 던져둔 퍽퍽한 30대. 그 이전의 나는 어땠었나. 초등학생 시절, 장래희망을 쓰라고 하면 화가 아니면 만화가를 썼었다. 청소년 시기의 나는 꿈이 뭐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초등학생 때는 화가를 꿈꿨었지만 중학교를 올라가면서 그 꿈이 사라졌었다. 초등학교 저학년까지는 미술 학원을 다녔었고 그 후로는 아니여서일까. “나 잘 그려!” 하던 어린이는 서서히 자신보다 잘하는 친구들을 보게 됐고 그 후로 꿈을 접었던 것 같다.


꿈도 희망도 뭣도 없던 칙칙한 청소년기를 보냈었다. 청소년기면 다른 꿈이 생길 법도 하지 않나? 뭔가 하고 싶다거나 되고 싶다는 바람 같은 게 딱히 없던 나지만 하나는 기억난다. 그림 잘 그리는 친구를 부러워했었다. 좋아하는 아이돌 팬아트를 그리는 친구를 유독 부러워했다. 정말 부러워만 했다.



부럽다는 건 결국 나도 하고 싶다는 마음이었을 텐데. 화가를 꿈꿨던 어린이가 왜 그렇게 자신감 없는 소심한 청소년이 된 건지 잘 모르겠다. 내 이야기일지라도 저 시절의 나는 알듯 말 듯 애매하다. 그래도 조금 알 것 같은 부분도 있기는 하다. 난 그림을 그 친구만큼 잘 그리고 싶었을 것이다. 잘하고 싶었지만 그렇게 되지 못할 것 같다고 생각했겠지.


자신에 대한 자신감이 많이 없었기 때문에 미술을 다시 하는 나를 꿈꿔보지도 못했을 것이다. 부러워만 하고 할 생각도 못 하는 나. 청소년기의 나를 돌아보면 안타깝다. 왜 그렇게 자신감이 없었을까. 나는 나를 믿지도 좋아하지도 않았던 것 같다.



그렇게 암울하게만 보이던 나의 삶이 조금 달라진 건 20대 중반부터인듯하다. 자신감은 부족했지만 계속 바래서였을까. 결국 난 20대에 들어오고 나서 미술을 배우러 학원에 갔다. 이때 내 벽을 하나 깬 것 같았다. 성인이 된 후로 혼자 학원을 등록한 것, 못할 것 같았지만 해보고 나니 ‘그래도 할만하구나’라고 직접 느낀 것이 크게 작용한 것 같았다. 이때부터 부럽다고 느끼던 것들을 배우러 다니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자신감을 키우기도 하고 ‘못할 수도 있지’라는 생각을 장착할 수 있게 됐다. 해보고 싶은 게 너무 많아서 순서를 정하는 것도 어려웠다.


난 해봐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라는 걸 그제야 알게 됐다. 내가 잘하는지 못하는지 모르는 미지의 것은 계속 궁금하다. 내가 못하는 분야라는 걸 알게 돼도 기죽거나 속상하지 않다. 오히려 속이 시원하다. 해보지 않아서 모르는 게 답답하지, 알게 되면 아쉬울 것도 답답할 것도 없다.



그렇게 벽을 깬 내가 왜 거저먹는 삶을 바라는 30대로 있는 걸까. 직업적 희망, 소망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난 그림도 그리고 싶고 글도 쓰고 싶은, 만드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다. 하지만 그 이전에 어려운 현실들이 있다. 이렇게 꿈을 꾸기까지 오래 걸린 것은, 나의 자신감 문제도 있었지만 내가 계속 차선책을 선택해 온 것도 있다. ‘페이퍼 플라워’라는 공예를 배운 적이 있다. 원데이 클래스 3번을 듣고 강사를 하기 위해 자격증을 취득하기로 마음먹었었다. 자격증에도 등급이 있었는데 가장 낮은 등급을 선택했었다. 더 윗 등급이 어려울까 봐 안 하는 게 아니다. 비싸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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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것들도 비슷한 일들이 많았다. 너무 비싸서 나중에, 혹은 좀 더 싼 클래스. 들어보고 싶은 건 A 지만 같은 종류니까 더 싼 B를 듣자. 이런 식의 선택이 너무 많았다. 그리고 후회하는 내가 있다. 결국 정말 원하는 건 나중에라도 꼭 했다. 그럴 때마다 좀 더 빨리 시작했으면 좋았을 텐데라고 아쉬워했다. 어차피 나갈 돈, 뒤늦게 더 높은 금액을 지불하고 배우는 내가 좀 슬프다. 물가도 오르고 내 나이도 더 들어 있지 않나. 후회와 아쉬움들이 넘쳐서 더 열심히 살아보자는 마음보단 이제라도 쉽게 가고 싶은 30대의 내가 있다.



결국 난, 부럽거나 해보고 싶거나 하는 생각이 들면 하는 사람이다. 그걸 몰라서 수년을 참고 넘기고 피하면서 살았다. 그 시간들이 아깝다.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도 서툴렀다. 내가 하는 선택에 대한 시행착오가 너무 길었다. 그 시간들을 보상받고 싶은 걸까.

더 이상 차선책을 선택하는 일들을 하고 싶지 않다.


내가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선택을 하고 싶다. ‘나중에 보니 그게 최선의 선택이 아니더라고’라고 말을 할지라도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내 직업과 관련된 꿈은 1순위가 아니다. 앞에 말했듯이 일확천금의 꿈을 이루고 나면 그 후에 직업과 관련된 꿈은 내가 알아서 잘 즐기며 살아갈 테니까. 하고 싶은 거 다 할 수 있다고 신나 하지 않을까? 이것저것 가격을 재보며 따지면서 사는 건 지치고 슬프다.



돈, 돈, 돈. 남미새, 여미새가 아닌 ‘돈에 미친 새끼’라고 나를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내 삶에 돈이라는 부분이 채워지면 나머지도 잘 해결이 될 것만 같아서 어쩔 수가 없다. 내 재능의 꽃봉오리가 아직 피지 않아서 일지, 내 노력이 부족했기 때문인지 정확히는 모르겠다. 다 부족했을 수도 있다. 그래서 아직 허덕이고 가난한 내 마음이 자꾸 꿈을 꾸게 만든다. 주에 한번, 격주에 한 번씩 종이 한 장에 혹시나 하는 기대를 담아본다. ‘아빠보다는 내가 당첨돼야 할 텐데’ 친척들에게 돈이 새어나가지 않기 위해 아빠보단 나라는 소망을 얹어서 쫑알쫑알 혼잣말을 하기도 했었다. 엄마는 나에게 “1등 되고 나서 말해”라고 T스럽게 말을 하지만 뭐 어떤가. 상상도 못 하며 살아가는 인생은 너무 팍팍하다.


하지만 내심 생각한다. 내 본연의 힘이 아닌 행운의 덕을 보고 싶어 하는 이 마음은 조금 슬프다. 나에게 초록색의 돈 비가 내려주길 기대하지만, 사실 내 마음속에 계속 차가운 비가 내리고 있던 것이다. 내가 진작에 잘 풀렸더라면 로또는 어쩌다 한 번 사는 소소한 일이지 않았을까? 내가 제일 바라는 꿈이 참 차갑고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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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퍽퍽한 삶, 어떻게 해쳐나가지.... 고민하면서 올리는 글.

(완성은 작년에 했지만)


차선책을 그만 고르고싶지만,

여전히 저는 차선책을 선택하면서 살고있습니다.

언제 벗어나려나... ㅎㅎㅎㅎ


이번주 로또구입은 못했습니다.

다음주에도 퍽퍽한 삶일 예정이지만 그래도 힘내봅니다.


모두 힙내십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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