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9월, 그 때문에 괴롭습니다

mr. 환, 잠깐만 이리 와봐요

by 서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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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앞에서 무릎을 꿇고 빌었다. 제발 떠나 주면 안 되겠냐고. 하지만 그는 눌러앉은 채 날 보며 비웃을 뿐이었다. 그의 이름은 9월에도 떠나지 않고 있는 ‘여름’이다. 약 올리듯 한국에서 발을 살짝 뗐다가 무거운 엉덩이로 다시 앉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다 변덕을 부려 잠시 자리를 비울 때가 있다. 낮과 밤이 선선해지는 순간이다. 그럴 때면 ‘이제 가는 건가’하는 기대감이 슬며시 차오른다. 가슴이 두근두근, 간질간질-. 여름 제발 가시라고 머리 위에서 빌던 손이 어느새 눈꺼풀 위로 내려가 있다. 양손을 맞대고 빌었는데 지금은 양쪽 눈을 비비고 있다.



간질간질…


아! 가슴이 간질간질한 게 아니라 눈이 간지러웠던 거구나.

아아…. 그래, 드디어 환절기가 왔구나.



“환영합니다. 이제 곧 가을이 오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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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긋 웃으며 환절기에게 말을 건넨다. 그리고 하루도 지나지 않아 내 태도는 바뀐다.








“환장하겠네요”



땀이 약간 줄어드는 지금이 바로 알레르기성 결막염이 다시 도지는 시기다. 나는 매 환절기마다 눈을 비비며 산다. 귀신같이 알아차리는 눈알이 눈치가 너무 없다. 알아서 모른 척 넘어가주면 좋을 텐데. 뻑뻑한 눈에 보이지 않는 투명한 벌레가 기어 다니는 느낌이 지속된다. 눈을 꾹 누르거나 비비면 그 벌레가 죽은 듯 잠시 괜찮아진다.


하지만 그것은 진짜 잠시일 뿐이다. 끝없이 부활하는 벌레는 나를 계속 괴롭힌다. 거기다 난 비염도 가지고 있다. 눈뿐만 아니다. 코에는 슬라임 같은 벌레가 살고 있다. 눈과 코가 세트로 공격당하고 있는 괴로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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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도 올해도 9월 초는 항상 같은 일의 반복이다. 하도 비벼서 귀신같이 새빨개진 눈으로 안과를 방문한다. 진료를 받고 나면 같은 건물에 있는 이비인후과까지 간다.



“비염인가요? 아님 감기인가요?”



몇 년째 비염 때문이라고 생각해서 가면 감기고, 감기라고 생각해서 가면 비염이라고 했다. 이번엔 뭘까 궁금해서 질문을 해봤는데 돌아온 의사 선생님의 말에 머리를 탁 하고 쳤다.



“비염인 사람이 감기에 걸린 거예요~”



그렇군. 그런 거였어. 새로운 깨달음을 얻고 병원투어를 마쳤다. 여름의 축축하고 무거운 공기가 살짝 가벼워져서 좋았는데 눈과 코가 나를 바닥으로 끌고 간다. 후- 어쩌겠나. 힘들어도 버텨야지. 끝이 있는 고통은 버티는 수밖에. 내가 그나마 편하게 지낼 수 있는 계절이 오려면 환절기는 피할 수 없는 존재다.



나는 계절의 인질인 걸까, 아니면 어떤 극의 주인공인 걸까? 나에게 환절기라는 고난이 찾아왔고 그 고난은 무조건 지나간다. 아무리 괴로워도 평생 이어지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도 할 수 있는 반격이 없다는 건 조금 억울하다. 괴로운데 할 수 있는 거라고는 기다리고 약 먹고 버티는 것뿐이라니. 주인공에게 특권 하나만 줬으면 좋겠다. 딱 한 대만 칠 수 있게.



“mr. 환, 잠깐만 이리 와봐요.”







그놈이가고 또 한놈이 왔다... 그놈은 바로 환절기...



환절기에게 제대로 당하고있습니다.

여러분은 괜찮으신가요? 코를 훌쩍이며 안약을 넣고 부지런히 타자를 치고있는 요즘입니다... ㅎㅎ


여러분은 괜찮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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