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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록원 Jan 09. 2019

<아쿠아맨> 왜 사람들은 히어로물에 열광하나.


나는 히어로 영화를 좋아한다. 솔직히 말해서 그냥 액션 오락영화를 좋아하는데 그중에 히어로물을 가장 좋아한다. 마블이나 DC 팬도 아닌 내가 히어로물을 좋아하는 이유는 꽤나 디테일하다.




<범죄-액션-오락>이라는 구조의

한국 액션오락영화


대부분의 액션오락영화는 이런 식이다. (아주 전형적인) 무법자 느낌의 마초스러운 주인공, 섹시한 여자들, 돈과 명예를 보여주는 전형적인 상남자 (분노의 질주가 딱 이거다.) 혹은 누아르, 그런데 한국 누아르에서는 대부분 남성이 주인공이고 그 남성 주인공을 중심으로 폭력, 성(역시 폭력적), 범죄를 중점적으로 보여준다. 누아르를 오락영화라고 단정 짓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최근 한국 영화는 누아르와 액션'오락' 영화의 경계가 애매해졌다.


한국의 '범죄오락액션' 영화들과 <분노의 질주>


위의 영화 중 특히 <청년 경찰>에서 보여주는 범죄는 인간'난자 공장'이었다. 결코 가볍지 않다. 하지만 포스터에는 “올여름, 최고의 오락영화”라고 적혀있다. (심지어 ‘범죄’란 단어도 없다.) 나머지 한국 범죄 액션 영화 포스터에는 공통적으로 ‘범죄 오락 액션’이란 글귀가 등장한다.


최근에는 여성 주인공을 내세운 '범죄'오락액션영화 역시 자주 등장하지만, 역시나 주인공의 성별만 바뀌었을 뿐이다. 왜 대체 오락액션영화에서 액션을 보여주기 위해서 꼭 ‘범죄’와 연결시켜야 하는지, 심지어 ‘액션-범죄’의 연결고리가 ‘액션-범죄-이성의 관심(인기)-돈-명예-간지’까지 연결되는지에 대한 한탄은 잠시 접어두겠다.




아무튼 이런 액션-범죄라는 연결고리의 오락액션영화에 나는 좀 질렸다. 심지어 19세 달고 나오는 한국의 폭력+야한 누아르는 질리는 걸 넘어서 이제는 보기도 힘들다. 범죄 영화는 잔인한 범죄를 보여주면서 밝은 분위기와 완급 조절을 해도, 대놓고 폭력적이어도 둘 다 보기 힘들다. 차라리 영화에서 다루는 범죄까지 영화의 모든 게 가볍던가. (분노의 질주처럼, 시리즈 다 봤다.) 살인, 성폭력 등의 강력범죄를 ‘복합적으로’ 다루는 우리나라의 범죄(오락)액션영화는 대부분 폭력적이다. 그것도 아주 ‘디테일하게’ 폭력적이다. 네이버 영화 <청년 경찰> 페이지에 처음으로 뜨는 리뷰 제목은 이러했다.


“어떻게 이런 소재로 웃을 수가 있죠???”




'범죄'오락액션영화가 아닌

'오락'액션영화, 히어로 영화


그런데 히어로 영화는 액션을 보여주기 위해 ‘현실감 있는’ 범죄를 가져오지 않는다. 히어로 세계관에 등장하는 ‘악’은 현실 어딘가에 일어날 법한 흉악범죄가 아니다. 인간이 아닌 외계 생명체 혹은 돌연변이나 초능력자들에 의한 ‘세계 멸망’이다. 이 얼마나 무지막지하고 비현실적인가. 액션의 당위성과 개연성을 위해 디테일한 범죄를 보여줄 필요도 없다. 빌런들이 저지르는 범죄들도 디테일하게 묘사되지 않는다. 범죄보다도 그들의 ‘악’한 모습을 보여주는 게 더 중요하다. 많은 캐릭터들과 장황한 세계관 설정이 있지만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빌런이든 히어로든 꽤나 평면적이다. 빌런들의 범죄 역시 꽤나 평면적이다.


“난 세상이 싫어. 나를 가로막는 사람들 죽어!

모두 멸망! 끝”


인간과 다른 생명체일 땐 아주 조금 디테일해진다. 위의 문장에 ‘인간’만 넣으면 된다.


“난 인간세상이 싫어. 나를 가로막는 인간들 죽어!

인간 멸망! 끝”


아쿠아맨에 등장하는 두 빌런. 왼쪽은 "인간 싫어!" 오른쪽은 "아쿠아맨 싫어!"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는 다양한 빌런들은 각가지 사연을 가지고 결국 세계 멸망! 을 외치며 세상을 공격하고 히어로들은 정의를 위해 세상을 지키며 액션을 보여준다. 이들의 이야기는 찬란한 볼거리를 제공하기 쉬운 배경이 되며, 이들의 이야기의 단순한 개연성과 비현실성으로 인한 거리감은 히어로 영화의 액션(다른 말로 폭력)에 대한 거부감을 없앤다. 어정쩡한 오락영화가 아니라 대놓고 오락영화인 것이다. 비현실적인, 현실과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게 하는, 성인용 동화책 같달까..


게다가 히어로 영화의 또 다른 매력은, 스토리 전개의 단순한 구조와 다르게 방대한 세계관 설정이 사람들의 팬심을 자극시킨다는 것이다. 여러 시리즈마다 연결되는 세계관을 미리 알고 있을 때 그 세계관과 연결되는 어떤 영화가 나오든 왠지 모를 내적 친밀감을 느끼게 한다. 마블 팬들이 한 영화가 아니라 마블의 모든 영화의 팬인 것처럼, DC 팬들이 DC의 모든 영화를 보는 것처럼. 남들은 모르는 나만 아는 무언가가 있을 때 겪을 수 있는 짜릿함도 느끼게 해 준다. (덕질의 매력인 것 같다.)




'깔끔한 영화', 아쿠아맨


그래서 내가 히어로 영화를 보면서 가장 1순위로 생각하는 것은 바로 이 ‘대중성’과 ‘오락성-볼거리’다. 그리고 아쿠아맨은 이 조건을 잘 충족하는 영화였다. 여느 히어로 영화처럼 아쿠아맨이란 히어로는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세상을 위해 싸운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점은 영화의 성격이 아주 확실하다는 것이다. 어정쩡하게 섬세하고 입체적인 감정을 넣으려 하지도 않았고, 스토리의 디테일함에 힘을 주지도 않았다. 스토리는 적어도 이 전개가 영화를 보는 사람을 영화 밖으로 튕겨내지 않을 정도로만 구성되었다. 섬세한 스토리 전개는 아니지만 개연성을 납득시킬 정도는 하는 스토리다. 그리고 그 전형적인 스토리의 단순함을 다양한 볼거리와 액션들로 채웠다. 그리고 그것이 오히려 이 영화를 깔끔하게 만들었다.


적어도 아쿠아맨은 영화 <베놈>에서 인간 멸망시키려 내려와서 주인공도 끽하면 죽인다더니 갑자기 자기 세계에서 자기가 호구니깐 인간 세계가 맘에 들어졌다면서 주인공을 도와주는 세기의 츤데레 ‘베놈’보다는 개연성이 있다. (아쿠아맨이 탄탄한 개연성을 가졌다는 소리가 아니다.)



사실 히어로 영화가 그 자체로 상업성과 대중성을 의미하는 만큼, 다른 것들까지 제대로 균형 있게 담아내면 더할 나위 없는 완벽한 영화가 되겠지만 그건 쉽지 않다. 내가 봤던 히어로 영화 혹은 상업성을 놓치지 않은 영화 중 다른 요소들의 깊이와 균형과 완성도를 갖춘 작품 중 기억에 남는 것은 ‘놀란’ 감독의 영화 <다크 나이트>와 <인셉션>뿐이다. 그래서 그런지 최근 히어로 영화들은 많은 것을 담으려고 하지 않고 상업성과 대중성에 집중한 영화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문제는 또 너무 반대로 가서 아예 전개가 이해가 안 된다. 웬만하면 납득하는데 튕겨나갈 정도. 그런 점에서 아쿠아맨은 확실하고 전형적인 캐릭터들과 단순하지만 적어도 개연성은 있는 스토리를 가지고 대중성과 상업성을 제대로 잡은 영화다.


놀란 감독은 상업성과 다른 요소까지 담으면서 균형을 잃지 않은 영화를 만들어내는 능력이 탁월하다. 하지만 이런 영화는 만들기 ‘어렵다.’




꽤 신선한 볼거리와 매력 있는 캐릭터


요새 히어로 영화들의 CG 수준은 어떤 한계를 넘어선 것 같다. 심지어 <베놈> 볼 때는 배우들의 연기와 스토리보다도 “와 CG팀의 영혼을 갈아 넣었다.”라는 말이 먼저 떠올랐다.


아쿠아맨 역시 CG팀의 영혼이(?) 느껴진다.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에서 물속에서 숨 참는 아쿠아맨이란 조롱을 받았던 DC는 이번에는 수중촬영 대신에 지상 촬영 후 머리카락과 옷이 물속에 있는 것처럼 CG 작업을 했다고 한다. 수중 세계를 표현한 장면은 하나같이 놀라웠고, 물속 색감과 어우러지는 빛 효과들도 찬란했다. 놀이동산 간 것 같은 시각적 오락거리들이 많았다. 그리고 심해라는 미지의 세계를 몽환적이고 찬란하게 표현해 정말 인상 깊었다. (내가 물속 세계 이런 걸 좋아한다.) '제임스 완'감독의 속도감과 몰입감 둘다를 잡은 액션 장면도 완성도 높다. 이번 영화의 빌런인 ‘블랙 만타’의 약간은 웃기는 (파리머리 같은) 헬멧이 눈에 안보 일정도.


위는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 속 물속 장면, 아래는 <아쿠아맨>의 물속 장면
영화에서 표현한 수중세계의 모습
화려한 액션씬들


우주와 지상이 아닌 수중 세계관이 상대적으로 신선한 만큼 아쿠아맨 캐릭터 또한 신선했는데, 제이슨 모모아가 표현한 아쿠아맨은 전형적인 서구형 미남이 아니다. 아쿠아맨을 <저스티스 리그>에서 처음 보고 생각났던 것은 애니메이션 <모아나>의 ‘마우이’였다. 특히 한국에서 이런 캐릭터는 더 신선하게 다가올 것이다. 조연들의 매력도 만만치 않다. 개봉 후 아쿠아맨 속 '엠버 허드'(메라)의 짤들이 인터넷에서 도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전형적인 히어로 캐릭터의 이미지 '슈퍼맨' <맨 오브 스틸> 스틸샷
제이슨 모모아가 연기한 아쿠아맨과 <모아나>의 마우이 캐릭터





최근 DC의 영화들이 노선을 확실히 그리고 제대로 잡은 것 같아서 좋다. 저스티스 리그는 사실…. 그냥 그랬지만 DC 히어로 영화인 <원더우먼> 역시 대중성과 상업성, 볼거리에 확실하게 치중한 결과 보고 나서 스트레스가 확 풀렸었다. 만족도도 높았다. 이번 아쿠아맨도 보고 나서 딱 든 생각은 깔끔하다! 재밌다! 였다. 생각 없이 영화를 보고 싶을 때 볼만한 재밌는 영화. ‘제대로 된’ 상업영화로 추천한다.



Ps (약 스포) 다 좋은데 지구의 중심에서 아틀라나 여왕의 코스튬은 대체….  롸…?






writer 이맑음

영화에 대한 개인적인 견해입니다.

문화예술플랫폼 '아트인사이트'에 기고한 글입니다.

-아트인사이트원문


자료 참고/이미지 출처

-네이버 포스트 ‘워너브라더스’

-네이버 포스트 ‘맥스무비’

-네이버 포스트 ‘씨네 플레이’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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