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 안에서 바라본 어느 12월의 아침

불어난 눈덩이를 대하는 방법

by 희야


작년 12월, 아니 불과 두 달 전, 나는 꽤나 어두운 나날을 보냈다.

겨울의 이른 아침은 해가 없다. 어두운 아침을 맞이하는 것은 생각보다 고된 일이었다.

겨울은 차갑다. 두 손이 딱딱하게 얼어붙어 시린 통증이 가득 찰 만큼, 겨울은 차갑고 또 차갑다.

나에게 겨울을 지나는 것은, 생사가 오가는 고통을 이겨내는 것과도 같다.


나는 계절의 영향을 많이 탄다. 그 사실을 최근에서야 크게 깨달았다. 추위에 약한 나에게 한겨울의 한파는 너무도 냉혹하고 날카롭다. 감정적으로 예민한

성향을 지닌 나인지라, 햇빛이 적다는 것이 생각보다 큰 영향을 미치더라.

나에게 겨울은, 저 깊숙한 곳에 묻어놨던 나의 어두운 공간을 마주해야 하는 계절인 것이다.


돌이켜보면, 나는 매해 겨울마다 내가 외면했던 내 안의 문제를 맞이하곤 했다. 차일피일 미루다가 한 번에 몰아서 맞닥뜨리게 되는 것이다. 그때그때 똑바로 마주하고 해소하였다면, 그들이 이렇게 눈덩이처럼 불어나지는 않았을 텐데. 힘없이 사르르 녹아버리던 작은 눈송이는, 오랜 시간 동안 자기들끼리 꼭 뭉쳐서 크고 단단해졌다.


겨울이 오면 그 무거운 눈덩이가 나의 몸을 짓누른다. 한 걸음 걷는 것도 힘이 든다. 그 눈덩이를 애써 무시하기도 해보고, 힘으로 이겨내려고도 해봤다. 그러나 그런 대응법은 큰 효과를 주지 못했다. 오히려 내 몸을 더 짓눌리게 했다. 그렇게, 매해 겨울 내내 큰 눈덩이를 이고 나만의 싸움을 이어갔다.

그날도 그랬다. 온종일 눈덩이를 이고 다니느라 축 늘어진 몸을 이끌고 침대에 누웠다. 온몸이 꽁꽁 얼어 눈덩이와 하나가 돼버릴 것만 같았다. 한동안 뒤척이다 나도 모르는 새에 잠이 들었다. 아주 깊이.


얼마나 잤을까, 몸이 축 늘어지는 느낌이 든다.

밤새 얼었던 몸이 사르르 녹아내리다 못해 땀으로 홀딱 젖어있다. 살며시 눈을 떠 본다. 눈이 부시다. 창가에서 따사롭게 내리쬐는 햇살이 방안을 가득 채우고 있다. 그리고 그 앞에 나의 고양이들이 곤히 잠들어 있다.

이상하다. 지금이 몇 월달이더라, 12월의 해가 이렇게나 밝고 따뜻하단 말인가.


몸이 한결 가볍다. 거북이 등껍질처럼 몸에 붙어있던 눈덩이의 무게가 느껴지지 않는다. 한동안 창밖을 바라봤다. 혹시 네가 내 눈덩이를 녹여버린 거니?

거대한 힘도, 뜨거운 불덩이도 필요 없었다.

그저 적당히 따스한 온도의 햇살이, 차갑고 딱딱하게 얼어버린 큰 눈덩이를 사르르 녹여낸다.

아, 따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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