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빛 바다, 그곳에서 마주한 완벽한 생명체
내가 첫 숨을 들이마신 지도 어언 이십 년쯤 지났을 때다.
저 높은 곳, 그 어딘가에서 날카롭게 반짝이는 빛을 담은 조각들이 무수히 쏟아져 내린다.
한 조각이 물낯에 맞닿은 순간, 푸르고 푸르던 나의 바다가 황금빛으로 촤르르 번져 들어간다. 잔잔했던 물결은 큰 너울이 되어 요동친다. 그 속도가 너무 빨라, '이 바다가 언젠가 고요했던 적이 있었나-' 하며 그렇게, 금세 나의 바다를 망각하게 되어버렸다.
고즈넉한 물결을 품고 있던 바다는 어느새 극렬히 요동치는 황금빛 조각들로 물들었다. 위로, 그리고 아래로, 큰 곡선을 그리며 넘실대는 너울 사이로 수백 개의 물방울이 마구 떠오르고 있다. 이윽고 물낯에 먼저 도착한 물방울이 톡-하고 터지고, 그 안에서 노란 줄무늬를 가진 작은 물고기가 팔딱거리며 물 위로 튀어 오른다. 그 뒤를 따라 바다를 뒤덮은 수많은 물방울이 계속해서 터지고 튀어 오르기를 반복했다. 그리고 제일 마지막에 가장 크고 무거운, 가장 투명하게 빛나는 물방울 하나가 펑-하는 굉음을 울리며 폭발했다.
그때 처음으로 보게 되었다. 내가 태어나서 본 중 가장 완벽한 생명체를.
그것은 다른 물고기들과 달랐다. 그것이 움직이면 바다 전체에 큰 파동이 일고, 다시 그것이 바다 위로 힘차게 뛰어오르는 순간, 온 세상이 마비되었다. 그러곤 다시 바다 아래로 풍덩- 뛰어내리고, 그 움직임을 따라 파도가 쉬이 휩쓸려갔다. 그것은 심히 거대하여 늘 그림자를 달고 다녔다. 그것이 지나간 자리엔 언제나 그만의 고유한 흔적이 남아 있는 것이다. 반짝이는 별빛을 맞으며 광활한 바닷속을 헤엄치는 역동적인 움직임, 나는 그 생명력에 완전히 압도당해 버렸다.
그때 결심했다.
이 바다에서 가장 완벽한 생명체,
'고래'가 되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