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좋아하는 것 09

9. 밴드

by Defie

기약없던 휴가의 시작, 워킹맘과 전업맘의 경계에서 이도저도 못하던 시간이 지나고 다시 워킹맘 라이프가 시작되면서 아이와 있을 시간이 줄어들었다. 아이에게도 유행이 있어 한동안 뽀로로만 실컷 보다가도 다시 한동안은 다른 애니메이션에 빠져드는 터라, 아이가 좋아하는 것이 이거다! 라고 정리할 때 쯤에는 아이는 다른 걸 좋아하는 딜레마에 봉착하게되고 만다.

그간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을것 같은 '그간 글을 쓰지 못했던 이유'를 주절주절 써놓고 있는 중.


각설하고,

호기심이 많아 새로운 것이 있다면 직접 만지고, 먹어보고, 올라가 보기를 좋아하는 아이는, 모르는 사이 어느새엔가 손이나 발에 상처가 나있을 때가 많다. 작년까지만해도 조금 피가 나거나 상처가 나 있을때 어찌나 아플까 호들갑을 떨면서 후시딘을 바르고, 밴드를 붙여주곤 했었는데 성인의 몇배로 쑥쑥 크는 아이인만큼 상처의 회복력이나 재생능력이 월등히 빠르다는 걸 깨닫게 된 다음에는 아이의 작은 상처에도 허둥대지 않고 아이를 다독거리는 여유정도는 가질 수 있게 되었다.


후시딘을 바르고, 그 위에 붙여주는 밴드- 처음에는 아이가 약 바른 부위를 건드리지 않게 하기 위해서 붙여주던게 집에서 그냥 굴러다니던 대일밴드같은 밴드였는데, 아이가 쓰는 밴드이다보니 자연스럽게 아이가 좋아하는 캐릭터가 추가된 제품을 사게 되었다. 다행히 지금까지 깁스를 하거나 입원할 만큼 크게 아픈적이 없기때문에 아이의 모든 '불편함'혹은 '상처'는 후시딘과 밴드 하나만으로 해결되는 꽤나 평화로운 일상을 감사하면서 지내야 하는 지도 모르겠다.


바로 이런 밴드다!!


예전 콧속에 들어있던 검은 콩을 빼기 위해서 링겔 주사기를 꼽고 수면마취 했던 기억, 뚝배기에 손을 데여서 한전병원에서 4일간 화상치료를 하고 붕대를 감았던 기억, 그리고 바로 몇개월 전 여름인 주제에 감기가 폐렴 직전까지 가서 하루종일 앓았던기억은 아이의 머릿속에서 참으로 신기하게도 사라진듯- 아이는 어딘가 아플 때에 아주 당연하게 밴드를 달라고 외친다.


신나게 뛰어놀 만큼 집이 넓지 않아서일까, 테이블에도 식탁위에도 어떤 물건이든 위에 올라서길 좋아하는 아이가, 움직이는 카트 위에 올라섰다가 넘어졌을 때에도, 모기에 물린 자국을 긁어대다가 붉게 부어올랐을 때에도, 장난치다가 머리꿍해서 혹이 났을 때에도 아이는 "엄마 아파~~~ 밴드~~T^T"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붙는다. 뽀로로 밴드라서 그런것인지 아니면 밴드를 붙이면 조금 특별한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가끔은 심하게 아프지 않아도 굳이 '아프다'는 이유를 대면서 밴드를 붙여주기를 종용한다.


아프지 않지만 붙이면 더 아프지 않게 된다


아이의 밴드사랑은 자신에게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뽀로로 스티커를 잘못 떼어내서 포비의 몸이 반토막 났을 때에도 아이는 한사코 '밴드'를 포비 몸에 붙여달라고 했었고, 장난으로 던진 공에 얼굴을 맞아 "아이고 엄마아파~"하면서 얼굴을 쥐고 있을 때에도 기다렸다는 듯이 냉큼 밴드를 가져왔었다. 확실히 물어볼 수는 없지만 아이에게 밴드란 '세상의 모든 것들을 금세 낫게하는 굉장하고 귀여운 뽀로로 친구들' 일 지도 모르겠다.


아이의 그런 마음을 알기에, 아이가 풀이 죽어있거나 기분이 상해있을 때 아이에게 조금 더 좋은 기분을, 긍정적인 마음을 북돋워 주기 위해서 아이를 꼭 안아준 다음 밴드를 하나 붙여준다. 지금 엄마가 붙여주는 뽀로로밴드가 아이에게 곁에 누군가가 자신을 계속 돌보아준다는 든든함과, 건강한 자신에 대한 자존감을 높여주고 있는 것처럼, 나 자신 또한 아이가 커가면서 겪을 어떤 어려움도 거뜬히 이겨낼 수 있는 든든한 엄마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단 밴드 활용시에 두가지만 기억하자.


1. 너무 오래 붙여두면 아이 살이 짓무를 수 있으니 아이가 알아채지 못하게, 자는 동안 재빨리 떼어내도록한다

2. 손가락에는 가급적 붙이지 말자. 아이가 잘때 무심코 눈을 비비는데 그때 밴드가 눈가에 상처를 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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