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어린이집
모두가 기다렸던 10월 대한민국의 모든 직장인을 설레게 했던 약 10일간의 연휴,
아이를 둔 엄마 아빠에게는 명절 양가 인사외에 아이와 '뭘 해야하나' 고민이 참 많이 생겼던 날들이었다.
끝날것 같지 않았던 연휴가 다 지나고 10월 10일, 다시 '일상으로의 복귀'
드디어 아이보는 것 외에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생기는 구나... 기뻐하는 엄마보다
더욱 기뻐했던건 바로 딸아이였다.
긴연휴동안 조금 늦게 자고, 조금 늦게 일어나는 것이 익숙해지긴 했지만
아이는 아침을 적당히 먹고, 9시에 씩씩하게 집밖으로 나섰고, 걸어서 10분이 채 안걸리는 어린이집까지
뒤도 안돌아보고 한달음에 열심히 뛰어갔다.
워킹맘에게 아이가 어린이집을 좋아한다는 것은 정말 감사한 일 중의 하나다.
아이는 6개월까지는 엄마와 함께 있었고, 이후 돌까지는 외할머니가 출퇴근으로 돌봐주셨고,
이후에는 어린이집에서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기 시작했다. 그것이 벌써 2년차!
어린이집에 들어갈때 아이가 잘 적응할 수 있을까 걱정이 많았었는데, 첫 등교일 우려와는 정반대로, 낯선 장소임에는 아랑곳않고 '놀 수 있는 장난감이 많다'는 것에 환호하고 있었다.
더군다나 1월생인 아이는 10여명의 반 친구들 중에서 자기'의지'로 자유롭게 걸어다닐 수 있는 3명 중 하나였기에 가지고 싶은 것들은 누구보다 빨리 가져갈 수 있어서 더욱 신이났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워낙 이곳 저곳에서 사건사고가 많아서 아이 등원할때 '보이스 레코더'를 몰래 하나 넣어놓을까 생각했던 적도 있었다. 그렇지만 다행히 아이는 첫날과 마찬가지로 둘째날도, 셋째날도 어린이집에 가는 것에 큰 거부감을 가지지 않았었고 집에 돌아와서도 큰 탈없이 잘 지내는 것으로 엄마를 안심시켰다.
언젠가 한 번, 바쁜 엄마때문에 매일 어린이집에 가는 아이가 안쓰러워, 하루 휴가를 내고 집에 함께 있었던 적이 있었다. 특별히 놀거리를 생각하지 않고 그저 아이와 지낼 요량으로 느긋하게 오전시간을 시작했는데, 아이가 어쩐지 재미가 없어보이던거다... 그래서 아이를 데리고 근처 놀이터에 갔었는데, 마침 놀이터옆에 위치한 어린이집 아이들이 우르르 나와서 놀고있었다. 아이는 엄마가 옆에 있음에도 아랑곳않고 자기 또래의 그 친구들과 어떻게든 어울려보고 싶어했다. 미끄럼틀도, 그네도 다 소용없이 그저 친구들과 놀고싶어하는 모습이 엄마 눈에는 한없이 안쓰러워서 단숨에 문구점에 달려가 아이가 좋아하는 비눗방울을 사다 건네주었다. 그렇지만 아이는 그 비눗방울을 들고도 한참동안 그 친구들 옆을 떠나지 못했다. 그때 깨달았던 건 부모와 함께 '그냥' 있는 것 보다는 좋아하는 장난감과 친구들, 선생님과 함께 있는 것이 더 행복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었다.
아직 먼 곳으로의 야외활동도 없고, 생일파티나 행사때도 어린이집에서 알아서 챙겨주시기 때문에 신경써야 하는 부분이 많지는 않다. 스승의 날이라고 선물을 보낸 적도 없고 따로 전화를 하거나 하지도 않는다. 그나마 제일 열심히 '성의'를 보이는 부분은 바로 알림장, 전날 야근을 했더라도 아침이 너무 바쁘더라도 알림장은 꼭 빼놓지 않고 쓴다. 아이의 아침 상태와 엄마의 궁금증 고민을 10줄 이내로 써보내면, 선생님께서 아이의 그날의 생활과 고민에 대한 답을 함께 넣어주신다. 굳이 얼굴을 보고 이야기를 나누지 않아도 선생님이 내 아이에대해 신경써주고 계시다는 건 알림장 하나로 알 수 있는 것 같다.
아이들이 번갈아 감기에 걸리는 터라 감기에 잘 걸리고, 다 내마음 같지 않아서 선생님들께 조금은 서운할 때도 있지만 아이가 한달음에 달려갈 만큼 좋아하는 곳이라면 언제까지고 믿을 수 있을 곳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만난 좋은 선생님들이 대한민국의 모든 어린이집 선생님들의 평균이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