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목욕
"집에 가서 목욕할까?"
놀이터에서 열심히 뛰어놀고 난 후 아이를 집으로 향하게 하는 마법같은 주문.
아이는 엄마 손을 꼭 잡고 집쪽으로 발길을 돌린다.
아이는 물로 하는 장난을 너무도 좋아한다.
식탁위 물방울을 손가락으로 문질러대기도하고, 빗물 웅덩이에도 뛰어드는 아이이니, 엄마가 '용인'해주는 가장 합법적인 물놀이를 마다하지 않을 이유가 없을 것이다.
"다녀왔습니다"
아이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욕실로 한달음에 뛰어간다.
나는 아이 욕조를 수세미로 간단히 닦아내고 따뜻한 물을 받으면서,
아이의 옷을 하나씩 벗겨준다.
물이 채 다 받아지기도 전에 아이는 욕조 안에 자리를 잡는다.
욕조의 반 정도 물이 채워지면, 일단은 목욕준비 끝!
아이가 물장난을 조금 할 수 있게 소꿉놀이용 플라스틱 물병과 냄비, 그리고 물위를 헤엄쳐가는 거북이 장난감을 하나 넣어준다.
아이의 혼자서도 재미있는 물놀이 시작!
욕조에 앉은 아이가 플라스틱 컵에 물을 담아서 이리저리 뿌리고 노는동안
욕실 문을 열어둔채로, 아이 어린이집 가방 속 도시락통을 꺼내서 설거지통에 담궈두면
5분 정도 엄마의 휴식시간이 생긴다.
아이는 거실에 앉아 있는 엄마를 가끔 쳐다보면서 "엄마 나 목욕해요~" 라는 말을 연신해댄다.
스스로가 자랑스러운 기분인건지 목욕이 좋은것인지, 둘 다 인지는 잘 모르겠다.
10여분 정도 놀고나면, 엄마가 원하는 진짜 목욕의 시간
아이의 머리위에 귀엽게 자리잡은 머리끈과 핀들을 하나하나 빼내고 샴푸질부터 시작한다.
작년까지는 욕조에 몸을 담그기 전에 아이를 뒤집어서 한 손으로 안아들고 머리부터 감겼었는데,
이제는 아이도 몸무게가 꽤 나가서 쉽지가 않다. 샴푸모자도 사봤지만 실패-
머리카락에서 보송보송올라오는 샴푸거품들을 모아서 아이의 플라스틱 소꿉장난 그릇에 "아이스크림이야~"라고 말하고 담아준다. 뽀로로에서 에디가 알려준 '아이스크림'
단 것은 조금 나중에 먹이고 싶어하는 엄마욕심에 아직 제대로 아이스크림을 먹어보지 못한 아이는
그저 보송보송 거품 아이스크림만으로도 신나한다.
머리에 샴푸거품이 가득 피어오르고나면, 노랗고 동그란 스폰지에 바디용품을 두 방을 떨어뜨려 거품을 내고
아이의 전신을 닦아낸다. 발가락을 하나하나 짚어 피아노같이 눌러주면 아이는 꺄르르 웃음을 터뜨린다.
특히나 엉덩이와 배를 문질러주면 기분이 좋은지 더욱 높이 배를 내밀기도 한다.
그 외중에도 소꿉놀이 냄비에 물을 담아 사방에 뿌리는 놀이는 여전히 계속된다.
조리원을 나온 후부터 먹이고, 재우고, 옷을 입히고...는 어떻게 혼자서 할 수 있었는데,
아이아빠나 친정엄마, 누군가가 도와주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유일한 것이 바로 아이 목욕시키기였다.
가만히 있어도 어디가 아플까, 어디가 안좋을까 전전긍긍하던 초보엄마에겐
머리도 못가누는 아이가 혹시나 실수라도 해서 물을 먹지 않을까, 그래서 잘못되기라도 한다면!! 라는 생각에 시도해 볼 엄두가 나지 않았었다. 어린 아이의 육아에서 실수는 치명적일 수있으니까-
이제 33개월이 훌쩍 넘은 아이는 머리를 못 가누기는 커녕, 목욕을 도와주는 엄마에게 장난으로 물을 끼얹는 아이가 되었다.
머리를 조금 뒤로 젖혀서 샤워기로 거품을 헹궈주고, 몸에 있는 비누거품도 같이 닦아낸뒤
깨끗하고 따뜻한 물을 담은 작은 대야에 아이를 다시 한번 담궈준다.
목욕은 끝나가는데 아이는 나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럴 때 필요한 건 바로 '아이패드!'
"자 이제 아이패드 보러갈까?" 라는 말에 아이는 자신의 놀이 노선을 바꾸고 목욕 마무리에 순응한다.
샤워기로 몸을 한번 더 깨끗이 헹궈낸뒤, 아이 전용 목욕타월로 아이를 감싸안고 거실로 나온다.
바디로션, 기저귀, 햇볕냄새가 나는 깨끗한 아이의 새 옷
그리고 아이가 좋아하는 귀파개가 끝나고나면 아직 다 마르지 않은 머리를 수건으로 감싼 아이의
아이패드 타임-
즐거운 목욕 종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