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니모를 찾아서
"학교가는 날~ 학교가는 날~ 아빠 일어나 학교가는 날이야~"
"아니~ 아빠 말고 나~! 학교 가는 날~ 학교가는 날~"
잠에서 깬 아이가 뜬금없이 신나게 외쳐대는 말,
별로 놀랄 것도 없다.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니모를 찾아서'의 니모 대사를 장면을 따라한 것 뿐이니까.
'오늘은 아이가 기분이 좋구나~'라는 짐작이 함께 더해진다.
아이를 낳고 약 6개월 뒤 회사 복귀. 주말 외에 여유롭게 누릴 시간이 많지 않은 맞벌이 부모와 아이의 저녁시간- 짧은 시간동안 저녁을 먹고, 아이와 놀아주면서 밀린 집안일 등의 잡다한 일들이 함께 이루어져야 하는터라 자연스럽게 빈 공백의 시간에 아이에겐 유튜브 만화나 동영상이 주어졌다. 그리고 지금은 아이패드, 휴대폰의 유튜브 채널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Digital Native, 디지털 꼬맹이가 되었다.
중독성이 있고 악영향을 끼친다고 하지만 엄마아빠도 휴식시간이 조금을 필요하고 아이는 유튜브 영상을 통해서 색 이름을 외웠고, 10까지 숫자도 셀수 있게 되었으니까 그렇게 '나쁜 시간'만은 아니지 않을까 스스로 위로하고 있다.
아이는 뽀로로, 타요, 콩순이, booba, 라바, 등을 거쳐 지금은 헬로 카봇, 스폰지밥 등까지 섭렵하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니모를 찾아서'를 제일 좋아한다.
'니모를 찾아서'를 처음 보여줬던게 약 1년 전쯤이던가? 몇 번이나 봤는지 제대로 세 본 적은 없지만 우리말 더빙의 거의 모든 대사가 다 내 머릿속에 들어와 있는 걸 보니 한 50번은 더 보지 않았을까?
부모의 취향은 자연스럽게 아이에게 반영되지만, 이와는 반대로 아이의 성장단계에 따라 그 전까지는 듣도보도 못한 것들을 접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참 유명한 애니메이션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인 취향과는 달라 관심도 없었는데, 아이가 물고기, 동물에 관심을 둘 시기가 되니 아이가 좋아할 만한 것들을 이것저것 찾아서 보여주게 되었고 그 중 하나가 바로 '니모를 찾아서'였다.
아이에게 애니메이션을 보여주고 밀린 집안일을 할 때가 좀 더 많긴 하지만, 아이 옆에서 무심코 같이 볼 때가 있는데 '니모를 찾아서'는 총천연색 바닷속 다채로운 물고기들이 가득 등장해서 흡사 수족관을 보는듯한 감흥을 느끼게 해줄 뿐 아니라, 탄탄한 스토리와 재미요소로 어른인 나까지 몰입하게 만들었다. 더군다나 아무리 띄엄띄엄 봤다고는 해도 50번도 넘게 본 애니메이션인터라, 자연스럽게 영화의 내용, 철학, 디테일등에 대해 캐치하는 경지에 까지 이르렀다.
잠수부에게 잡혀간 소중하고도 유일한 아이 '니모'를 찾아나서는 아버지의 모험을 그린 내용이지만, 여러번 곱씹어보다보니 그냥 아이용 에니메이션으로 취급하기엔 많은 것들을 담고 있는 영화였다.
아내와 아이들을 몽땅 침입자에게 잃고 구사일생으로 남겨진 아들'니모'하나와 살고 있는 광대물고기 아빠 말린의 과잉보호와 그에 대해 반항하면서도 아빠의 가르침이 머릿속에 박혀있어 아직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던 니모- 영화는 니모의 성장일기이자, 니모 아빠 멀린의 트라우마 치유기이기도 하다.
니모는 어항속 다른 물고기들과 멘토?라고 말할 수 있는 물고기를 만나 '기대'를 받으면서 성장하고
아빠 말린은 니모를 찾으러 먼 여정 속 다양한 위험을 겪어나가면서 '무한긍정주의자' 도리, 자유로운 교육관을 가진 '거북이'등을 만나면서 트라우마를 극복함과 동시에 육아에 대한 새로운 '교훈'을 얻게 된다.
부모의 역할은 아이에게 '아무일도 안 생기지 않도록' 보호하는 1차원적인 역할만을 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스스로 성장할 수 있게끔 '자유, 도전'을 일깨워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 둘을 성장시키게 하는 가장 큰 원동력은 바로 '아들을 찾고 싶은 마음' '아빠에게 되돌아 가고 싶은 마음'이 담긴 가족사랑이다.
이전의 나였다면 해피엔딩이 뻔한 디즈니 에니메이션이라 싱겁다고 생각했겠지만, 아이를 찾는 부모의 마음으로 이야기를 쭉 따라왔기에 해피엔딩이 당연하고, 해피엔딩에 기분이 좋아지게 되는 영화다.
아이를 키우면서, 내 부모가 나를 얼마나 힘들게, 마음 졸이면서 키웠을지 아주 조금이나마 짐작이 될 때가 있다. 나 자신을 제대로 건사하고 있는지도 문득문득 의문이 드는데 투명한 유리병같이 소중하면서도 무언가를 제대로 채워줘야할 아이를 좀 더 잘 키우려고 얼마나 고민을 하고 애썼을까? 완벽한 부모노릇까지는 영원히 할 수 없다고 느끼지만 하나 깨달은 건 한 생명을 '인간'으로 키워나가는 사람이라면 아이에 앞서 먼저 어느 정도 자신의 트라우마를 인지하고 넘어서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세상을 똑바로 바라볼 수 없고 그 왜곡으로 인해 아이에게 온전하고, 올바른 사고방식을 전달하는 것이 불가능하니까.
아이의 마음을 키우려면 부모의 마음부터 먼저 크고 넓고 올바르게 자라있어야 하는데, 과연 나는 지금 어떤 부모일까? 머릿속에서 생각하는 것 만큼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일까? 문득 고민이 든다.
'니모를 찾아서'를 1년 동안 봐왔던 아이도 그새 부쩍 자랐다.
처음에는 그냥 바닷속 '물고기'가 나온다는 것 만으로 신나하고 이야기 전개에 관해서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더니, 그 다음 '무섭다'는 개념에 대해 알고 난 다음에는 쫓기고, 도망치는 위험한 장면을 피하려고 했었다.
지금은 이야기 전개에 따라 "니모가 없어졌어!" "상어가 나타났어!"등을 엄마에게 일일이 이야기해준다. "니모가 슬퍼..." 라고 말하는 것을 보면 니모와 니모 아빠가 느끼는 감정에 대해 조금은 이해하게 된 것 같다.
앞으로 언제까지 '니모를 찾아서'를 보게될지는 모르겠지만 니모가 느꼈던 니모 아빠의 '사랑'을 내 아이도 엄마, 아빠에게서 가슴 깊이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