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1.좋은 날
여기까지라면 아침의 서서온 기억은 그냥 아침의 에피소드로 끝날 수 있었을텐데...
퇴근무렵
2개월간 쭈욱 쭈욱 떨어져서 나를 애먹게 했던 주식이 오늘은 왜 올라있지?
아이에게 줘야할 인쇄물은 왜 젖어있는거지?
그리고 퇴근시간이 넘어서 왜 그룹장님은 내게 면담을 하자고 하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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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쾌한 세개의 경험을 다 들고, 집으로 향했다.
다행히 현진건의 '운수좋은 날'처럼 집에 아픈 아내가 있는것은 아니어서
아이는 반가운 얼굴로 달려와 안겼고
퇴근할 때 시킨 족발이 식탁위에 정갈하게 배치되어있었다.
다이어트-0- 때문에 저녁을 안먹기로 했지만
오늘은 그럴 수 없지.
엄마와 막걸리를 한잔씩 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있었던 안 좋았던 일들은 그냥 머리속 깊숙히 넣어두고
아무일도 없던것처럼, 그렇게..
물이 뭍어서 조금 쭈글쭈글해지긴 했지만 아이는 엄마의 '아이응원 인쇄물'을 보고
특유의 '좋아서 어쩔줄 모르지만 티는 내고 싶지 않아' 포즈를 보여주었다.
족발을 맛있게 드시는 엄마와
뭐가 신나는지 춤을 추고 있는 아이...
이 정도면 '운수 좋은 날'이라고 해도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