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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fie Mar 17. 2022

아이가 학교에 간다

015. 방심은 금물

자가격리 해제 이틀째

아이는 신나게 남편과 등원을 했고,

나는 아이 등원과 출근사이 30분 동안 집정리를 하고 조금 쉬었다.


병원에서 처방해준 꽤 센 약을 먹었음에도 목이 아직도 잘 돌아가지 않아

아이를 데리러 가기 전에 한 번 더 물리치료를 받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제 한 번 해봤으니 어느정도 시간텀은 알게된 셈


점심시간 조금 일찍나가, 물리치료를 얼른 받고, 아이 학교까지 걸리는 10분여의 시간 와중에

반찬가게에 들러 반찬을 두어개 샀다. 확진내내 골골거리며 일했고, 약 기운에 자고, 다시 일하고, 

있던 반찬은 자꾸 줄어드는데, 도무지 반찬만들 시간은 없으니 사는 수 밖에-

눈에 보이는 가장 만만한 나물반찬을 집어들어 계산을 하고 학교로 향했다.


아이 픽업완료, 정글짐에서 놀고 싶어하는 아이를 다독여 집으로 왔다.

어제 넘어진 무릎에 상처약을 다시 발라주고, 아이는 거실에서 TV를 나는 업무를 하던 중

제대로 사고를 하나 쳐버리고 말았다.

실수이지만 하지 말았어야 할 업무적인 실수...

누구탓도 할 수 없는 실수에 그간의 노력과 애씀이 한순간에 무너져내리는 것이 눈 앞에 보였다.


팀원들에게도 상사에게도 괜찮다, 위로를 받았으나

내가 나를 용납할수가 없어, 자꾸만 자꾸만 어딘가로 숨고만 싶어졌다.


해야할 일은 많지만 멘탈이 나간상태라 일단 종료-

방심했던 부분이 어디였는지 하나하나 곱씹으면서 머릿속에서 상황을 계속 플레이했다.

아니 플레이 되었다고 하는 편이 적합할 것이다.


주워담을 수는 없는 상태, 일단 후 처리라도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은 다 했으니

이제 할 수 있는 건

최악의 상황과 결과를 예상하고 가늠하고 어떻게 되든 의연히 받아들이자 마음을 먹었다.


가뜩이나 이 일을 지속해야 할까 고민을 하고 있는 시점에서

실수든, 의도야 어떻든 이렇게 정리되는게 오히려 낫지 않은가 싶다가도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그동안 애써온 내가, 나를 혼냈다.


아픈데도 일을 하고 있어서, 하기 싫은 일이지만 그래도 책임을 져야하니 억지로 하고 있어서,

누군가를 향한 미움들이 모두 모아 그 실수를 만들어낸것일지도 모르지.

방심은 금물이라는 걸 잠깐 잊어버렸던 것 같다.


그래도 할 건 해야지-밥을 챙겨먹이고, 아이 동화책을 읽어준 후 함께 누웠다.

일단 자자, 내일 다시 생각하자. 그렇게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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