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교길에 아이는 학교가는 것이 너무 신나는지 끊임없이 노래를 부르면서 학교로 향하고, 학교 대문 앞에서 쏜살같이 사라진다. 여기에 하교때부터 집에 올 때가지, - 아니 집에 와서도 재잘재잘 선생님 이야기와 아이들 이야기를 쉴 새없이 내게 알려준다.
오늘은 반 아이들이 너무 떠들어서 선생님께 혼났고, 쉬는 시간에는 친구들이랑 할리갈리를 하고 놀았고, 도서관 처음 가서 '대출'이라는 걸 해봤고...
며칠 아이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몇 명의 친구들 이름이 머릿속에 들어왔는데 그 중에 Y라는 무엇이든 잘 무서워해서 조금 도와줘야 하는 아이가 있었다.
"어려운 친구들이 있으면 잘 도와줘" "응" 이정도로 넘어갔으나, 오늘 하교길, "엄마 Y가 내 목에 사인펜을 그렸어"라고 말하며 아이가 목을 보여줬다.
목에 작게 노란 점이 찍혀있다.
"장난이 심하네... 사인펜은 사람몸에 하면 안된다고 이야기했어?"
"응 이야기 했는데, 내 목이 스케치북인 줄 알았나봐."
"그래도 다음부터는 하지 말라고 꼭 이야기 다시 해"
"응, 하지 말라고 했는데 메롱 하면서 도망갔어"
음... 부위도 부위이려니와, 장난 친 아이한테 제대로 사과받지도 못한 것 같은데, 위험한 장난으로 이어지면 어쩌나 걱정이 들어 "그럴때는 안된다고, 나쁜 짓이라고 강하게 이야기해야돼"라고 한 번 더 아이에게 못을 박았다.
오후, 전화로 이루어진 담임선생님과의 정기 면담에서, 선생님이 Y의 이름을 꺼냈다. 아이가 선생님이나 친구들을 많이 도와주려고 하고 든든해서, 발달이 조금 늦어 아기같이 구는 Y도 잘 도와준다고 했다. 그래서 계단 이동이 어려운 Y의 엘리베이터 이동을 우리 아이에게 도와달라고 했고, 아이가 잘 도왔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칭찬?을 해 주시려는 의도였겠지만, 엄마인 나에게는 그 의도와는 다른 '왜 우리아이에게만...' 이라는 다른 감정이 함께 올라왔다.
1월생이라 동갑 아이들보다 걸음도, 성장도 조금 빨랐던 탓에, 아이는 어린이집에서도 12월생 아이 옆에서 친구를 챙겨야했고, 아이의 첫 사회생활인 2세때부터 "아이가 친구들을 잘 도와줘서 저희가 수월해요"라는 말을 몇번이고 들어왔던 터였다.
더군다나 오후에 Y의 장난이야기를 들은 직후라 더욱 그 칭찬이 쉬이 달가워 보이지 않았다.
일단, 면담은 별다른 이야기 없이 끝내고, 밤에 남편과 이야기를 나눴다.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이 있다는 건 좋은데, 그게 어째 아이한테 불리하게 작용하는 것 같아. 매번 자꾸 누군가를 돌봐야 하네..."
남편도 어느 정도 수긍하는 눈치였지만, 둘 다 "일단 두고보자"로 함께 일단락
다들 누군가의 엄마이고,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존재는 자기 자식일거다.
내 일이 아니면서도 나보다 더 중요한 자식의 일이기에.
일단 조금 더 신중해져야겠다, 라는 생각이 다시금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