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학원 뺑뺑이를 그나마 줄일 수 있는 '방과후 수업' 신청시간은 코로나 확진시기와 딱 겹쳐있었다.
한 학생이 신청할 수 있는 수업은 해당 학년대상 프로그램 최대 3개까지-
아파트만 가득한 신도시, 초등학교는 단 한 곳뿐이라 돌봄만큼 방과후 수업도 경쟁은 치열했다.
기합이 잔뜩 들어 있던터라 다행히 방과후 수업신청은 놓치지 않았었는데, 그 다음의 3-4일 남짓 기간동안 신청을 취소하고, 시간이 겹치지 않는 다른 곳에 신청하는 '눈치싸움'시기에 코로나와 싸우느라 신경을 못 쓴 결과 ,
진짜 안전빵으로 수강생 숫자가 도무지 올라가지 않았던 독서역사논술을 제외하고, 다 떨어지고 말았다.
더군다나 수업 첫 주는 확진으로 등교가 어려워 가보질 못했고,
오늘이 그 첫날이었다.
학교수업 종료시간 +80분- 휴대폰도 없는 아이이니 시간이 어긋나서 길이 엇갈릴까봐 종료시간을 다시 한번 봐두고 아이에게 '엄마가 안보여도 기다려줘, 엄마도 기다릴게' 신신당부를 했다.
다행히 방과후 수업 참석했다는 문자를 한 통 받고 안심을 하고, ( 이런 것도 보내주시는구나...) 수업종료시간 조금 전에 무사히 학교 앞에 도착, 아이의 하교를 기다렸다.
5분 정도 지났을까? 저 멀리서 아이가 한 손에는 점퍼를 들고 열심히 운동장을 가로질러 오는게 보였다.
어딘가 자연스럽지 못한 부분이 있어 갸우뚱 거렸더니, '아, 실내화를 그대로 신고왔네?'
"실내화 안 갈아 신었어?"
"아! 맞다! 엄마 기다릴까봐 막 뛰어오다가 잊었어"
한손에는 책가방을, 한 손에는 패딩점퍼를 든 채 실내화까지 신고 있는 아이가
'엄마 기다릴까봐 서둘러 나왔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그 기특함과 다정함에 마음이 좀 더 따뜻해지는 기분-
아이를 꼭 안아주고, 일단 신발을 꺼내 실내화랑 바꿔신게 해줬다.
축축한 운동장 모래를 가득 밟고 와서인지 실내화 바닥에도 모레가 가득-
원래 월요일에 가져갔다가 금요일까지는 학교에 두고 신는데, 너무 지저분해서 안되겠다 싶어 집에 가져가기로 했다.
아이 가방을 한 손에 들고, 다른 한 손에는 실내화를 들고 집으로 출발!
회사 점심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마음이 엄청 바빠 아이 서둘러 가고 있는데,
아이가 자꾸만 뒤쳐졌다. 뭘 하고 있나 보니 새싹을 하나 담아 손에 꼭쥐고, 다시 화단의 빨간 열매를 두어개 따서 손에 쥐면서
무언가를 계속 모으고 있는 중-
"뭐해? 우리 빨리 가야하는데?"
"응, 엄마, 나 약초 만들려고"
"무슨 약초?"
"엄마 변비 낫는 약초"
빈혈이 좀 있어서 철분제를 먹기 시작한 부작용으로 인생에 '변비'라는 워딩을 들여다놓고
가끔 투덜거리는 엄마의 모습을
아이또한 기억하고 있었나부다.
약을 만들어낼리는 없지만, 그래도 기특함과 고마움에 다시 가슴에서 따뜻한 느낌이 훅 올라왔다.
"고마워! 그런데 조금만 더 서둘러 줄래?"
"응 엄마!"
아이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채집한 풀과 열매를 식탁위에 놓아두고,
옷을 갈아입고
손을 씻고
TV를 보기 시작했고
그와 함께 약초를 만들겠다는 생각은
까맣게 잊어버린것 같았지만
나는 한동안 그 채집물들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아이와 시간을 더 많이 보내야겠다...
라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