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efie Mar 29. 2022

아이가 학교에 간다

022. 아이의 잘못은 없다

방과후, 아이와 집에 돌아오면,

나는 서재에서 정신없이 회의를 하고, 업무를 쳐냈고

아이는 과자를 꺼내먹고 좋아하는 TV를 실컷봤다.


정규방송을 보다가

넷플릭스를 보다가

어느샌가 유튜브 방송도 보기 시작했는데


엄마아빠가 좋아하는 프로그램이 아니었던게 확실한 듯 

욱 하는 마음을 진정시키거나,

뭘 하고 있나 잠깐 거실로 나가면

황급히 보던 무언가를 멈추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1인 유튜버가 진행하는 역할놀이라던지,

좋아하는 마인크래프트 게임설명,

그리고 어디가 웃음 포인트인지 모르겠는 초등학생용 개그 프로그램....

크게 유해하지 않을거다, 라고 편한대로 생각해버리기도 했고

아이가 회의하는 옆에서 방해가 되는것 보다는 그게 낫다는 생각도 있었다.


그런식으로 2주일 정도가 흐른 어느날

저녁식사 자리에서 아이가 이상한 말투를 쓴다는 걸 알았다.

반말도 존댓말도 아닌, 이상한 말투

"그거 유튜브에서 쓰는 말이지? 안쓰는게 좋을 것 같아"

남편이 먼저 이야기를 꺼냈다. 

아이는 흔쾌히 알았다고 대답했으나

무심결에 다시 같은 말투가 흘러나왔다.

그래... 두 번까지는 넘어가자.

그리고 열심히 재잘거리던 몇 분 후

다시 같은 말투...


언어, 말투는 자신을 나타내는 인격과 동일하다고 생각하는 편이라

되도록이면 올바르고, 바른 말을 쓰자고 이야기해왔던 터라

두 번, 세 번.... 반복되는 이상한 말투에 내 쪽에서 먼저 폭발해버렸다.


"안 한다고 약속하고 계속 똑같이 그러면 안되잖아!"  

아이는 울먹거리기 시작했다.

일부러 그런것은 아니었을거다. 무심결에 계속 들어왔던 누군가의 말투가 귀에 박혔겠지.

"아무래도, 유튜브를 너무 많이 봐서 그렇게 자꾸 말이 나오는것 같아. 그치?"

훌쩍거리면서 아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당분간 유튜브는 보지 말아야겠다"

"네..."

아이는 풀이 죽어서 저 쪽에 웅크리고 앉아있었다.


실수를 한 것은 아이였지만, 그게 과연 아이의 잘못인걸까?

그런 환경을 만들어준 건 나일 것이다.

남편과 나 사이의 작은 침묵.. 그리고 내가 이야기를 꺼냈다.

"내가 잘못했어. 그동안 이것 저것 일 치느라, 집와서 아이한테 너무 신경을 못썼어.

TV조 ㅁ덜보게, 다른 할 꺼리라도 좀 만들어보도록 할게"

"별 수 없잖아. 일도 해야하고..."


둘 다 초등학생 부모는 처음이라,

그리고 일을 하면서 아이를 보는게 그저 '환상'일 뿐이라는 걸 아는터라,

서로를 탓하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더 나아질까'에 대한 대화가 이어졌다.


일단, 재택근무라도 근무는 근무이고,

아이와 제대로 시간을 보낼 수 없는 것은 기정사실이니

조금더 촘촘한 무언가를 계획하지 않으면 아이는 또 계속  TV만 보게될거다.


구체적인 방법이 필요하다. 

학원, 그리고 아이가 집에서 할 것들에 대한 준비를 조금 더해두기로 했다.


바쁘다고 해도 챙겨야 할 것들이 있고,

그런 면에서 아이의 그 '시기'는 어른의 사정을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걸 다시금 깨달았다.


아이의 잘못은 없다

이건 어른인 '부모'의 잘못이다. 





작가의 이전글 아이가 학교에 간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