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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fie Mar 30. 2022

아이가 학교에 간다

023. 주말의 데이트 코스

코로나 확진으로 일주일 반 정도를 밖에 못 나간탓에

주말에 해야하는 정기할 일 또한 밀려버렸다.


아이의 치아 불소도포

다른 하나는 도서관 책반납


부모는 자식에게 '내가 가지지 못한 것, 이루지 못한 것'을 많이 투영하기 마련인데,

나 자신도 내 뜻대로 못하는데, 자식을 내 뜻대로 할 수 있을까 싶어 욕심과 희망의 기준을 조금 정해두었다.


공동생활에 필수적인 예절,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가짐, 안전과 건강에 대한 부분은 부모의 판단으로

그 외에 아이가 하고 싶은 것들, 장래의 꿈 등은 아이의 판단으로-

부모와 자녀는 소유의 관계가 아니라, 아주 좋은 인연으로 함께 만나 한 동안의 인생을 같이 걷는 그런 관계라고 생각하면 가끔 솟아나오는 인생 통제의 욕심을 조금은 벗어날 수 있다.


충치가 꽤 많아서 고생했던 내 이를 닮았을까봐, 치과 검진을 열심히 다닌 덕에 아이의 이에는 아직 충치가 없다. 아니, 치과탓일까- 아이가 열심히 이를 닦았던 덕이겠지- 그래서 다행히  아이에게 '치과=아프다'는 공식은 성립되지않는다. 마의 4세를 잘 넘기고 (4세까지 충치가 안 생기면 그 이후에는 충치발생 빈도가 현저히 떨어진다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들었다) 이제는 치과의사의 조언에 따라 3개월에 한번 씩 불소를 이에 바른다.


그 불소도포가 3월 초 였는데, 가지 못했어서 부랴부랴 다녀왔다. 


충치가 없나 이 상태가 괜찮나 확인을 한 번하고, 불소를 바르는데 걸리는 시간은 5분여 남짓-

치과 의식을 무사히 끝내고 나면 가까이의 동화책방에서 책을 하나 사주는데, 토요일이라 책방이 문을 닫아 바로 도서관으로 향했다. 반납기한이 일주일도 더 된 책들을 반납하고, 유아놀이방 혹은 놀이터에서 원없이 놀게 한 뒤, 근처 카페에 가는 것으로 데이트 코스가 이어진다.


아이는 눈 앞에서 놀고있는 아이의 나이를 물어본 뒤 "8살? 우리 친구네!"라고 넉살좋게 놀기 시작했다. 아이 옆에서 나는 그간 밀린 플래너를 정리하고, 책을 보거나 하면서 아이의 시간을 함께했다. 


그리고 두어시간 후, 실컷 뛰느라 에너지 충전이 필요한 아이를 데리고, 함께 찜콩해둔 카페로 향했다. 밀크티를 마시고 싶지만 아이와 함께 마실 수 없으니 아이가 좋아하는 레몬티 한잔을 시키고, 샌드위치를 추가로 주문했다. 뜨거운 레몬티는 물을 조금 담은 종이컵에 덜어 식혀서 주고, 샌드위치는 먹기좋게 잘라주면서 대화가 이어졌다. 끝말잇기도 하고, 아이가 좋아하는 게임캐릭터 이야기도 하고... 그렇게 시간이 조금씩 조금씩 쌓였다.


1시간 남짓 흘렀을까? 이제 돌아갈 시간이다. 

"다음에는 저 쪽 고양이 있는 카페에 가볼까? 그리고 책도 빌리자"

"응"


아이의 손을 꼭 잡고 집으로 향한다. 일상적이면서도 특별한 우리의 데이트코스-

이런 날들이 언제까지라도 지속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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