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4. 다시 태권도
예민한 이웃이 아래층에 사는 24층 아파트에서는 아이의 종종 발소리마저도 주의 시키게 된다.
그렇다고 이 에너지 넘치는 아이를 어찌할 수 없어 놀이터에서 1시간은 꼭 놀다가 들어왔는데, 겨울에는 도무지 그럴 수 가 없으니 좀이쑤셔하는 모습을 보고 1년전 겨울, 태권도에 보내기 시작했었다.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고, 소리지를 수 있는 것이 장점입니다" 라는 관장님의 말에 적극 공감하면서 신나게 다니던 어느날, 코로나 발발, 초등학교에서도 확진자가 스멀스멀 나오기 시작하고 당시 PCR검사는 진짜 드물게 진행하던 상황이었음에도 아이가 검사를 두번, 밀접접촉자로 분리되어서 어린이집도 가지 못하게 된 순간, 더 이상 안되겠다 싶어 태권도를 멈추었었다.
그로부터 6개월이 흘렀나보다. 방과후 집으로 돌아온 아이의 TV시청시간이 터무니 없이 길어지고, 아이가 코로나에 걸렸다가 나은뒤 코로나에 대한 공포또한 사라진터라, 다시 태권도를 보내기로 했다.
히교 시간이 요일마다 달라서 이걸 어떻게 하나.. 걱정했었는데, 걱정은 기우- 학교 앞이라 그런지 요일별로 변하는 아이의 하교시간에 맞춰 태권도 시간 커리큘럼이 짜여져 있었다. 오히려 방과후 수업이 있는 월요일이 태권도 시간과 맞지 않아 그 날이 예외가 되었다.
아이의 하교시간에 맞춰 태권도 관계자가 정문앞으로 나와 아이들을 모두 모아 길건너 50미터 근방의 태권도 도장으로 데리고 갔다가 수업이 끝나면 아이의 거주지- 아파트 앞으로 학원차로 데려다주는 시스템이라, 점심식사를 패스하고 아이를 데리러 갔다와, 놀고 싶어 하는 아이 옆에서 죄책감을 느끼며 일하지 않아도 된다.
무엇보다, 아이가 멍하니 TV를 보는 시간이 고스란히 아이들하고 놀고 뛰는 시간이 되니 그만한 장점이 없다.
다시 태권도를 가기 전날, 구석에 넣어뒀던 태권도 도장 가방을 꺼내, 도복을 잘 넣어주었다. 아이는 마음이 들뜨는지, "엄마 나 품새가 하나도 기억이 안나" 재잘댄다.
"다시 하면되지. 금방 기억 날거야" 아이들은 스폰지 같이 뭐든 잘 흡수하니까...
등교길 책가방 외에 가방 하나가 더 는것이 안쓰러우면서도 아이의 씩씩함에 마음을 놓는다.
태권도 도장의 아이 도착문자, 그리고 수업이 종료되어 이제 집으로 출발한다는 두번째 문자-
회의 시간과 딱 겹쳐서 아파트 앞 5분거리도 나가지 못한 엄마를 대신해 할머니 손에 이끌려 집에 온 아이가
"엄마! 다녀왔습니다!"와 동시에 "할머니! 배고파요!"를 외친다.
점심식사가 11시 30분 남짓이었고, 오래간만에 신나게 뛰었으니 배가 고플만도 하네...
"그래~ 할머니가 맛있는 것 줄게~"
이어폰에서 들리는 회의 이야기를 뚫고 들어오는 아이와 친정엄마의 목소리에
조금 더 안심하고 업무에 집중하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