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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fie Apr 02. 2022

아이가 학교에 간다

025. 아이의 첫 교통카드

1종보통, 트럭도 몰 수 있는 운전면허를 가지고 있지만,

아직도 운전을 하지 않는 (못한다고 쓸수는 없다. 장롱면허 20년만에 눈물을 찔끔 흘리면서 남편한테서 운전연수도 받았고 30분 거리는 왕복을 하기도 했으나... 남편은 매일 차를 가지고 다니고, 나는 차가 없으므로 다시 운전과는 소원해진 터다) 나와 아이의 외출은 대부분 대중교통으로 이루어진다.

주중에는 아이와 무언가를 진득하게 할 틈이 없으니까, 주말에 어떤 식으로는 뭔가 하려고 하는데 도서관이고어디고 무언가를 타고 나가기는 해야한다.

돈을 아끼기보다는 시간을 아끼자는 주의라 (아마 이게 일을 하는 가장 큰 이유겠지. 물론 일을 하면서 쓰이는 시간이 가장 많다는 아이러니...) 택시를 타기도 했었는데, 아이가 멀미가 심해진 다음부터는 택시보다는 대중교통 쪽에 좀 더 비중이 늘었다.


1년, 아니 2년 전 쯤부터이던가? 아이 손을 꼭 잡고 버스 시간을 기다리면서 끝말잇기를 하다가, 버스가 올라치면 교통카드를 아이손에 쥐어주곤 했다. 띠링- 교통카드 인식이 되었을때의 그 '변화'를, 아니 스스로 무언가를 해낸다는 '성취감'을 아이는 좋아한다. 버스 좌석에 앉자마자 혹 잃어버릴까 얼른 카드를 엄마에게 건네는 것으로 마무리-


아이가 초등학생이 되었으니, 이제 자신의 교통비는 스스로 내게 해야하지 않을까- 생각이 미처 블로그를 조금 뒤져서 어떻게 하는지 조금 살펴본 후 "이제 초등학생이니까, 스스로 교통비를 내볼까?" 라고 이야기하면서 아이와 함께 가까운 편의점으로 향했다.

내가 어렸을 적만해도 집에 여유라고는 1도 없는 편이어서, 한 2학년? 때까지는 짐짓 초등학생이 아닌척, 버스를 탔던 기억이 있다. 키가 큰 편이라 누가봐도 초등학생으로 보였던 터라  운전기사분의 노골적인 '질문'에도 답하지 않고 꿋꿋이 내릴 때까지 잘 버텼었는데, 버틴 내 자신을 셀프칭찬해주긴 했지만 그 기억이 썩 좋지는 않았다. 호위호식을 시켜주고 무슨 브랜드 옷을 척척 사주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아이가 '돈 때문에'누군가의 눈치를 보게하는 상황은 안하고 싶다는 것이 내가 일하는 이유이기도 하니까-

그리고 "이제 초등학생이 되었으니~이제 형님이 되었으니~"라고 이야기하면서 때에따라 다른 말을 하는 부모는 되고 싶지 않았다. 초등학생의 몫은 정당하게 부담하는 것이 아이에게도 그 '책임'을 '권리'를 일깨워주는 계기가 되겠지...


뭔 교통카드 하나 사는데 이리도 거창하나...라고 누군가는 생각하겠지만,

아이를 키우면서 부모의 어렸을 적 트라우마가 상기되듯, 그 반대로 그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계기?가 된다고 생각하는데, 이런게 그 단적인 예인것 같다. '내가 그때 힘들었던 것을 아이에게 겪지 않게 함으로써 나 자신 또한 함께 치유되는 기분이랄까?'


편의점 주인분이 아이가 좋아할만한 디자인의 카드들을 잔뜩 꺼내주셨다. 카카오 캐릭터들은 신상, BTS, 연예인들의 사진도 보이지만, 아이가 고른건 바로 이카드!



카드구매 완료, 얼마를 넣어줄까 하다가 일단 만원을 충전해주고 "이제부터는 차탈때 이걸로 내는거야. 외출할때 스스로 준비해줘" 라고 말하면서 카드를 건넸다.

버스타러 가는 길- 아이는 카드를 보물인 양 손에 꼭쥐고 나와 함께 신나게 걷는다.

"엄마 가방에 넣어줄까? "

 "아니야 엄마 내가 들고갈게"

 "손 불편하잖아"

"그럼 주머니에 넣을까?"

 " 주머니에 넣으면 금방 빠질것 같은데?"

 "그럼 그냥 들고갈게! 내가 들고갈거야"


그래, 정류장까지는 멀지 않으니, 일단 그냥 두기로 한다.

"아~ 버스가 언제오지~"

"10분 있다 오는 것 같은데?"

"아..."

"기다리는 동안 끝말잇기나 할까?"

"응"


버스 정류장 앞에서 발을 동동거리는 아이와 끝말잇기 시작-

여전히 카드를 손에 꼭 쥐고 있는 아이가, 오늘따라 부쩍 커보였다.


'많이 컸네...' 대견하면서도 조금 슬픈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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