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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fie Apr 06. 2022

아이가 학교에 간다

026.마음의 거래

학교에서 일어난 일을 곧잘 재잘거리는 아이에겐

그저 작은 에피소드에 불과했을거다

그렇지만 어른인 내가 보기엔 그냥 넘어갈 일은 아니었다.


아이의 책가방에 처음보는 반짝이는 테슬,

아이는

" 엄마 오늘 친구가 비누 만든거를 선물로 줬는데 내가 그걸 친구랑 거래를 해서 이걸로 바꿨어."

라고 말하며 책가방 지퍼꼭지에 달린 블링블링 테슬을 보여줬다

"친구 선물로 거래를 했어?"

"응..."

거래라는 말 자체가 어울리지 않는 상황이었지만, 아이에게는 게임의 '효율적인 득템'정도의 뜻으로 인식되고 있을거다. 그래서 더 다정하게 말이 이어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엄마의 말끝의 톤다운이  심상치않음을 아이가 알아챘는지 마지못한 대답-

"선물 준 친구도 네가 거래? 한거 봤어."

"응"

"그 친구 서운하지 않았을까?"

"응?"

"친구한테 선물을 줬는데 그걸 다른 친구에게 그냥 준거잖아. 00같으면 어땠을것 같아? 열심히 만들어서 친구줬는데 그 친구가 그걸 다른친구랑 거래한다고 바꾸면?"

"... 싫을 것 같아..."


잘못한 걸 알게된 아이가 울먹거리면서 방으로 들어갔다.

아이는 밖에서는 잘 울지도 않고 씩씩한 편인데

집에서는 화난톤의 목소리 만으로도 곧잘 눈물을 터뜨린다.

더군다나, 알았을거다 그게 친구에게 미안한 일이라는 걸...


울음을 달래줄까 하다가 일단 두었는데,

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남편이 아이방으로 가서 아이를 토닥이며 다시 한번 차분히 설명해준다.


"선물을 준다는건, 그냥 물건을 주는것보다 자기 마음을 같이 주는거야. 그런데 그걸 다른 친구에게 줘버리면, 그 친구가 서운하겠지?"

"응..."

아이는 여전히 훌쩍훌쩍

...

이정도면 되었다 싶어, 나도 다시 아이를 달래기 시작했다.

"누구나 잘못은 할 수 있어. 잘 모르고 한거니까. 다시 안그러면 돼. 우리 내일 친구한테 미안하다고 할까?"

"...응"

아이의 한번 더 꽉 안아주고 울음이 잠잠해지기를 조금 더 기다렸다.


돈을 잘 벌거나 요령있게 사는 법을 알려줄 수는 없다.

나도 가지지 못한 것이니까

그렇지만 최소한 사람과 사람이 어떻게 서로를 아끼고 살아가야 하는지

사람의 마음을 어떻게 헤아려야 하는지 그 부분 만큼은

알려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따.

...


다음날, 아이는 친구에게 사과를 했는데 받아주지 않는 꿈을 꿨다고 이야기했다.

불안한 마음, 걱정은 즐거운 마음 만큼 고스란히 아이의 꿈으로 보여진다.

내가 할 수 있는건 아이를 안아주고 "괜찮아, 네 마음을 일단 전하는 것만이라도 하면돼. 그 다음엔 다시 엄마랑 이야기해보자" 라고 격려를 해주는 것 밖에는 없었다.


학교 등원 준비를 하던 아이는 가방에서 친구와 거래한 그 테슬을 떼어달라고 했다.

일단 선물을 준 친구에게 고맙다는 말을 할 거고, 거래를 한 친구에게 다시 그 선물을 교환할 수 없는지 물어본다고 했다. 

아이는 친구에게서 어떤 대답을 듣게 될까?

그 대답이 아이의 마음을 많이 아프게 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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