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7. 생애 첫 휴대폰
2년전 부터였을거다. 아이는 여행지에서 '소원'을 빌때, 생일에 '소원'을 말할 때,
줄곧 같은 걸 빌었다 "빨리 아홉살이 되게 해주세요"
그 이유는 바로... 아홉살이 휴대폰을 사주겠다고 약속한 나이였기 때문이다.
엄마도 아빠도, 사촌언니들도 다 가지고 있는 휴대폰-
아이가 휴대폰을 사용할 수 있는 때라고는, 엄마의 휴대폰으로 아빠와 통화할 때가 전부-
사촌언니들이 와서 잠깐 게임을 할 때가 전부였다.
아직 8살, 약속한 휴대폰을 사는 나이에 미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아이에겐 휴대폰이 생긴 이유는
아이가 눈 앞에 없을때, 약속된 어른의 울타리 안에 없을 때가 이제부터는 빈번해졀 거라는 걸 실감했기 때문이다.
어린이집은 아파트 단지 내에 있었고, 맞벌이 돌봄까지 했던터라 오후 7시라도 아이가 '어디에 있는지'는 자명했다. 아이 하원을 돌봐주시는 친정엄마도 근 6년간 오시지 못한 적은 거의 없었고...
그렇지만 아이가 초등학생이되자, 예상보다 더 많은 돌발 상황을 접하게 되었다. 일단 집에서 학교까지는 10분 남짓이지만 도로가 넓은 큰 길이 하나 있고, 도로 오른편에는 공사가 한창인 건물이 있었다. 여기에 아이의 하교는 어린이집과는 달라 5분,10분 아니 15분 정도는 마음을 놓고 기다려야 했다. 엄마가 문 앞에 가서 아이를 부르며 나오는 시스템이 아니라, 아이가 수업을 마치고 자신의 것들을 챙겨서, 교문 밖까지 나와야 만날 수 있으니까- 그 조바심이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여기에 하교와 학원 하나를 더 붙여놓고 나니, 아이가 어디에 있는지, 위치를 확인하거나 혼자 있는 상태에서 급하게 도움을 청할 수 있는 방법이 어떤 식으로든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했다.
아이를 위한 것이고 나를 위한 것이기도 했다. 불안함을 가지고 하루하루를 보낼 수는 없으니까-
키즈전용폰을 알아보다가, 가격만 비싼것 같아 패스- 아직 성능은 괜찮은 구형 휴대폰을 하나 얻었고, 월 6000원이 채 안되는 알뜰폰 유심을 구매했다. 150분 정도면 충분하겠지... 아이가 좋아하는 캐릭터가 그려진 목걸이형 휴대폰 케이스를 끼워 아이에게 건넸다.
9살이 되지 않았지만 지금 주는 이유는 혼자 있을 때, 위급한 상황들에 꼭 연락을 하기 위함이며, 외출 후에는 휴대폰은 거실에 둘 것, 카톡은 사용할 수 없으며, 게임은 9살이 아직 안되었으므로 할 수 없다는 것 등을 알렸다.
어찌되었던 생애 처음 생긴 휴대폰,
아이는 자기가 알고 있는 모든 친척들의 전화번호를 입력하고, 통화를 했다. 사촌오빠와 전화로 끝말잇기를 하는 것을 보고 남편이 또다른 이야기를 하나 건넸다
"통화는 용건만 간단히. 월 150분의 통화가 넘었을 경우 이후의 전화비는 네가 내야해"
그와 동시에 통화또한 중지되었다.
너무 많은 폐해들이 있어 일단은 카톡도, 유튜브도 하지 않게 해두었는데, 과연 어디까지 통제가 가능할까? 결국은 아이가 스스로 바른 습관을 들이고 해결해야될 문제들인데...
일단, 나중일은 나중에 생각하기로 하고 아이의 휴대폰 사용을 조금 더 지켜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