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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fie Sep 18. 2022

Project 7. 회사형 인간, 탈출을 준비하다

001. 주어진 시간은 7개월

9월 1일 드디어 고대하던 육아 휴직에 돌입했다. 

원래부터 부침이 많았던 터였지만, 40세가 되기 직전 큰 마음을 먹고 6년여간 몸담았던 회사를 떠나 시작했던 새로운 회사생활은 7개월 만에 대실패, 바닥에 닿는 것도 모자라 지하로 숨어 들어가려는 자존심과 자존감을 붙잡고 다시 이직- 나름 최선을 다했지만 또 결과는 좋지 않았고 그렇게 4년여간, 5번의 회사에 입사, 퇴사를 반복하면서 마지막으로 들어간 곳이 작년의 이곳 이었다. 


다시 돌아온 본래의 업무- 그간 다양한 배신과 쓴맛을 보면서 가슴 깊이 새겨진 가르침들이 있다면, '열심히 해도 안 될 수 있다는 것'과 '어쭙잖은 오지랖을 부리기보다는 내 앞가림부터 잘하는 게 우선이라는 것, '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 자신이 영원히 쓰러져서 다시 못 일어나지 않도록 나를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사실이었다. 사람 일은 언제나 예측할 수 없다고 했지... 이곳에서도 놀랄 만한 일들이 이어졌는데, 다행스러운 두 가지 상황은 초반에 인정받을 수 있는 성과가 있었고, 외부 이슈가 너무도 많다 보니 그간 '산전수전 다 겪은' 내 멘털이 업무에 꽤나 도움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라는 조직의 특성상, 일을 많이 하면 더 많이 시킨다... 어려운 일을 해내면 더 어려운 일을 시킨다... 는 점을 알기에, 이대로 있다가는 그 전처럼 소모되어 버릴 수 있다는 생각에,  D-day를 정해두고 마지막 스피치를 올렸었다. 극적인 마무리로 일단 나의 소임과 임무는 다 완수하고 공교롭게 맞물린 만 7세 1학년의 육아휴직에 돌입했다.


보통 학부모가 되는 육아휴직이라 함은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기 직전인 3월 즈음부터 시작하는 것인데, 여름방학도 다 지난 8월에 시작이라니... 상황을 잘 모르는 누군가가 본다면 의아스러운 상황- 그렇다, 이 육아휴직은 '퇴사'를 하느니 쉬겠다는 '어쨌든 임무를 완수한 직원'에게 주어지는 일종의 숨 고르기 기간 같은 것이었다. 아이 생일도, 입학식도, 방학식도 못 가본 바쁜 엄마에게... 뭐라니? 

올해까지밖에 쓸 수 없는 육아휴직이라 내게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했다.

바로, 공식적인 휴식기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는다 라는
그리고 내게 주어진 시간은 9월부터 내년 3월까지, 총 7개월이다. 


8월 초 업무 정리 후 일단 휴가기간 돌입- 가족여행을 다녀오고 7개월간 할 수 있는 '회사를 떠나기 위한 개인 프로젝트' 준비를 시작했다. 


아, 그전에 앞서 그간 스트레스와 야근에 찌들어 저질이 된 체력 보강을 어찌할까 하다가, 새벽 운동을 시작했다. 복싱을 할까, 헬스클럽에 다닐까 잠시 고민했지만 누군가의 지시에 따라서 무언가를 하기도 뭣하고, 시간을 맞춰서 알아보는 것도 취미가 없어 공부를 하는 새벽시간을 조금 덜어내 운동을 하기로 했다.

첫날, 집 옆 산책로가 이렇게 잘 되어있는지는 처음 알았다. 트랙을 두어 바퀴 걷고, 용기를 내서 한 바퀴 뛰어보니 이보다 더 힘이 날 수 없네? 30여분을 걷고 달리다가 얼마 전부터 눈여겨보던 공유 자전거도 한 번 타봤다. 10여 년 만에 타는 자전거라 낮에 타보기에는 부담이 좀 컸었는데 새벽, 아무도 없는 길에서 타니 그래도 할 만하다. 전기 자전거는 페달을 안 밟아도 알아서 잘 가는구나-

바람을 가르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렇게 운동은 여행을 다녀온 이후에도 빠지지 않고 진행 중이다.


그리고 9월 1일, 드디어 본격적인 휴직 시작- 그간의 사정을 아는 지인들이 '이제 아이랑 푹 쉬면서 보내라'는 걱정과 조언을 해주었지만, 지금 당장의 쉼보다 이후 나를 갈아 넣는 일 말고, 좀 더 효율적으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 급선무다! 는 생각에 아이가 학교에 가있는 동안의 시간으로 구성된 '프로젝트 7: 퇴사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내가 그간 쌓아온 것으로 회사 밖에서 내가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오래 일하고 많이 벌기보다, 적게 벌어도 좋으니 효율적으로 벌고 싶은 생각이 가득한 내 목적 속 7개월 안에 '회사 밖의 인간으로' 돈을 버는 방법은 총 3가지이다. 


1. 그간 차곡차곡 쌓아온 책 블로그와 인스타그램 활용

2. 책을 하나 쓸 것

3. 스토어를 만들 것


1. 블로그와 인스타그램: 정체되어있던 포스팅 회복/ 주간단위 업로드 계획을 세웠다. 이번 주는 9월 평일은 단 2일뿐이었으니까 블로그 2건, 인스타그램 2건 완료, 일단 11월 정도까지 진행해보면서 블로그는 네이버가 지정하는 공식 파워블로거가 되는 것, 인스타그램은 공들이는 것에 비해 저조한 팔로어수를 늘려나가는 것이다. 일단 그간 저조했던 채널을 활성화시키는 것이 우선!


2. 책 쓰기: 일단 시간을 잡고 앉았는데, 뭔가 뾰족하게 목차가 잡히지 않는 느낌이다. 내가 남들보다 잘 알고 관심 있는 것이 무엇일까? 고민하는데 시간이 흘러, 도서관에서 빌린 글쓰기 책 한 권을 다 읽고 그냥 free writing으로 써보기로 했다. 생활 속 관심사였던 것, 혼자서 그간 해오던 것... 일단 떠오른 것들을 주절주절 쓴다.


 3. 온라인 스토어: 혼자 비용을 들이지 않는 것 - 디지털 파일을 생각했다가, 이전 지인과 논의했던 것이 떠올라 아마존 쪽도 함께 살펴봤다. 개인 사업자에 통신판매를 추가하는 법을 찾았고, 스토어 이름을 정했다. 디지털 파일을 인디자인으로 제작하는 것부터 시작하고, 지인과의 스토어는 별개로 하게 될 것 같다. 누군가 같이하면 좋은 점은 서로 힘이 된다는 것이고, 나쁜 점은 한 명이 속도가 느리면 다른 하나가 멱살을 잡고 끌고 가야 된다는 점이다. 그간... 몇 번 무산된 프로젝트에서 끌고 가는 쪽이 나였기에 이번에는 무리하지 않도록 개인 스토어와 병행해서 진행해볼 생각이다. 

 

 각각에 대한 시간 소비는 하루에 2시간씩으로 정하고, 주말에도 육아?를 쉴 수 없는 나를 위해 수요일은 쉬는 날로 만들기로 했다. 9월 1일이 며칠 전이었으니 오늘이 주간 리뷰의 첫날이다.


 사람이 간사한 것이 머릿속에서는 이미 사업가로 성공가도를 달리는 기분인데, 데 막상 시작하고 나면 막막하고, 이거 내가 잘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걱정이 물밀듯이 밀려온다. 

 

휴직은... 휴가 후 다시 복귀할 수 있다는 거니까.

일단 정 안되면 '복귀하자'라는 까짓 거 정신으로 해보기로 한다.


위와 별개로, 동서문학? 에서 하는 작은 이벤트에 참여 중이다. 8월 20일부터 9월 18일까지 매일 100자 이상 글쓰기- 꾸준히 다 하고 나면 추첨을 통해 5만 원 상품권을 준다는데, 14일째인 오늘까지는 꾸준히 참여 완료. 추첨의 행운이 올 지는 모르겠지만, 언젠가부터 실력에 대한 자신은 줄어들었을지언정 '꾸준히 한다'는 끈기에 대한 자신감은 많이 늘었다.

아마도 지속적으로 작은 것들이 쌓여 큰 것을 만들어내는 경험을 몇 번 해봤기 때문일 거다.


다음 주에는 좀 더 진전된 사항을 적어둘 수 있기를,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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