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파괴의 영원한 사랑

투게더(2025)

by 명태

사람들은 사랑하는 사람, 반려자를 '내 짝', '내 반쪽'이라 곧잘 칭한다. 하지만 우리의 바람과 달리 '내 반쪽'과 영원히 함께할 수 있는 확률은 높지 않다. 영원을 맹세한 사랑도 언젠가 식기 마련이다. 만약 그런 일 없이 영원히, 정말 영원히 '서로의 반쪽'으로 하나 되어 살 수 있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투게더>는 상당히 직관적인 제목이다. "함께"라는 말이 제목인데 포스터 속 두 연인은 겁에 질려서 무언가를 내려다보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과 가까이 있는데 둘은 무엇으로 그렇게 겁에 질린 것일까? 어쩌면 '함께'라는 말이 더 이상 로맨틱하지 않은 상황이라 유추하게 된다.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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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된 어떤 커플을 찾는 것으로 영화가 시작된다. 숲에서 울려 퍼지는 두 이름, 그리고 수색견들. 수색견들은 땅에 파진 동굴로 빠지고 거기서 샘물을 마신다. 이상하게 서로 마주 보기만 하던 두 마리의 개들은, 이윽고 밤이 되어 차마 형언할 수 없는 형태가 되는 것으로 오프닝이 마쳐진다.



<투게더> 두 주인공, 팀과 밀리. 둘은 이사를 준비하고 있다. 이 오랜 커플은 그저 입은 옷도 맞춰 입은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로 주변인들에게 각별해 보인다. 둘은 다소 희한한 조합이다. 밀리는 교사로서 안정적인 삶을 추구하는 반면, 팀은 여전히 유명한 락스타라는 불안정한 꿈을 꾸고 있기 때문이다.


맞춰 입었냐는 말에 팀은 다시 옷을 갈아입고 나오고, 이어지는 이별 인사 자리에서 갑작스런 밀리의 청혼에 어정쩡하게 대답을 못 한다. 권태기에 빠져 감정도 육체적 열정도 식은 오랜 커플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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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가 새로운 학교에 지원하면서, 둘은 한적한 교외 지역으로 이사를 한다. 뮤지션을 꿈꾸는 팀은 교외 지역이 불만이지만, 헤어질 수도 없고 최근 겪은 부모님 사건으로, 정신적으로 불안하다. 설상가상 이사 간 집에서 발견한 쥐로 그의 트라우마가 자극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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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은 하이킹하던 중 오프닝에 나온 그 동굴에 빠진다. 갈증에 못 이겨 안에 있던 샘물을 마시고, 여기서 하룻밤을 보내게 된다.



그 후, 어떻게 된 일인지 밀리를 곧 떠나고 싶어 보였던 팀은 불가항력적으로 밀리에게 끌린다. 자석과 같이, 저항할 수도 없이. 여러 기행과 더불어 그녀와 잠시도 떨어질 수 없게끔 끌린다.


팀만 그렇게 변한 것이 아니었다. 점점 소원해지던 관계에 지쳐있던 밀리는 팀을 놓아줄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그녀마저 팀에게 자석처럼 이끌리게 된다. 심지어 떨어진 밀리의 핏방울마저 팀에게 끌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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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동굴은 대체 뭐였을까?

팀은 동굴을 조사하기 시작한다. 때마침 밀리의 새 직장동료, 제이미가 집에 방문하고 그 동굴이 있던 곳에 컬트가 있다는 농담을 던진다.


팀과의 관계로 골치가 아픈 밀리가 제이미의 집을 방문했을 때, 그는 또 의미심장한 이야기를 건넨다. 플라톤의 '하나였던 인간' 설화. 한 몸으로 붙어있던 완벽한 인간을 신들이 시기해 갈라버려 평생 서로의 짝을 찾아 헤매게 만들었다는 이야기.


제이미가 건넨 모든 말들. 그건 모두 진실의 파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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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서로에게 달라붙다가 결국 팔이 붙은 둘은 전동 공구로 서로를 떼어내고, 도움을 청하러 제이미에게 간 밀리는 경악스러운 사실을 깨닫는다. 제이미는 이미 그 컬트에서 샘물로 합일을 이뤄내 이미 '합쳐진 사람'이라는 것.


팀은 다시 동굴에 찾아가 초반에 실종된 커플이 끔찍한 모습으로 합쳐지고 있는 모습을 목격하고 기겁해 돌아온다. 제이미가 베어버린 상처로 인해 과다 출혈로 죽어가는 밀리를 만나고, 팀은 그녀에게 사랑을 고백한다. 밀리를 살리기 위해 팀은 그녀와 한 몸이 된다.



권태기에 빠진 연인들은 무너진 육체의 경계로 영원한 사랑을 이룬다. 영원히 하나가 되어서.


더 이상 '나'라는 존재 없이 '우리'라는 존재만 있다면 어떨까. 아니, 더는 '나'와 '너'라는 객체로 분리할 필요 없이 한 몸이라면 이걸 뭐라 불러야 할까. '나'는 망각하고 '우리'가 각인되는 영원한 사랑. 박서영 시인의 <홀수의 방>은 그런 모순을 완벽히 담고 있는 듯 보인다.


홀수의 방

잊겠다는 말 너머는 환하다. 그 말은 화물열차를 타고 왔고 꽃나무도 한 그루 따라왔다. 꿈이었나봐. 흩어지는 기억들. 슬픈 단어들은 흩어진 방을 가진다. 너는. 나를. 그녀를. 누군가를. 사랑은 없고 사랑의 소재만 남은 방에서 너는 긴 팔을 뻗어 현관문에 걸린 전단지를 만진다. 잊겠다는 말은 벼랑 끝에 매달린 손. 이미 그곳에 있었지만 도대체 그곳은 어디인가. 떠나면서 허공에 던져놓은 너의 단어들. 흩어져 있는 너의 단어들이 흰 배를 드러내놓고 날아가는 걸 본다.

서로에게 익숙해지기 시작할 때 우리는 등을 돌렸다. 이제 내 몸에서 돋아나는 그림자를 이해하기 위해 계절의 밤을 다 소비해야 한다. 우리의 그림자는 한패가 아니다. 그림자는 암호처럼 커진다. 씻어도 투명해지지 않는다. 젖어서 흐물흐물 찢어지면 내부를 들여다볼 텐데. 이젠 버려야 하나. 어차피 한패도 아닌데. 우리는 오로지 나였을 한 사람과, 너였을 한 사람이 되기 위해 붙어 있다. 인정하자. 그러지 않으면 사랑에 빠져 완벽하게 사라질 수 있으니. 가로등 불빛 아래 쭈그리고 앉아 그림자의 윤곽을 돌멩이로 그려준다. 내가 떠나도 바닥에 남을 뭔가를, 기억은 순간순간 그림자들의 방을 뺏는 놀이 같아.

그 와중에 잊고 싶다는 말이 개미처럼 우왕좌왕한다. 그 와중에 미안과 무안(無顏)은 깊은 방을 만들고 있다. 나는 방을 잃고 현관문에 덜렁덜렁 매달려 있는 너의 손목을 붙잡고 있다. 오로지 너였을 한 사람을 발굴하듯이. 그래서 발굴된 영혼이 다른 영혼을 찌를 듯이 기억하고 있는 시간 속에서. 연인들은 부지런히 서로를 잊으리라.


권태로 서로에게 익숙해지기 시작한 팀과 밀리의 모습부터 서로를 영원히 사랑하기 위해 붙어버린 둘의 모습이 이 시에 고스란히 연대기처럼 남아있는 듯하다.


익숙해진 연인들은 '사랑은 없고 사랑의 소재만 남아' 익숙함으로 관계를 이어간다. 그리고는 '우리는 오로지 나였을 한 사람과, 너였을 한 사람이 되기 위해 붙어 있다'는 말처럼 각자의 주체성을 더욱 꿈꾼다. 하지만 플라톤의 이야기처럼 결국은 서로가 각자의 완벽한 짝임을 발견했을 뿐이다.


그렇게 서로를 발견한 둘은 오로지 상대였을 한 사람을 발굴하듯, 사랑에 빠져 완벽하게 합일된다. 개체로서 사라지고 한 몸이 된 두 연인.


나는 궁금하다. 그렇게 영원한 한 몸을 발굴한 이들은, 그렇게 살아갈 앞으로의 시간 속에서 과연 부지런히 서로를 사랑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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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디호러는 육체의 경계가 곧 자아의 경계라는 관점에서 우리에게 공포를 준다. 징그럽기도 징그러운 것이지만, 그것이 진정 공포와 매혹을 같이 가지는 점은 자아의 경계가 육체로 표현되는 점 때문이라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투게더>는 육체와 자아의 경계를 파괴해 관계를 회복하고 사랑을 이룩하는 공포와 기이함을 느끼게 한다. 그들의 권태도, 합일도 "이렇게까지 사랑해야 해?" 하는 감상이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진정한 '내 반쪽'을 찾았다면, 불가능한 '완전한 사랑'을 결국 합일로 이루고 싶다고 꿈꾸지 않을까.


"행복하게 영원히 살았답니다"로 끝나는 이야기는 더는 이어서 얘기할 수 없다. <투게더>의 내용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개체성이 사라진 둘이 어떨까. 나는 영원히 궁금하다. 그들의 영원한 사랑으로 살아갈 '홀수의 방'의 모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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