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화 - 나는 심장이 없어
‘나한테는 심장이 없어. 토끼의 간처럼 나는 심장을 꺼내놓고 살아. 누군가를 줘버렸는데 안 돌려주더라고. 그런데 웃기는 건 심장이 없어도 가슴이 아프고 답답할 때가 있어. 그래서 심장이 없는 나는 차가운 파란 피만이 흘러. 니가 듣고 싶어 하던 따뜻한 말 한마디 제대로 못해서 미안해. 따뜻한 말들은 목젖을 통과하지 못해. 하지만 나, 이제 해보려고. 조금 천천히 열어도 괜찮지.’
나는 진심으로 그 사람에게 다가가고 싶었다.
‘나, 알고 있었어요. 전부터. 문득문득 먼 곳을 보고 있는 당신이 언제쯤 나에게 온전하게 올 수 있을지 조바심이 났어요. 나, 이제 그러지 않을게요. 당신의 진심을 천천히 기다리고 있을게요. 당신을 믿어요.’
「안드레이 보첼리」의 목소리 사이로 진희의 마음이 겹쳐졌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밖을 떠돌던 겨울안개들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
기형도, 빈 집 「입 속의 검은 입」 중
‘창밖을 봐. 당신과 함께 있는 빈집에서. 어느덧 여름인가 했는데 가을이 그 속에 들어있네. 가을이 오기 전에 툭툭 털어버리고 단풍이 들기 전에 오길 바라.’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