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화 - 혹시 그곳은
「그곳은 사막이 아니라 퉁구스 지대가 아닐까. 아니면, 북극의 어느 한 곳일까. 북극에 가까워지면 나침반이 작동하지 않아서 북극에 가까워지면 북극성도, 별들도 움직이지 않아 별자리로도 길을 찾을 수 없데. 더구나 백야에 살을 에는 바람과 추위 앞에서는 속수무책이라는 거지. 그래서 사람들은 북극점이나 남극점을 찾는 게 힘들었다고 말한데. 오늘날처럼 위성항로장치가 꼭 집어 북극을 가르쳐 주기 전에 그들은 어떻게 그곳에 갔을까. 아문센 같은 많은 탐험가들은 무섭지 않았을까」
나는 지금 화장을 하고 있습니다. 거울 속의 그녀가 나에게 속삭이고 있습니다.
「어쩌면 지금 니가 서 있는 이곳은 사하라보다는 시베리아에 더 가까운, 그것도 북극에 인접한 지상의 끝이 아닐까. 그래서 니가 있는 이곳에는 어쩌면 사막 여우와 낙타와 함께 물개와 북극곰과 늑대의 전설이 함께 하는 곳은 아닐까」 그녀는 내가 듣든 말든 계속해서 떠들어대고 있다. 나는 가볍게 그녀를 무시한 척하면서, 그녀의 이야기를 안 듣는 척, 하면서 생각해 본다.
수 만 년 전 어쩌면 시베리아를 가로질러 베링 해를 통해 신대륙까지, 어쩌면 칠레의 끝까지 도달했을지 모를 우리네 조상의 길을 나는 홀로 걸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걷고 있는 것은 아닐까.
무엇이 나를 그 멀고 험한 곳으로 이끄는가. 그리고 세상의 끝에서 내가 바로 보아야 하는 것, 느껴야 하는 것은 무얼까. 어쩌면 누군가가 바라봤을지도 모를 그런 것일까. 어쩌면 그것보다 더 우울한 것일까. 아니면 더 좋은 것일까. 하나 그것이 다 무슨 소용이랴.
손을 뻗어 당신이 있는 곳을 더듬어 봐. 실체를 잃어버린 대상, 당신. 그리고 쓸쓸한 내 무거운 어깨와 지친 다리를 어루만져 봐.
‘아, 당신의 손이 당신이 마음이 나를 어루만져 주기를. 아, 당신의 그 따뜻한 손길로 나를 어루만져 주세요.’
나의 입에서 신음 같은 엷은 탄식이 흘러나왔다. 나는 아무렇지 않은 척, 새침하게 눈을 뜨고 거울을 들여다본다. 그 속에 잠겨 있는 그녀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