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 대한 해학과 관조
우나기
The Eel 1999
개봉 1999.05.01
재개봉 2024.10.02 상영 중
감독-아마무라 쇼헤이
출연-야쿠쇼 코지, 시미즈 미사
러닝타임 134분
인생에 대한 해학과 관조 <우나기>
아내를 죽이고 8년을 징역살이를 하다가 외딴 시골마을에 이발소를 차린 남자.
감옥에서부터 키워오던 뱀장어가 유일한 말벗인 그에게 새로운 여자가 나타나고, 그는 그 여인을 통해 또 다른 삶을 살게 된다는, 어찌 보면 평범한 줄거리를 가지고 있는 이 영화는, 그러나 단순하지 않다.
감독의 남다른 '인생에 대한 해학과 관조'를 보여주는 <우나기>는 녹슬지 않은 감각으로, 그 대신에 어깨에 힘을 쭈욱 뺀 채 마치 시범 투구를 하는 노장 야구선수의 모습처럼 다가온다.
감독의 시선이 되는 카메라는 안정되게 인서트를 잡고(이 영화에 나오는 두꺼비 인서트는 참 묘한 느낌을 주는 컷 어웨이다), 스님, 목수, UFO를 기다리는 사람, 춤만 추는 정신병자 어머니, 자살을 기도하는 여자, 고작 바이브레이터로 애인을 만족시켜 줄 수밖에 없는 졸부 등에서 보이듯 인물들 하나하나의 만화적 캐릭터는 이마무라 쇼헤이의 녹슬지 않은 감성을 그대로 담아내고 있는 증거물들이다.
결국, 유일한 말벗인 뱀장어를 놓아주고 얽히고설킨 사건들은 불꽃놀이로 화해되며, 누구의 아이인지도 모르는 아이를 자기 아이라고 말한 뒤, 그 아이를 임신한 여자에게는 기다리라고 하고 떠난다.
우나기라는 화두로 시작된 영화는 완벽한 결말로 문을 닫는다.
감독은 자기 자신이 가지고 있는 이야기들의 징표들을 어렵게 돌고 돌아 관객에게 말하는 화법이 아닌, 경쾌한 이야기로 풀어내면서 지지받고 있다.
최근 개봉한 “퍼펙트 데이즈”의 야큐쇼 코지의 젊은 날을 다시 보니 반갑고 역시 연기가 최고네요.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의 작품은 주로 인간의 본능을 날것 그대로 그리며, 사회 밑바닥에서 생존을 위해 발버둥 치는 하층민의 삶을 주로 담고 있으며, 복수는 나의 것. 붉은 다리 아래 따뜻한 물, 간장 선생, 나라야마 부시코 등 주옥같은 작품이 있다.
의대 출신으로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조감독을 하고 싶었으나 조감독을 뽑지 않아 쇼치쿠 영화사에 들어가 오즈 야스지로 감독의 조감독을 하였다. 이후 닛카쓰 영화사로 이적해 “도둑맞은 욕정”으로 데뷔하였다. 그 당시 일본 영화 시스템에 반기를 들고 오즈 야스지로의 형식주의에 동의하지 않았던 감독이다.
오시마 나기사와 함께 1960년대 일본 뉴웨이브를 이끌었으며 초기 작품들이 걸작으로 꼽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