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조지아 애틀란타에서 보낸 이메일 한 통을 받았습니다. 지난 선거에서 주 하원의원 민주당 후보로 나섰다가 그야말로 간발의 차로 석패한 미셀 강이 보낸 편지였습니다.
편지의 내용은 사 년 전 이맘때 조지아 애틀란타에서 일어났던 참사를 잊지 말고 기억하자는 인사와 함께, 이즈음 일고 있는 이민자들의 대량 추방, 미국사회의 다양성과 형평성 그리고 포용성을 거부하는 권력이 보내는 도전에 과감히 맞서 싸우기 위해 연대의 끈을 놓지 말자는 것이었습니다.
딱 4년 전인 2021년 3월 16일 조지아 애틀란타 마사지 팔러샵과 마사지샵에서 총기사고가 일어나 8명이 죽는 참사가 있었습니다. 사망자들은 중국계 두 명과 라틴계 한 명 그리고 한국계 다섯 명(한국 국적 한 명 포함)이었습니다.
당시 범인은 인종혐오는 아니었다고 강변하였지만, 그가 현장에서 “나는 동양놈들을 다 죽일 거야!( I'm going to kill all Asians!)"라고 외치는 소리를 들었다는 사람이 있었다고 당시 언론이 보도했었답니다.
제가 이 사건을 아직까지 기억하고 있는 까닭은 제 세탁소 손님 한 분 때문이랍니다.
당시 사건이 일어난 후 며칠이 지난 오후였습니다. 손님 한 분이 빨랫감을 맡긴 후 봉투를 내밀며 하셨던 말씀이었습니다. “제 미안한 마음을 담았습니다.” 영문도 모른 채 봉투를 받아 들고 엉거주춤하는 사이에 손님은 떠났답니다.
그리고 뜯어본 봉투에는 아주 짧지만 제정신을 번쩍 들게 하는 그야말로 말씀이 담겨있는 편지가 있었습니다.
당시 편지의 내용이랍니다.
<아시안계 지역사회에 대한 추악하게 심한 편견과 인종 차별에 대해 당신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맞습니다. 한국과 중국은 다른 국가이며, 미국처럼 단지 몇 백 년이 아닌 수천 년에 이르는 독자적인 역사와 문화를 각각 지니고 있습니다.
(당신이 그러하듯이) 제 고객들과 정치에 대해서는 절대 이야기하지 않지만, 개인의 생명과 생계를 위협하는 사건들은 가벼이 넘겨서는 안 될 것입니다. 어쩌면, 수많은 잘못된 행위에 대한 정보가(다수의 잘못된 행위를 널리 알린다면) 평화와 포용의 시대를 맞게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그저 간절히 바랄 뿐…>
바로 그 며칠 전 애틀란타에서 일어난 한인들을 포함한 아시아계에 대한 폭력 만행 사건 소식을 듣고 보며, 한국계인 제게 전하는 손님의 속마음 인사였습니다. 그는 저보다 조금 아래 연배의 백인 사내였습니다.
편견과 인종 차별뿐만이 아니라, 누군가의 아픔에 대해 공감하고 그 공감으로 연대하는 이들의 힘으로 세상은 느린 걸음이지만 늘 진보하는 것일 겁니다. (저는 하나님의 나라로 가까이 가는 역사의 진행이라고 말하곤 합니다만…)
우리 부부가 세탁소에서 느껴보는 삶의 맛이랍니다.
더딘 걸음으로 오던 봄이 오늘 제 뜨락에도 도착하였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