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ry Christmas!’ – 오늘 성탄예배를 마치고 나오며 교인들과 나누었던 인사말입니다. 성탄즈음에 일상에서 흔히 나누던 이 인사말이 언제부터였는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이즈음엔 사라진 듯합니다. 이삼십 년 전만 하여도 추수감사절이 지나고 12월에 들어서면 가게 손님들과 나누던 인사말은 바로 ‘메리 크리스마스’였습니다만, 이젠 거의 듣기 어렵거니와 손님들과 더불어 저 역시 즐겨 사용하는 인사말은 ‘Happy Holidays!’가 되었습니다.
세태 변화의 한 모습일 터입니다.
성탄 카드를 나누는 풍습도 많은 변화를 겪고 있는 모양입니다. 디지털시대에 걸맞게 종이카드 대신에 E-card나 동영상 또는 음성메시지 등으로 바뀌었다는 기사를 읽은 기억이 있습니다. 비싼 종이카드값의 터무니없음도 한몫하고 있다는 내용과 함께 말입니다.
제가 카드를 주고받지 않기 시작한 지도 제법 여러 해가 지났습니다. 비단 세태를 따라 흉내 낸 일은 아니었습니다. 나이가 들어가며 가급적 이런저런 연(緣)은 줄여가며 살자라는 생각으로 시작한 일이었는데 보내질 않으니 받은 일도 줄기 시작하여 이젠 이 무렵에 받는 카드는 광고물들 뿐입니다.
엊저녁이었습니다. 아내는 “내일이 성탄 주일인데… 적어도 이 양반들에겐 카드 인사를 나누는 게 어떻실는지…’ 하며 카드 인사를 쓰라고 권유형 명령을 내리던 것이었습니다. 아내가 말한 ‘이 양반들’이란 이민 초기부터 함께 교회 생활을 이어온 제 또래 친구들과 윗분이었습니다. 그러나 정작 제 친구들이나 윗분은 이젠 교회에서 만날 수 있는 얼굴들은 아닙니다. 이젠 아내의 언니들입니다.
아내의 명령에 따라 한 동안 한 사람 한 사람 얼굴들을 떠올리며 어떤 인사말을 전할까 시간을 보내다가, 똑같은 인사말을 모두에게 전하기로 하였답니다. 사실 이 성탄 인사는 제가 제 자신에게 보내는 인사말이었습니다. 제가 저 자신을 위해 기도하는 바람만큼 진정한 마음이 어디 있을까 싶은 생각에서였습니다.
<저무는 한 해가 우리 모두에게, 받고 누린 은총과 드리고 나누던 감사만으로 기억되었으면 참 좋겠습니다.
맞이하는 새해 무엇보다 건강하시길 빕니다. 더하여 넉넉하고 여유롭고 이런저런 염려와 걱정 모두 잘 다스릴 수 있는 은총이 늘 함께 하시길 빕니다.>
성탄 주일도 저물어 가는 시간에 문득 제가 인사를 나눌 수 있는 모든 분들께 똑같은 성탄 인사를 드리고 싶어 여기 올립니다.
AI가 꾸며준 인사와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