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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당최서생 Jun 04. 2024

아들! 짐 싸서 거실에서 만나.

아들과 아빠의 공부 동거, 벌써 일 년 - 2

아빠와 아들의 공부 동거는 거실에서 시작했습니다. 아들이 자기 방에서 공부를 한다고 했습니다만 결과를 보니 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설령 공부를 했다고 해도 집중을 못했던 것입니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아이는 제 방에서 노트북으로 온라인 수업을 받았습니다. 화면에는 선생님 얼굴과 함께 유튜브 동영상이 함께 띄워져 있었습니다. 2학년 1학기 중간고사 기간에도 책보다는 동영상 시청을 더 하지 않았을까 의심 아닌 의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희 집 거실에는 전에는 식사용으로 사용하던 식탁이 놓여 있습니다. 이사하면서 식사용 식탁을 따로 구입하여 이 식탁에서 이제는 식사를 하지 않습니다만, 이사 전에는 이 식탁에서 식사도 하고 아내가 동네 아이들을 모아 놓고 독서토론 수업도 하던 책상입니다. 창가에 앉아서 책을 보거나 간단한 작업을 하던 공간이었는데, 이제는 아빠와 아들의 공부 동거 공간이 되었습니다. 

아들과 아빠의 공부 동거 공간입니다. 

아들은 노트북과 문제집을 가지고 나왔습니다. 아이가 앉아 있으면 온 식구의 시선을 뒤통수로 받는 모양새입니다. 노트북 화면 또한 식구들에게 개방된 모양새입니다. 덩달아 저도 컴퓨터를 들고 거실로 나왔습니다. 아들 혼자 하는 것이 아니고, 아빠와 함께하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정작 아이는 아빠의 이런 마음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합니다. 


2023년 SBS에서 방영된 ‘SBS 스페셜 체인지 : 공부방 없애기 프로젝트’가 있습니다. 자녀 4명을 모두 거실에서 공부시켜 도쿄대에 입학시킨 일본의 사토 료코 씨가 한국 가정에 거실공부 솔루션을 제시하는 내용입니다. 솔루션에서는 거실에 있는 TV와 소파를 없애고, 책상을 놨습니다. 아이들 모두가 거실에서 함께 공부하도록 한 것입니다. 저희 집은 TV와 소파까지 없애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거실에 놓여 있던 식탁을 책상으로 쓰기로 한 것입니다. 아이가 공부하는 동안에 TV 시청은 하지 않습니다. 둘째를 제외한 아이들은 각자 자기 방에서 공부합니다. 저는 컴퓨터를 쓸 일이 있으면 둘째 옆에서 하고, 그렇지 않으면 아내와 나머지 식탁에서 책을 봅니다. TV에서 제시하는 거실공부법과는 다소 다르지만, 저희 집 버전의 거실공부가 진행되었습니다. 


부모님 입장에서 거실공부의 장점은 아이가 공부하는 모습을 부모님 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이겠죠. 소위 아이의 딴짓을 감시할 수 있는 것이죠. 부모님들께서 이 달콤함을 누리시기 위해서는 그만큼 희생을 함께 하셔야 하는 것 아시죠? 아이가 거실에서 공부하는 동안 부모님께서도 함께 해야 하는 것. 거실에서 안방으로 옮긴 TV에 길을 두지 않는 부모님의 강한 의지가 있으셔야 아이의 거실공부가 가능하겠습니다. 뭣보다 부모님들께서 두  질끈 감으셔야 할 것이 있습니다. 거실의 깔끔함은 포기하셔야 합니다. 요즘 집 구조 상 거실이 집의 중심이기 마련입니다. 그 중심에 중학생 아들이 공부하는 책상이 놓여 있습니다. 공부 후 정리를 한다고 해도 책상 위는 늘 너저분합니다. 책상 밑은 지우개 가루와 아들의 머리카락이 굴러 다닙니다. 왜 이 아이는 수학문제가 안 풀리면 머리를 쥐어뜯는 것일까요? 당최.


거실의 깔끔함은 포기하셔야 합니다. 


저희 둘째는 일 년 넘게 거실에서 공부 중입니다. 가끔 줌으로 해야 하는 독서토론이 있을 때만 제방으로 노트북을 들고 들어 갑니다. 일본의 사토 료코 씨의 아이들처럼 저희 둘째도 나중에 명문대에 합격하게 된다면, 저희 집 거실공부 노하우에 관심이 많아지실 수 있겠습니다. 아직까지는 아들과 아빠의 공부 동거를 거실에서 시작했다는 정도로만 말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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