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 아빠의 공부 동거, 벌써 일 년 - 1
저와 제 둘째 아들, 현재 중학교 3학년 남자아이와의 이야기입니다. 시작은 작년 중학교 2학년 중간고사를 치른 직후, 대략 1년 전입니다.
여러분도 잘 아시다시피 서울 중학교는 1학년을 대상으로 자유학기제를 운영합니다. 자유학기제는 해당 학기 동안 지필고사에 대한 부담 없이 동아리, 진로 탐색 등의 체험활동에 집중하는 형태의 교육입니다. 우리 아이도 중학교 1학년을 이렇게 보냈습니다. 그러고 2학년 1학기 중간고사를 치렀습니다. 처음으로 제대로 된 시험을 치러 보는 것이죠.
시험 기간 동안 아이는 열심히 공부하더군요. 중학교 3학년인 형 공부하는 동안 본인도 방에서 나오지 않고 시험공부를 하였습니다. 아들은 수학 시험 전날 기출문제를 풀었습니다. 점수가 영 시원찮습니다. 엄마의 특급 처방이 들어갑니다. 아이가 어렸을 적부터 공부는 엄마가 담당했습니다. 수학 문제집을 다시 풀기 시작합니다. 밤 12시가 다 되어 가는데 틀린 문제를 엄마가 설명해 줍니다. 아이는 연신 코를 훌쩍거립니다. 우는 것은 아닌데, 엄마가 엄하게 대하니 위축되고 긴장되어 그런 모양입니다. 어렸을 적부터 엄마가 엄하게 공부를 가르치려 하면 위축되는 아이였습니다. 그래서 엄마가 강력하게 공부를 못 시켰습니다.
중간고사 기간에 5월 1일 근로자의 날이 끼어 있었습니다. 제가 출근을 하지 않아서 시험 보고 오는 아들들을 먹이기 위해 점심을 포장해 왔습니다. 아파트 입구에서 시험을 치르고 오는 둘째와 만났습니다. 아이는 어깨가 축 늘어진 채 시험을 못 봤다고 하더군요. 둘째의 2학년 중간고사 시험 결과는 참담했습니다. 내 아이가 어떻게 이런 점수를 받을 수 있을지 상상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믿기지 않더군요. 첫째가 나름 자기 주도 학습이 되어 성적을 잘 받고 있었습니다. 어른들이 말씀하시잖아요. 첫째가 잘하면 둘째도 좇아서 잘한다고. 시험 준비하는 동안 방에서 나오지 않고 열심히 한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처참한 결과를 받아 오니 저는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시험 전날 그 난리를 치면서 막판 초치기를 하는 모습을 보았어도 이 정도 성적일 줄은 상상을 못 했습니다.
성적을 보니 아들을 나무라기보다는 아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첫째가 잘하는 것을 보고 둘째도 알아서 잘하려니 생각하고 방치한 것이 아닌가 하는 반성이 되더군요. 혼자서 어떻게 공부를 해야 하는지 몰라 힘들어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둘째에게 많이 미안했습니다. 어렸을 적에는 활달하고 춤추기도 잘하던 아이였는데, 요 근래 말수가 적어지고 소극적으로 바뀌는 것이 학교 성적이 안 나와서 그런 것은 아닌가 걱정이 되었습니다. 2학년에 진학하면서 1학년 때 친했던 친구들과 다른 반이 되고, 2학년 새 반에서는 친구를 못 사귀는 것 같아 보였습니다. 시험 끝난 후에 친구들과 어울려 놀지 않고, 체험 학습 뒤에도 혼자 두끼 떡볶이를 먹고 오더군요. 이것이 다 공부 못한다고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하는 것이 아닌 지 걱정이 되었습니다.
해결책을 찾아야 했습니다. 가장 쉬운 방법은 아이를 학원에 보내는 것입니다. 그동안 둘째는 학원에 안 다니고 집에서 공부를 했습니다. 찬찬히 생각해 보니 당시의 우리 아이 수준으로는 학원을 다녀도 별로 나아질 것 같아 보이지 않았습니다. 학원에서 우리 애 수준에 맞춰서 수업을 해 줄 것 같지 않고, 기초가 부족한 아이가 학원 수업을 따라갈지 의문이 되었습니다. 아이는 학원 가방 메고 왔다 갔다 하고, 부모는 아이 학원 보냈으니 안심하고 있는 꼴이 될 것 같았습니다. 다른 방법은 아내, 아이 엄마가 공부를 봐주는 것입니다. 이 방법은 초등학교 때부터 진행해 왔지만 엄하게 대하는 엄마를 아이가 견디지 못해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결심했습니다. 제가 아이의 공부를 봐주기로요. 제가 퇴근 후 중학교 2학년 아들과 함께 공부하기로 했습니다. 제가 아내보다는 아들을 좀 더 부드럽게 대하거든요. 코치가 아니고, 페이스 메이커의 역할로 함께 달려가 보려 했습니다. 아이가 외롭지 않도록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