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 아빠의 공부 동거, 벌써 일 년 - 8
아들은 수학 문제를 풀면서 실수가 잦습니다. 주의력 부족이 근본 원인이겠지만 문제를 많이 풀어 보지 않아서 더 그런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아들이 문제를 많이 풀어 볼 수 있도록 신경을 썼습니다. 수학뿐만 아니라 영어, 국어, 역사 문제집도 구입해서 평소에 아들에게 많이 풀리려 했습니다. 아들은 나름 열심히 문제를 풀었습니다. 수학은 하루 공부량이 있기 때문에 적어도 하루에 20문제는 풀었습니다. 하루 공부량이 쌓이다 보니 한 학기에 수학 문제집을 두세 권 풀었습니다. 문제는 문제를 많이 풀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문제를 틀리는 것이죠. 당최, 왜?
저와 아들의 수학 공부 방법은 이렇습니다. 아들이 먼저 문제를 풀고, 제가 채점합니다. 틀린 문제를 저와 함께 다시 풉니다. 다시 풀 때는 제가 옆에서 가이드를 줍니다. 제가 정답으로 통하는 길을 안내해 주니 아들이 틀린 문제에 대해 크게 고민하지 않는 듯했습니다. 아들에게서 제대로 이해하려는 모습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오답노트였습니다. 아들 스스로 틀린 문제를 주의 깊게 바라보는 데는 오답노트 만한 것이 없어 보였습니다.
막상 오답노트를 작성하려 하니 어떻게 하는 것이 제일 좋을지 고민이 됐습니다. 괜히 오답노트 작성한다고 시간만 많이 들이는 것이 아닐지 걱정이 됐습니다. 시간 낭비를 최대한 줄이기 위한 궁리를 했습니다. 먼저 틀린 문제를 모두 다 정리하지 않았습니다. 단순 계산 실수에 의한 오답은 제외하고, 반복적으로 틀리는 유형의 문제 위주로 정리했습니다. 틀린 문제를 하나하나 다 적으면 문제를 적다가 힘들어서 지칠 것이 뻔합니다. 문제는 손으로 적지 않고, 오려서 붙이고 푸는 것으로 했습니다. ‘공부에는 왕도가 없다.’라지만 ‘아들’이잖아요. 살살 달래가면서 공부시키려면 '문제 적기'보다는 '문제 풀칠'이 답이었습니다.
수학 오답노트는 세 영역으로 구분했습니다. 개념을 적는 영역(①)과 문제 영역(②), 풀이 영역(③)입니다. 아들이 공부했던 문제집은 유형 별로 문제가 구분되어 있어, 틀린 문제 앞에 문제집에 있는 개념을 설명하는 내용도 함께 붙여 넣었습니다. 문제를 풀 때 고민 없이 마구 덤비지 말고, 정답을 찾아가는 미로 찾기의 열쇠로 활용하라는 것이죠. 저는 아들에게 이 개념을 토대로 문제를 풀기 전에 어떻게 풀 것인 지 제게 설명을 해달라고 요구합니다. 저와 상의하여 설계를 마친 후에 풀이에 들어갑니다. 문제 하나당 이 모든 활동이 한 페이지에 들어가면 좋습니다. 시험 직전 마무리할 때 아들이 한눈에 개념부터 풀이 과정까지 한꺼번에 파악할 수 있으니까요.
아들은 시험에 대비해 잘 안 외워지는 부분을 따로 정리했습니다. 처음에는 무엇을 어떻게 정리할지 몰라하던 아이가 이번 기말고사 때는 정리를 잘하더군요. 나름 핵심이 되는 내용을 표와 그림으로 도식화해서 시각적으로 정리합니다. 요점정리도 오답노트처럼 관련 내용을 한 장에 정리하면 좋습니다. 그런데 요점정리하는 아들을 지켜보는 저는 조금 걱정이 되기도 하더군요. 문제 풀기와 암기보다는 요점정리에 더 공을 들이는 듯해서요. 정리만 해 놓고, 외우지 않을까 걱정이 되더군요.
오답노트 작성과 요점정리는 아들이 잘 모르는 부분을 반복적으로 접함으로써 알게 하도록 만드는 방법이었습니다. 남자아이 특성상 한번 했던 것을 다시 반복하는 것을 싫어하고, 완벽하게 이해될 때까지 진중하게 붙잡고 공부시키기가 쉽지 않습니다. 저는 오답노트와 요점정리라는 수단을 활용해 아들에게 정보를 자주 노출시키는 전략을 선택했습니다. 아들의 이해를 높이기 위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