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 아빠의 공부 동거, 벌써 일 년 - 10
아내는 제가 아들과 2학년 1학기 기말고사까지만 공부한다고 생각했던 모양입니다. 여름방학 기간에 2학기 선행을 하겠다고 하니 적잖이 놀라더군요. 아들과의 공부 이왕 시작한 거 계속해야죠. 본래 아들은 방학 동안에 다음 학기 선행을 했었습니다. 저와 함께 공부한다고 안 하던 것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혼자서 하던 것을 둘이 하는 것이죠.
선행학습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다음 학기 더 나아가 다음 학년에 배울 내용을 미리 공부함으로써 학교에서 해당 내용을 배울 때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죠. 요즘에는 주객이 전도된 듯한 느낌이 들곤 합니다. 학원에서의 선행이 우선이고, 학교 공부는 보조적인 느낌일까요. 학원에 가서 상담을 하면 학원의 공포 마케팅을 몸소 체험하고 오게 됩니다. "지금 이 시점에 이 단계까지 선행이 되어 있어야 합니다. 다른 아이들은 다 이만큼 하고 있어요. 아! 이거 큰 일인데요." 진단 평가을 본다면 학교의 교육과정을 훨씬 앞선 어려운 문제를 주고 "이 정도를 따라가지 못하면 SKY는 차치하고 인서울도 힘들겠어요." 아직 학원이라는 트랙에 들어가 보지 않은 저희 아들은 학원에서 수용해 주지도 않을 듯싶습니다. 아들은 저랑 할 수밖에 없습니다. 학원의 공포 마케팅은 없습니다만, 저희 집도 불안해서 선행을 하고 있습니다.
선행학습에 있어서도 아빠와 아들의 동상이몽이 존재합니다. 아빠가 희망하는 이상향과 아들의 현실 공부의 괴리가 큽니다. 시험 공부할 때와 마찬가지로 부모 입장에서는 아들이 의욕적으로 진도를 팍팍 빼 주기를 원합니다. 현실은 사정 사정하여 겨우 겨우 하루 분량을 정했습니다. 그래도 저는 계속 이상적인 모습을 꿈꿉니다. 아들에게 과도한 학습 부담을 주고 싶지는 않지만, 아들이 학습 습관을 가지기를 바랍니다. 내년에는 아들이 고등학교에 가게 되니 뭣보다 자기주도 학습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적절한 시간관리와 집중력 향상을 희망하면서 뽀모도로 타이머까지 구매했습니다. 25분 동안 핸드폰을 하지 않고 공부에 집중합니다. 타이머가 끝나면 5분 휴식. 이렇게 25분 공부와 5분 휴식을 4세트 진행하여 2시간 만이라도 집중해서 공부하자고 아들과 약속했습니다. 제가 뽀모도로 기법을 해 보았는데, 25분 집중이 쉽지가 않더군요. 일을 하다 인터넷 창을 띄우고 싶은 욕구가 마구마구 올라옵니다. 그래도 이런 유혹을 뿌리치고 25분 집중을 하면 진도가 꽤 나가더군요. 확실히 효과는 있어 보입니다.
제가 도와주는 아들의 선행은 다른 사람들에게 최고의 모습은 아닙니다. 학교 진도를 한참 뛰어넘어 고등학교 수준을 마쳤거나 한 것이 아니니까요. 하지만 우리 둘이 처한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그 궁리의 결과물이 아래 시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