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 아빠의 공부 동거, 벌써 일 년 - 12
여러분도 잘 아시다시피 공부 참 힘듭니다. 공부를 하려면 힘이 있어야 해요. 힘을 내기 위해 잘 먹고 체력을 키워야죠. 공부를 지속하기 위한 신체 근육과 공부 근육을 함께 키워줘야 합니다. 공부 근육을 키우는 방법 중 독서에 대해 얘기해 볼게요.
저희 집은 책을 많이 읽습니다. 동네 도서관에서 '책 읽는 가족'으로 선정된 적이 있습니다. 퇴근길에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친 알라딘 택배 기사님께도 인정받은 바 있습니다. 1002호에 배달 자주 하신다고.
아이들 어릴 적부터 저녁 먹고 자기 전까지 시간을 책 읽는 시간으로 정했습니다. 저희 집은 저녁을 일찍 먹으니 대략 7시부터 9시까지 되더군요. 이 시간 대가 아들의 집중 공부시간으로 바뀐 것입니다. 책 읽는 시간에 만화책은 안 됩니다. 학습만화도 안 됩니다. 만화책은 독서 시간이 아닌 평소 노는 시간을 이용합니다. 아이들에게 책 읽는 습관을 들이기 위해 학습만화를 권할 수도 있지 않냐고 물으실 수 있습니다. 저희의 독서습관 기르기는 애당초 회유책보다는 원칙을 정하고 지키기를 강요하는 강경책을 사용했습니다. 아이들이 책에 쉽게 노출되도록 집 여기저기에 책이 놓여 있습니다. 거실 한편에는 아내가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들을 보관하는 소쿠리가 있습니다. 소파의 스툴은 발을 올려놓을 수 없도록 책이 쌓여 있습니다. 한쪽에 책인 쌓인 8인용 식탁은 다섯 식구가 밥을 먹기 전에 늘 책을 치워 반찬 놓을 공간을 마련합니다. 오다가다 제목이나 표지가 끌리는 책이 있으면 집어 들어 한 줄이라도 읽겠죠.
‘취미는 독서’라고 자기소개를 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요즘에는 재밌는 것이 너무 많아서 독서를 취미로 삼을 아이는 드뭅니다. 공부에 도움이 될 법하니 아이들에게 독서를 장려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독서가 학업에 어떤 도움이 될까요? 과목 별로 생각해 봤습니다. 수능 언어영역에서 시간이 부족하다는 학생이 많습니다. 무척 긴 지문을 읽고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 요구됩니다. 일타 강사에게 시험 문제 푸는 스킬을 배워 단기간에 점수 향상을 꾀할 수 있겠습니다만, 지문이해력을 단기간에 향상하기는 힘듭니다. 어린 시절부터 독서를 통해 키우는 것이 왕도입니다. 교과과정 개편으로 수학에 서술형 문제가 많습니다. 수식에 수학 공식을 적용하여 뚝딱 답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닌 서술형 문제를 읽고 이해한 후에 수학공식을 적용해야 합니다. 이때 문제를 읽었는데 어휘력과 이해력이 떨어지면 알고 있는 수학 공식을 적용지 못합니다. 꾸준한 독서를 통해 이해 능력을 키워야 합니다. 영어 과목은 어떨까요? 영어 점수를 잘 받기 위해 영어 단어와 숙어를 외우고, 문법을 공부합니다. 이렇게 영어 공부를 많이 하더라도 결국에 영어를 우리말로 해석한 뒤에는 국어처럼 지문이해력이 있어야 영어 지문도 이해 가능합니다. 결국 영어를 잘하기 위해서도 국어를 잘하기 위한 것처럼 독서가 밑바탕이 되어야 합니다.
저의 주관적인 주장을 뒷받침하는 연구결과가 있어서 소개합니다. 중랑구립정보도서관 조미아 사서 선생님의 박사학위 논문 “창의력과 자기주도적 학습능력에 미치는 독서교육의 영향에 관한 연구”입니다. 연구 결과 독서교육이 아이들의 창의력과 자기주도적 학습 능력을 향상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독서 방식 중에서는 묵독, 다독, 통독, 발췌독에 비해 정독과 음독을 통한 독서 방식이 창의력과 자기 주도적 학습능력을 배가시킨다고 합니다.
저는 소파에 앉아 있는 아들의 손에 핸드폰이 아닌 책이 쥐어져 있는 모습이 더 보기 좋습니다. 독서는 아이들의 학업 성취와 전반적인 성장에 큰 도움이 됩니다. 여러분도 자녀들에게 독서 습관을 길러주어 공부 근육을 키우는 데 도움을 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