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맥주를 아주 좋아합니다. 매일 출근 전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운동을 매일 하는 이유는 맥주를 마시기 위해서라고 말하곤 했습니다. 저녁이나 주말에 집에서 일을 해야 할 때는 맥주를 마시면서 하기도 했습니다. 사람들과 어울려 술자리를 가질 때는 소주보다는 맥주를 선호한다는 것을 지인들은 다 알 정도입니다.
이렇게 좋아하는 맥주를 아들 시험 기간에는 마시지 않습니다. 학교로부터 시험 일정과 범위가 공지되면 아들은 시험공부에 돌입하고, 저는 한시적으로 맥주를 끊습니다. 표면상 이유는 공부하느라 고생하는 아들과 나름 고통을 함께 하기 위함입니다. 또 다른 이유는 맥주를 마시면 정신이 혼미해져서 아들 공부를 제대로 못 봐주기 때문입니다. 아들에게 ‘아빠가 좋아하는 맥주도 안 마시고 너랑 같이 공부하는데 열심히 해야 하지 않겠니?’라고 생색을 내고 싶은 마음이 굴뚝입니다만, 모양 빠지는 듯하여 말하지는 않습니다.
아들이 시험공부를 할 때 저도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 것은 박웅현 작가의 「여덟 단어」 중 아래 내용을 보았을 때입니다. 작가는 딸 시험 기간에 자지 않고, 아이 옆에 있어줬다고 합니다. 저는 아들이 공부하는 동안에 같이 있어 주는 것에 금주까지 더해서 하기로 한 것입니다.
저희 첫째는 고등학생이고, 둘째는 중학생입니다. 저와 공부를 하는 아이는 둘째입니다. 함께 공부하는 둘째 시험 기간에만 금주를 할 수 없어서 첫째 시험 기간에도 금주를 합니다. 이제는 둘의 시험 일정이 달라지다 보니 둘째의 시험이 끝나고도 첫째의 시험이 더 이어졌습니다. 그만큼 저의 금주 기간은 더 길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 이번에 끝난 기말고사 때는 금주 기간이 한 달 반이 넘었습니다. 이 기간 동안 금주를 잘 실천했습니다. 그런데 아들이 공부하는 동안에 잠을 자지 않는 것은 지키지 못했습니다. 중학생과는 어떻게든 같이 있어 줄 수 있는데, 고등학생과는 끝까지 함께 하지 못했습니다. 고등학생의 공부량을 제 체력이 따라가지 못하더군요.
잠에 비해 금주를 할 수 있었던 치트키가 존재합니다. 바로 무알콜 맥주입니다. 문득 무알콜 맥주가 과거에 비해 먹을만하다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퇴근길에 마트에 들러 진열된 무알콜 맥주를 종류 별로 다 사 왔습니다.
'생각 보다 먹을만하네.
마실 때 탄산과 맥주 비슷한 맛이 느껴지니 딱 맥주네.
마시고 나서 숙취가 없으니 얼마나 좋아.'
무알콜 맥주를 마시면서 계속 되뇌는 멘트입니다. 자기 암시 또는 자기 최면이지요. 제가 가장 맥주답다고 느끼는 무알콜 맥주를 아직 찾고 있는 중입니다. 하루는 초등학교 5학년인 셋째와 편의점에서 무알콜 맥주를 고르는데 일반 맥주에 비해서 너무 비싸더군요. 일반 맥주는 여러 개 묶어 팔면서 할인을 하잖아요. 무알콜 맥주는 소비가 많지 않아서 그런 지 이런 할인 행사가 없더군요.
저: 무알콜 맥주는 알코올이 없는데 왜 더 비싼 거야? 당최.
셋째 : 씨 없는 수박도 그냥 수박보다 비싸잖아요.
시험 기간 동안의 금주로 인해 시험 후에도 저의 맥주 섭취량이 상당히 줄었습니다. 덕분에 건강검진 결과에서 알코올 섭취와 관련됐던 지표들이 개선되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