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앤톡]정해진미래 시장의 기회를 읽고
한국은 고령화, 저출산을 넘어 초고령화와 초저출산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이같은 변화가 사회 전반에 미칠 충격은 엄청날텐데, 많은 이들이 이에 별 신경을 안쓰고 무덤덤하게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기업들도 마찬가지. 조영태 서울대 교수는 최근 쓴 책 정해진 미래 시장의 기회를 통해 인구학적인 변화가 경제를 뒤흔들 것임에도 많은 기업들이 여기에 크게 신경쓰지 않고 있다면서 인식의 전환을 촉구한다.
인구학적으로 보면 미래는 정해져 있는 경우가 많으니, 기업들이 이를 잘 활용하면 위기에 대응하고 성장을 위한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작인 정해진 미래가 인구학의 눈으로 앞으로 벌어질 일들을 조망했다면 정해진미래 시장의 기회는 비즈니스 측면에서 변화에 담긴 메시지와 이를 기회로 활용할 수 있는 메시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책에서 저자는 인구학적인 변화가 다양한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전망하고, 여기에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한다. ICT도 인구학적이 변화와 밀접한 관련을 갖는 분야로 꼽혔다.
백화점이나 화장품과 비교해 ICT는 초고령화, 초저출산, 1인가그 급증으로 대표되는 인구학적인 변화에서 나름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산업으로 꼽힌다. 저자는 ICT산업의 미래와 직결된 인구 현상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리한다.
첫번째로 꼽을 것은 가구의 변화다. 가구원 수는 줄어드는데, 가구 수 자체는 증가한다. 한마디로 1~2인 가구가 늘어난다는 것이다. 이미 우리나라는 1인 가구가 대세다. 2000년 인구 센서스당시 가장 빈도가 높았던 가구원수는 4인 가구였다. 하지만 4인, 3인, 2인, 1인 가구 순이었던 것이 15년만인 2015년에 정확하게 반대로 역전되었다. 2015년 1인 가구는 약 27%였는데, 앞으로 이 수치는 더욱 증가할 것이다. 통계청은 2025년 1인 가구는 약 32%, 2035년에는 35%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다음은 싱글 인구의 급증이다. 우리나라의 일반 혼인율은 해가 갈수록 낮아지는 추세이고, 이혼 혹은 사별한 후에 재혼을 해야겠다는 의식도 옅어지고 있다. 이혼 상태를 유지하는 사람도 비혼자라고 봤을 때 앞으로 한국에서 싱글족의 비율은 점점더 올라갈 수 밖에 없다. 1~2인 가구가 증가하느 중에도 눈에 띄는 것은 젊은 인구가 아닌 고령 1~2인 가구다. 갓 은퇴한 젊은 고령 1~2인 가구가 늘어나고 있다. 더욱이 이제 58년 개띠를 필두로한 베이비부머들의 대규모 은퇴가 시작되고 있다.
이는 ICT산업이 주목해야할 인구현상인 '젊은 고령 인구의 증가'로 이어진다. 2018년에 60세가 되어 정년 이후의 삶을 경험하는 인구는 약 74만6000명이다. 2021년에는 이 연령대에 진입하는 인구가 90만명에 근접한다. 이후 만 60세 인구가 다소 줄어들지만 2028년부터 2034년까지 매년 80만명 이상이 은퇴 행렬에 동참할 것이다. 반면 20대 인구는 2018년부터 2030년까지 3분의 2 수준으로 급감할 것이다.
다음은 인구의 도시 집중 현상이다. 서울 및 수도권이 마치 블랙홀처럼 젊은 인구를 빨라들이고 있다. 2015년 인구센서스에서 도시 거주자가 전체 인구의 82%였다. 주 생산층인 20~54세로만 보면 85%가 도시에 살고 있었다. 가장 많이 일하는 20~49세의 경우 52%가 서울 및 수도권에 거주하고 있다. 젊을 수록 대도시에 몰리는 현상이 두드러지는데, 2018년 현재 수도권과 부산에 사는 20대 인구는 전체 20대의 60%에 달한다.
이같은 변화는 ICT 산업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까? 저자는 58년 개띠를 겨냥한 전략을 강조해 눈길을 끈다.
이러한 인구 변동으로 생각해 볼수 있는 ICT 산업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전체적으로 조명해 보자면 앞서 설명한 인구 변화는 ICT 산업의 미래에 위기 보다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한마디로 표현해 시장이 점점 분화하면서 새로운 것들이 부상할 것이다.
첫째 가정이나 소규모 사업체의 인터넷 사용 인구는 더 늘어날 것이다. 베이비부머인 50대 인구가 앞으로 은퇴하면 인터넷을 주로 집에서 사용하게 될 것이고, 가정용 인터넷에 대한 니즈가 높아질 것이다. 1인 창업가가 증가하는 것도 ICT 산업의 기회다. 혼자서 작게 작업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당연히 네트워크 이용자도 증가하고, ICT 기술이 적용될 곳 역시 늘어날 것이다.
베이비부머가 은퇴한다고 하면 우리는 으레 고령자가 증가하는 줄 안다. 그러나 현재 은퇴 시점은 60세이지만 사회 서비스의 대상이 되는 고령자는 65세 이상이다. 은퇴해도 10년은 건강하게 지낼텐데 이들을 고령자라 할수 이을까? 그렇지 않다. 이것이 무엇을 뜻하는가? 이들이 다시 노동시자엥 돌아올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뜻이다. 그것이 재취업이 아닌 창업의 길이라면 사업 파트너로서 ICT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들에게 제공할 토털 솔루션만 갖추고 있다면 ICT 기업들은 가만히 있어도 알아서 수요가 생겨날 것이다.
국내 제조 업체들이 해외로 이전하는 현상이 가속화되는 것에 따른 변화도 기회가 될 수 있다.
국내 산업 지형이 바뀔 것이다. 우리나라 제조업은 인건비 때문에라도 축소될 수 밖에 없는 운명이다. 폐업까지는 아니더라도 본사는 국내에 둔채 생산 시설을 인건비가 저렴한 외국에 설치하는 등 해외 진출을 본격화할 것이다. 그럴 경우 국내에 있는 본사와 현지 공장 간의 네트워크가 필요한데 현지 통신 관련 업체를 쓰면서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이런 상황은 국내 업체에 기회가 된다.
헬스케어도 중량급 변수다.
건강 관리에 ICT 기술을 접목하는 방식을 고민하다. 1인 가구가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고 특히 홀로사는 고령자가 많아지면 건강관리가 사회적 이슈가 될 것이ㅏㄷ. 현재 모바일 헬스케어가 지자체 중심으로 시범적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이 분야는 수요가 개발을 이끌기보다 기술이 수요를 창출하는 영역이니 만큼 기업이 적극적으로 투자 개발할 수록 성장 가능성이 커질 것이다.
1인 가구의 증가와 농촌도 주목할만 하다.
비혼인구의 라이프 사이클에 맞춘 상품을 개발해야 한다. 싱글인구라고 해서 모두가 똑같은 일상을 영위하지는 않는다. 일단 연령대가 다양해지고 있다. 주거 형태도 제각각이어서 나이 들어서도 부모와 함께 사는 싱글이 있고, 일찌감치 독립해 혼자 사는 싱글이 있는가 하면 다른 사람들과 주거 공간을 공유하는 싱글도 있다. 이처럼 새롭게 등장하는 싱글족들은 지금까지 보지 못한 새로운 시장을 형성할 것이다.
농촌 지역의 개발 가능성이다. 농산업의 교류를 위한 플랫폼의 필요성은 ICT 산업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줄 수 있다.
저자가 제시한 대안중 일부는 밋밋하게 다가올 수도 있다. 이와 관련해 저자는 책의 서문에서 자신은 인구학 저문가이지, 관련 산업 전문가는 아닌 만큼, 자신의 전망은 인구학적인 관점에 기반한다고 선을 긋고 있다. 산업 고유의 특수성을 반영한 전망은 아니라는 얘기다. 개인적으로는 저자가 많이 강조한 58년 개띠를 겨냥한 ICT 비즈니스에 눈길이 많이 간다. 콘텐츠 측면에서도 이들과 관련된 기회가 꽤 있을것 같다는 생각이다. 기회가 되면 저자가 설명한 인구학적인 프레임으로 내가 하고 있는 일의 미래를 정리해보고 싶다.
[관련글]인구학으로 보면 한국의 많은 미래는 이미 정해져 있다 https://brunch.co.kr/@delight412/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