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앤톡]3층서기실의 암호에 언급된 '노텔' 미디어 플레이어 이야기
영국 주재 북한공사로 있다 탈북한 태영호씨가 쓴 '3층서기실의 암호'는 북한 정권을 코믹화, 악마화하는데 목소리를 높이는 일부 탈북자들과는 달리 김정일은 물론 우리가 들어봤을법한 북한 고위층 인사들에 대한 디테일도 많이 보여주는 책이다.
기본 논조는 북한과 김정은 체제에 대한 비판이다. 김정은은 핵과 공포 정치 말고는 자신의 카리스마를 유지할 수 있는 역량을 사실상 상실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김정은이 이렇듯 공포정치에 매달리기 시작한 이유는 그가 지닌 콤플렉스 때문이라고 본다. 지금까지 그 상황이 이어지고 있지만 김정은은 후계자 확정 이후에도 자신의 생년과 학력, 생모 등을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사항은 오히려 한국에서 더 잘 알려져 있다. 유학 시절 여권 등을 근거로 1984년생이라는 결론이 내려졌고, 스위스 베른의 공립중학교에서 공부했으며 생모는 고용희 또는 고영희로 밝혀졌다.
책은 출간은 5월이지만, 제작 과정을 고려하면 탈고는 남북정상회담전에 끝났을 것이다. 그가 지금 남북, 북미 정상회담까지하고 있는 김정은을 어떻게 보고 있을지 궁금하다. 미디어에 나온 내용들을 보면 그는 북한은 핵을 쉽게 포기하지 않을 거란데 여전히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아무튼 저자는 책에서 김정은이 공포정치를 구사하고 있지만 북한 사회는 이제 통제한다고 해서 통제되지 않는다는 점을 반복해서 강조한다.
김정은이 카리스마 형성에 실패하게 되면 자신은 물론 체제 자체가 붕과된다. 김일성, 김정일대에는 지도자의 카리스마가 흔들리는 상황이 와도 외부정보 유입 차단, 이동 통제, 세뇌교육, 정치조직 생활 등으로 체제 유지가 가능했다. 이런 것들이 현재 김정은 대와 와서 다 무너졌다.
그에 따르면 북한 주민들의 거의 대다수가 한국 콘텐츠를 보고 있다. 정부가 허가해서 그런 것이 아니다. 전력 사정이 안좋아 TV를 제대로 보기 힘들어진 틈을 타, 저가 중국산 미디어 플레이어가 빠르게 보급됐고, 그걸 통해 한국 콘텐츠들이 퍼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가 없으니 잇몸이 해결사로 나선 셈이다.
"이제는 한국의 인기 드라마나 영화가 DVD나 USB 형태로 몇주안에 북한 장마당에 들어오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된 것은 북한 주민의 생활이 윤택해져서가 아니라 10여년 전부터 전력 사정이 악화돼 TV를 마음대로 볼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TV를 대체할 영상물이 필요했던 것이다. 중국 업체가 이틈을 파고들었다. 12볼트 배터리로 DVD나 USB를 재생하는 미디어 플레이어 노텔을 생산해 북한에 들이밀었다.
노텔은 하루에 1~2시간만 전기가 들어와도 배터리 충전이 가능했다. 설령 정전이 지속되어도 장마당에서 새 배터리를 구입하면 된다. 가격도 30달러부터 70달러까지 저렴한 편이어서 북한의 거의 모든 가구가 노텔을 보유하게 되었다. DVD나 USB에 담긴 한국 콘텐츠가 북한 전역에 무차별하게 퍼지게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휴대폰이나 교통 체계도 많이 발전한 것 같다. 이렇게 관련 인프라들이 발전하면서 김정은이 마음먹은대로 북한 사회를 통제하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이 저자의 얘기다.
또 휴대폰 도입으로 가격과 수요에 대한 정보 공유가 북한 전역에서 실시간으로 이뤄지고 있다. 목숨을 건 탈북 행렬이 이어지고 북한에 남은 가족에 북중 국경지대에서 휴대폰으로 한국의 탈북자와 통화하는 시대가 왔다.
이동의 자유도 개선되고 있다. 전국적으로 종합 시장이 형성되자 주요 도시를 연결하는 버스 체계가 당국의 묵인하에 만들어졌다. 이제는 중소 도시나 군 단위에서도 주요 도시로의 접근이 가능하다. 기본적으로 비무장지대나 북중 접경 지역을 제외하면 북한 전역을 여행할 수 있게 됐다.
[관련글]김정은 집권초 "개성공단 같은 곳 14개 더 만들라" https://brunch.co.kr/@delight412/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