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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light Oct 15. 2023

추가 투자 없이 대주주지분이 2~3배? 인적분할의 마법

기업 거버넌스에 대해 사실 모르는게 많았는데, 서울대 이관휘 교수가 쓴 기업은 누구의 것인가를 읽고 개인적으로 많은 것들을 배웠다. 지주회사나 기업 분할에 대해서도 맥락을 보다 많이 이해할 수 있게 됐다.


A회사가 지주회사가 되면 그 밑에 B, C 등 여러 회사를 자회사로 두게 되는데 자회사는 다른 자회사의 주식을 가질 수 없다. 그래서 자회사간 독립적인 경영이 가능해진다. 이로써 어떤 자회사가 경영을 잘했고 어떤 회사가 못했는지를 투명하게 알 수 있다.
지주회사를 지배하는 주주는 자회사 전체를 지배할 수 있다. 이는 지주회사가 흔들리면 자회사들 또한 부정적인 영향을 크게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그래서 법은 지주회사가 안정적인 경영을 하고 건실한 재무 구조를 가질 것을 요구한다. 지주 회사는 자기 사업을 할 수 있지만 어디까지나 자회사 주식 보유가 가장 우선적인 비즈니스다. 그래서 지주회사 자산 중 절반 인상은 자회사 주식으로 이루어지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지주회사는 자회사가 아닌 다른 회사의 주식을 가질 수 없다.
지주회사는 상장한 자회사의 경우에는 적어도 30%의 지분을, 그리고 비상장 자회사의 경우에는 적어도 5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해야 한다. 이는 자회사의 자회사, 즉 손자회사에까지 적용된다. 지주회사, 자회사, 손자회사 간 지분 출자는 촘촘하고 복잡하게 규제된다. 예를 들어 자회사가 지주회사의 지분을 보유하는 것은 상법상 허용되지 않는다. 자회사들끼리 상호 출자하는 것도 두개의 자회사가 하나의 손자회사에 공동으로 출자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기업 분할의 경우 최근 몇년간 자주 접했던 용어들임에도 제대로 모르는 내용들이 많았던 것 같다. 인적 분할과 물적 분할이 뭐가 다른지, 어떤 경우에 인적 분할을 하고 또 어떤 경우에 물적 분할을 하는지도 책을 읽고 좀더 많은 것들을 알게 됐다.


기업 분할에는 인적 분할과 물적 분할이 있다. 기업 분할의 결과로 생기는 신설 법인 주식을 원래 회사(존속법인)이 100% 보유하는 것을 물적 분할이라고 하고, 이를 존속 법인 주주들이 주식의 보유 비율에 따라 배분 받는 경우를 인적 분할이라고 한다. 인적 분할은 주로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시 활용되며 물적 분할은 특정 사업 부분을 독립시키거나 매각하기 위해 사용된다. 특히 한국에서는 사업 부문을 자회사로 분리해 상장시킴으로써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물적 분할을 실행하는 경우가 많다. 
기업 분할 이전에는 주주가 기업 A의 지분을 10% 가지고 있다. A를 둘로 쪼개면 B와 C라는 기업이 생겨난다. 인적 분할의 경우 분할전 A 기업 지분을 10% 가지고 있던 주주는 분할 후 두개로 나뉜 BC와 C 각각의 지분을 똑같이 10%씩 갖게 된다. 이때 B와 C 두 기업 사이에 지분 환계는 없다. 그러나 물적 분할의 경우는 다르다. B와 C는 지분 관계로 연결되는데 하나는 지주 회사가 되고 다른 하나는 그 자회사가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예를 들어 B가 C의 지분 100%를 보유하며 주주는 B의 지분만 10%를 보유하고 C의 지분을 보유하지 않는다. 
인적 분할은 주로 지배주주의 기업 지배권을 강화하는데 쓰인다.  기업 A 지분을 10% 갖고 있는 대주주가 지배권을 늘리고 싶다고 해보자. 추가 자금의 투입 없이 인적 분할만으로 대주주 지분이 두세배로 뛸 수 있다면 놀라운 일일 것이다. 다소 과장된 표현이기는 하지만 자사주를 이용한 인적 분할의 마법이라고 불리는 과정을 통하면 그와 같은 일이 가능해진다.
인적 분할의 경우 주주가 기업 B와 C의 지분 10% 씩을 유지하는 것은 이미 살펴본 바와 같다. 그러나 B와 C 사이에는 지분 관계가 없다. 따라서 기업 A를 둘로 쪼개 하나를 지주회사 B로 만들고 다른 하나를 사업 회사 C로 만들기 위핵서는 약간의 작업이 필요하다. 또 인적 분할의 마법을 위해서는 주주가 두 회사에 갖고 있는 지분을 한 회사에 몰아주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테면 주주가 갖고 있는 기업 C의 지분 10%를 기업 B의 주식을 사는데 이용하면 주주는 기업 B의 지분을 대폭 늘려 영향력을 크게 키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경우 주주는 기업 C에 대한 지배권을 희생하게 된다. 이 문제는 기업 B가 기업 C의 지분을 갖게 함으로써 해결된다. 
어떻게 하면 기업 B가 C의 지분을 보유하게 할 수 있을까? 이를 위해 인적 분할을 실행하기전 기업 A는 자사주를 매입한다. 예를 들어 AI가 자사주 10%를 매입했다고 하자. 이는 기업 A가 스스로에 대해 10%의 지분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  이 상태에서 A가 지주 회사인 B와 사업 회사인 C로 나뉘면 B는 다른 주주들과 마찬가지로 C에 대해 기존 지분 만큼의 지분을 갖게 된다. B는 자신에 대한 권리 10%와 함께 C의 지분 10%를 갖게 되는 것이다. 기업 B와 C 사이에 지분 관게가 생겼으므로 B의 주주들은 이제 B를 통해 C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그리고 주주가 기업 C의 지분 모두를 B를 사들이는데 사용하면 C의 지분이 없어지지만 그 대신 기업 B를 통해 C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가능하다. C의 지분까지 B의 주식을 사들이는데 썼으니 B에 대한 지분율이 크게 늘어나 지배력을 대폭 키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저자는 한진중공업 인적 분할을 예로 든다. 한진중공업 지분 16.9%를 가진 총수일가가 지주 회사 전환을 통해 지배력을 강화한 사례라는 설명이다.


분할전 한진 중공업은 먼저 자사주 19.6%를 매입했다. 그런 다음 한진중공업을 지주 회사인 한진중공업홀딩스와 사업 회사인 한진중공업으로 쪼갰다. 인적 분할이니 이제 총수 일가는 한진중과 홀딩스 지분을 모두 16.9%씩 갖게 된다. 또 홀딩스는 매입한 자사주로 한진중의 지분 19.6% 보유해 한진중의 지주회사가 될 준비를 마쳤다. 그 다음 단계에서 총수 일가는 자신들이 갖고 있는 한진중 지분 16.9%를 지주 회사인 홀딩스에 현물출자했다. 
한진중 지분을 주고 홀딩스 지분을 받는 주식 스왑을 했다는 뜻이다. 홀딩스는 이로 인해 생긴 자금을 모두 한진중 지분을 매입하는데에 썼다. 이 결과 홀딩스는 기존에 갖고 있던 19.6% 지분에 새로 매입한 지분 16.9%를 더해 모두 36.5%의 한진중 지분을 갖게 되었다.  총수 일가는 자신들이 기존에 갖고 있던 홀딩스의 지분 16.9%에 한진중 지분 16.9% 만큼의 홀딩스 지분을 추가로 확보하게 되었다. 교환 비율에 따라 한진중 지분 16.9%는 홀딩스 지분 33.2%와 같다. 이렇게 되면 총수 일가의 홀딩스 지분은 모두 50.1%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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