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이제 보라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딜라이트R Jul 12. 2023

풍요의 마음

그 손을 펴라

나의 모금 철학 중 한 가지.

'이 사업은 꼭 필요한 사업이야.'

'이 사업을 이대로 수행한다면, 이런 효과가 있겠지?

'재미있다, 이 사업은 될 사업이야.'

사업 구상 시, 처음부터 끝까지 구체적으로 상상되고 

기대감에 가슴이 뛰면 그 프로젝트는 100% 성공한다.


기업사회공헌 협력을 했을 때, 

제안하는 사업마다 모두 선정되었다.

기부금을 쓸어 담았다.


"BR아, 신규 프로젝트를 시작해 보자. 그런데 기본을 세팅하려면 적어도 OO이상의 예산이 필요해."


"맡겨만 주세요!"


승승장구.

이 기세 꺾을 자 누구랴. 

선례 없던 사업들도 계획된 우연 속에 필요한 만큼의 사업재원을 척척 가져왔다.

확신이 있는 사업에 대한 모금은 될 때까지 했다. 

(현재 기관에서 수행하고 있는 대부분의 주요 사업들은 모두 이때 개발한 후원기업(단체) 덕분에 지금까지 연속되고 있다.)


이런 성과들은 실무자가 업무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이끌어 준 데이빗의 역량이었고, 데이빗이 리드하는 조직의 규모는 날이 갈수록 커졌다.


데이빗과 나, 둘이 시작했던 팀은 어느새 여러 개의 팀으로 구성된 부서로 성장했다.

그중 3개 팀은 별도 부서로 분리하여 독립시키기도 했다.


데이빗은 신규사업을 잘 벌렸다.

꾸준히 실험했고 좋은 사례는 규모를 키워 조직화한다. 

성과를 극대화시키는 능력이 탁월했고, 

기관의 성장에 누구보다도 큰 기여를 해냈다.

그러면서도 자신을 내세우지 않았고, 

모든 공은 직원(실무자)들에게, 

영광은 하나님께 돌리는 겸손함을 보였다.


데이빗은 조직을 계속 성장시키기 위해 기업사회공헌 협력파트를 세분화하여 특화과업을 담당하는 별도의 팀을 만들고 싶어 했다. 공식 팀이 되면 그에 걸맞은 성과가 보장되어야 하는데 성과부담이 커서 일정 수준의 모금액이 확신될 때까지 내가 이끄는 팀에서 이 팀의 성과를 커버하도록 했다.


팀 성과 커버 방법은 간단했다.

부서 성과평가회 때 인큐베이팅 팀 성과목표가 달성된 것처럼 나의 개인실적을 포함한 우리 팀 실적 중 몇억 원 이상의 성과를 어떠한 명분 하에 생으로 떼어주는 것이었다.

 

그래도 데이빗의 정책에 동의했고, 

어떠한 반론 없이 그 리더십을 따랐다.


새로운 일을 위해서는 투자가 필요하다. 

실험이 없으면 혁신은 없다.

누가 모금을 얼마나 하든 상관없다, 누구든 잘 해내면 우리의 미션과 비전이 실현될 가능성이 높아지니까.

모금 성과는 하나님께서 허락하셨기 때문에 있는 것이고, 

나는 잠시 맡겨진 일을 감당하고 있는 청지기일 뿐이다.

강한 존재는 연약한 존재를 마땅히 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마음속에 불만이 싹트기 시작했다.



왜, 저들은 계속 무임승차를 하지?

노력 없이 성과를 이만큼 가져가는 게 맞는 건가?

우리만큼 치열하지 않았기 때문에, 무능하기 때문에 성과가 없는 것은 아닐까?

싫다. 뺏기기 싫다.


배가 아프다!!


이런 불만들은 점점 커져 과민성 대장증후군까지 만들어냈다. ㅡㅡ 


내 마음속 공존했던 두 가지 생각은 크기가 대등해져 큰 혼란으로 이어졌다.


답은 안다. 평안한 방향이 옳다.

불만이 생기기 전에는 무척 평안했으니 앞서 생각한 것이 더 좋은 방향일 텐데... 배가 아프다. 계속. 


왜 혼란스럽고 배가 아플까, 스트레스와 괴로움 가운데 출근길 지하철에서 하나님께 물었다.


"하나님, 나는 왜 불만이 점점 커질까요, 내 마음은 왜 불편해요? 무엇이 대의인 줄은 알겠는데, 따르기 싫고 기운이 많이 빠져요. 내가 이러면 팀원들도 불편해질 텐데 계속 이 구조를 따를 수 있을까요?"


한 정거장. 

정확히 한 정거장 찰나였다.



내가 너에게 주고 싶은 것이
셀 수 없는 별과 같이 이토록 많은데,
왜 그걸 쥐고 있니? 
그 손을 펴라.



나를 혼란스럽게 하는 그 어떤 생각도 들지 않았다. 

내 손을 펴라는 강렬한 메시지와 처음 소망을 품었던 그날, 

별이 무수히 많았던 새벽 밤하늘만 떠올랐다. 


아! 내가 바닷속에서 손에 닿는 바닷물을 가지려고 주먹을 쥐고 있었구나. 

나는 바닷속에 있는데. 너비와 깊이를 알 수 없는 무한함 속에 있는데! 


기쁜 마음으로 사무실로 올라가는 길, 에티를 만났다. 

넘치는 기쁨에 조금 전 느꼈던 생각을 나눴더니,

에티가 대답했다. 


"BR아, 그게 바로 풍요의 마음이야. 축하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머리를 찢어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