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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딜라이트R Jul 18. 2023

적의를 가진 사람들

시기와 질투의 사람을 만났을 때

생각해 보니, 이유 없이 미움받은 경우가 종종 있었다.


초등학교 때, 수영선수 활동을 하느라 수업을 자주 빠졌다.

시합이 다가오면 합숙을 하며 운동장을 뛰었고 숨이 차올라 구토를 해도 계속 수영을 했다.

기록이 나오지 않으면 코치에게 창고로 불려가 걸레가 분리된 대걸레 봉으로 맞았다.

교실에서 편히 앉아 수업을 듣고, 방과 후 친구들과 어울려 반청소 하는 게 소원이었다.

그날도 시합을 앞둔 날이었다. 훈련하러 교실에서 나오는 길, 누군가 내 뒤에서 이야기한다.


"쟤는 왜 맨날 청소 안 해? 짜증나."


대꾸할 용기가 안나 못 들은 척 교실을 나갔다.


'나도 수영하기 싫어.'



이사를 해서 중학교를 한번 전학했다. 전학생을 궁금해했던 아이들이 나를 보러 몰려들었다.

얼굴도 모르는 애가 나를 좋아한댄다. 내가 어떤 사람인 줄도 모른 채 겉만 보고 좋다는 사람, 노관심..

누군가는 와서 사진을 찍어가는데 그 사진을 다른 애한테 팔 거라고 한다.

기분 나빠 카메라를 뺏으려 했더니 비싸게 군다며 욕을 한다.

복도를 지나가면, 특정 무리들에게 이유 없이 욕을 한 바가지 들어야 했다.

 


고등학생일 때는 7명의 친구들과 잘 어울려 다녔다. 각자 게시판을 운영할 수 있는 웹페이지도 만들고 즐거운 추억을 많이 쌓았다. 그런데 수학여행을 다녀온 다음 날부터 6명의 친구들이 한 명도 나에게 말을 걸지 않는다. 내가 뭘 잘못했는지 물어도 답을 안 해준다. 결국 친구들에게 손절당해 다른 친구들과 어울리게 되었다. 시간이 한참 흐른 뒤, 친구 한 명이 나를 찾아와 용기를 내 말해줬다.


"그때, 남자애들이 다 너만 찾아서 질투가 났었나 봐. 미안했어."



첫 직장에서는 선임이 내부서류를 모두 모아 상사와 대면하여 결재를 대신 받아주었다.

어느 날 관장님께 전화가 왔다.


"BR아, 니 모하나? 내가 지시한 게 언제인데 아직도 서류가 안 올라와?"


관장님의 지시내용을 적용한 서류를 선임에게 보고한 지 보름정도가 지난 때였다.

선임에게 바로 물어보니 깜빡했다며 지금 바로 보고해 주겠다고 한다.

관장님의 피드백을 기다리던 중, 관장님께 또 전화가 왔다. 관장실로 올라오라 하셨다.

관장실로 들어가니 결재판이 날아왔다. 다시 해오라 하신다.

바닥에 널브러진 서류를 주워서 살펴보니, 수정하기 전 최초의 자료이다.

선임에게 어떻게 된 일인지 물었다.

선임은 너무도 태연하게 비죽대며 말했다.


"어머, 쌤 미안해요. 잘 못 올렸네?"


나는 억울함을 삼키고 최종본으로 다시 결재받아달라는 부탁을 드렸다.



두 번째 직장, 그때의 난 타부서 또는 다른 팀이나 산하시설에 기부금을 배분해 주고 사용결과를 모니터링하는 포지션에 있었다. 나이나 직급은 업무와 무관했다. 내 일은 주로 지적질이었다.;

D기업의 기부금으로 운영되고 있는 프로젝트 담당 과장님과 그의 팀원은 이런 내가 못마땅했는지 매일 나를 흘겨본다. 어느 날 후원기업의 컨펌을 급하게 받아야 일이 추진되는 긴박한 상황이 생겼다.

나는 실시간으로 기업에 확인요청을 했고 그런 상황을 상시로 프로젝트 담당자에게 공유해 주었다.

찰나를 기다릴 수 없었는지 담당 과장님은 당시 나의 상사인 데이빗에게 BR이 협력을 잘 안 해줘서 일이 진행되지 않는다고 보고했다.(지금 생각해도 그들은 나를 곤경에 처하게 할 절호의 기회라 생각한 것 같다.)

그 보고를 듣고 급하게 뛰어온 데이빗이 물었다.


"BR아, 기업이랑 소통을 잘 안 하고 있니?"

"아니요, 조금 전에 담당자에게 피드백 줬어요."


나는 정말 최선을 다해 소통했었고, 데이빗이 뛰어 들어오기 약 5~10분 전 기업으로부터 회신을 받아 프로젝트 담당자에게 답변을 준 것이다. 이 사건 이후 담당 과장님과 그의 팀원은 나를 흘겨보지 못했다.



또 한 번은 조직에 필요한 사업비를 모금회로부터 지정기탁 받아 옆부서 대리님이 수행토록 배분해 주었다. 약속기한이 지나도 해당자료가 접수되지 않아 담당 대리님께 연락했다. 제출기한을 계속 미룬다. 몇 차례 미루다가 급발진. 뭐라고 전화기에 큰 소리 치더니 내가 있는 팀으로 쫓아왔다.


"너 몇 살이야? 나보다 나이도 어린 게 왜 자꾸 재촉해?!"

"지금 이게 무슨 경우예요? 우리 팀에서 뭐 하는 거죠?"


팀원들이 보는 앞에서 팀장인 나를 모독한 것은 우리 팀 전체에 매우 큰 실례라 생각했다.

이런 상황을 데이빗에게 보고했고, 횡포를 부린 옆부서 대리님은 나와 우리 팀원들에게 찾아와 정식으로 사과할 것을 요청했다. 옆부서 대리님이 속한 부서장은 데이빗에게 정중히 사과했다. 문제의 대리님은 우리 팀원들에게 먼저 사과했고, 나에게는 1~2주 후 어렵게 어렵게 사죄의 메모와 함께 휘핑크림이 잔뜩 올라간 커피 한잔을 내 자리에 두었다. 이 경험은 내가 여자라서, 나이가 어려서 겪은 부당함이라는 생각을 지금도 지울 수 없다.



어느 날에는 가장 가깝다고 생각했던 동료가 다른 단체로 이직했다. 시간이 흐른 후 청첩장을 가지고 왔는데 내가 부장이 되었다는 소식을 듣자 웃으며 농담처럼 말한다.


"개나 소나 부장 되네?"


가시 있는 말이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승진할 때 나한테 밀렸다는 뒷 말들을 1년 가까이 들었다고 하더라. 나는 그런 말이 돌았다는 사실을 몇 년뒤에나 알았다. 눈치도 없었지. 비교당하는 입장에서 느껴야 했을 동료의 감정과 아무렇지 않은 척 나를 대했을 그 얼굴을 생각하니 오랜시간 우울했다.



적의를 가진 사람은 지금도 곁에 있다.


누군가는 내게 시기와 질투가 따라다닌다고 말했다.

또 누군가는 왜 칼자루를 들고 있는데 뽑아서 휘두르지 않느냐고 묻는다.

 

위에 나열했던 기억의 뒷이야기를 더 하자면,

초등학교 졸업식 때 나는 졸업생 대표로 <학교를 빛 낸 어린이>상을 받았다. 수영선수로의 활약을 인정받은 것이다. 나를 욕했던 친구와의 기억은 없다. 그 친구는 내게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했다.

중학교 때는 이유없이 욕먹던 나를 긍휼히 생각해주어 내 편이 되어준 친구들을 만났고, 지금도 절친으로 잘 지내고 있다.

고등학교 때는 진짜 친구를 분별할 수 있었고, 친구와의 의리와 우정에 대한 생각을 더 깊게 하게 되었다.

직장 생활 중에는 시기심이라는 감정이 자신과 타인을 망가뜨리는 무서운 감정이라는 것을 알고 느낄 수 있었던 값진 경험으로 정리되었다.



이를 통해 배운 세 가지.


적의를 가진 사람을 대할 때는

하나.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더 지혜롭게 말해야 한다.

둘. 더 멀리보고, 더 본질적인 것을 생각하자.

셋. 잠잠히 있어라. 내가 똑같이 갚아주지 않아도 그들이 한 행동에 대한 책임은 스스로 지게 된다.


아, 하나님은 한 가지 더 주문하신다.

"선으로 악을 갚으라."

 


진짜 어렵다. 노력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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