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혼자가 결혼식에 포함되는 방법

1일1커밋#87

by 김디트

살아가는 데에는 어떤 일정한 흐름이 있는데, 그중에서도 메인 스트림이라고 할 만한 것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택하는 길. 다들 그 길을 걸어가니까, 아무래도 정보도 많고 안정감도 든다. 작게는 오래간만에 뭔가 밖에서 먹어볼까 하고 나가서는 결국 사람들이 북적거리고 제일 만만한 패스트푸드점에 들어가는 일부터 시작해서 크게는 인문계 고등학교나 4년제 대학교에 진학하는 일 같은 것들. 내가 용기가 없는 것이었을지, 아니면 용기가 없는 삶을 살도록 길들여진 건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내 인생의 전반적인 흐름은 그 메인 스트림에 가까웠다. 늘 가장 많은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곳으로 발길을 옮겨왔다.


그랬는데. 인생의 굴곡점이 있다면 보통 골인 지점 인근에 꾹 하고 크게 점을 찍는 곳에서 나는 메인 스트림에서 벗어났다. 그러니까, 결혼을 하지 않겠다고 부모님에게 공식적으로 선언한 것이다. 보통 드라마 같은 곳에서는 부모님이 밥상을 엎으면서 대노한다거나, 그것도 아니면 족보에서 빼버리겠다고 으름장을 놓는다거나 하는 것 같았는데, 나에게는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다. 부모님은 조금 섭섭해하고는 무던히 넘겼다. 아마 현실감이 없었던 모양이다. 실상은 나도 그런데, 부모님이라고 어련하랴 싶었다.


아무튼 나는 그렇게 메인 스트림에서 벗어났지만, 다른 사람들은 여전히 메인 스트림에 합류해서 물 흐르듯 흘러가고 있었다. 내 절친한 친구 하나도 이미 결혼 생활의 어느 목표 지점들을 통과해서 육아와 일 사이를 배회하고 있었고, 지인들도 하나 둘 자기 이름, 낯선 사람 이름이 왼쪽 오른쪽에 박혀있는 엽서를 나에게 슬슬 내밀어 왔다. 그리고 그중 하나가 바로 이번 주말이고.


누군가가 결혼식이 있다고 내가 분주할 일은 별로 없다. 그냥 분주해하는 당사자의 고충에 공감해주는 정도, 그리고 결혼식날 준비해서 시간 맞춰 나가는 정도만 분주하다. 더군다나 고충에 공감하기는 분주하기만 할 뿐, 그다지 실효성이 없는 리액션에 그치는 경우가 더 많다. 지치고 힘든 기색이 역력한 데다가 몸에 맞는 옷이 아니라 옷에 맞는 몸이 되기 위해서 풀떼기만 입에 쑤셔 넣어야 함에도 음식을 준비해서 사람들을 초빙한 후 청첩장을 건네야 하는 지인은 직접 보고 있으면서도 이상하리만치 현실감이 없었다. 그래서 겉만, 아니 겉도 무진장 비어있는 리액션만 단발성으로 뱉어낼 수밖에 없었다. '다음 타자는 누구!' 하고 지목된 몇몇 사람들마저도 현실감이 없어 보였으니까, 내가 겪은 그 현실감 없음은 매우 평범한 반응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 외적으로도 분주해야 했다. 내 결혼식도 아닌데 내가 그리 분주할 일이 뭐가 있겠느냐 싶었지만 실제로 분주해졌다. 자의로든 타의로든 결혼식 과정에 내가 포함이 되게 되면 어쩔 수 없이 몸을 움직이고 연습을 하는 수밖에 없다. '결혼식 과정'이라고 포괄적으로 표현하니 뭔가 대단한 역할을 맡은 것 같지만 실은 그저 축가, 그것도 일부분을 맡은 것뿐이지만.


지인이 '축가를 불러달라'라고 요청했고, 나를 포함한 다른 지인들은 너무나 손쉽게 수락했다. 결혼식의 어떤 결정들이 모두 이런 식으로 흘러간다면 아마 모두 순탄하고 편안할 텐데 왜 다들 그렇게 힘들어 못 사는 걸까 궁금했지만, 역시 이렇게 쉽게 결정되는 일은 많지 않겠지. 아무튼 쉽게 결정된 우리는 간간히 컴퓨터와 모바일을 병행하여 만나서 합창을 연습했다. 처음에는 가사를 보면서 연습해도 뭔가 어색한 느낌이 없잖아 있었는데 불과 몇 번만에 제법 그럴듯하게 노래를 해낼 수 있게 되었다. 끝에 가서는 '화음이 어색하다'느니 하는 제법 완성도에 대한 집념이 느껴지는 토론까지 하게 되었다.


하지만 결혼식은 결국 가상이 아니라 현실에서 만들어지는 일. 인터넷과 유선 상으로 결정한 그 모든 결혼식 옵션들도 결국 결혼식장에 구현되면서 완성되는 것처럼, 우리가 하는 이 축가도 결국 결혼식장 안에 구현되어야 할 유상의 것이었다. 그래서 저번 주말, 나는 그들과 함께 모여 한 시간 남짓 축가를 연습해야 했다.


근데 노래 연습하러 갔다가 급히 짠 율동 연습을 더 많이 한 느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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