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집밥기행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IHYE Dec 19. 2021

고기의 짝꿍, 파절이

고기의 짝지, 파조래기


남편은 부산 출신이다. 서울에 올라와 고깃집을 처음 갔을 때, 양파 절임만 나와서 어리둥절했다고 한다.

"이↗모↘님, 여기 파↗조래↘기는 없어요?

아주머니께서는 당연히 못 알아들으셨다. 부산에서 갓 상경한 청년은 파조래기도 없고, 자기 말도 못 알아듣는 서울이 얼마나 원망스러웠을까.


집에서 고기를 먹는 날이면 남편은 나에게 항상 이렇게 말한다.


"파조래기 할 거야?... 아니야, 그냥 김치만 있으면 되지, 뭐."


내가 귀찮아할까 봐 조심스럽게 꺼낸 말이겠지만, 차라리 그냥 파절이 해달라고 당당하게 말했으면 좋겠다.


이러한 이유로 고기가 있을 땐 집에서 파절이를 꼭 만든다.


마트에 가면 파채를 따로 팔지만 냉장고에 마침 대파가 많았던지라 파채도 직접 만들어 보기로 한다.

파의 흰 부분, 초록색 부분을 손바닥 크기 정도로 잘라 1:1 비율이 되도록 준비한다. 흰 부분은 반으로 갈라서 안에 있는 심을 제거하고 파채용 칼로 조심조심 자른다.



매운 기를 빼기 위해 찬물에 잠시 담가 둔다. 5-10분 정도 후에 물기를 제거하고 양념장을 만든다.



양념장은 고춧가루 1.5큰술, 설탕 2큰술, 소금 1작은술, 식초 1.5큰술(2배 식초는 그 절반), 참기름 1큰술, 통깨 1큰술을 넣고 만든다. 우리 집에서는 파채를 먹는 사람이 남편밖에 없기 때문에 남편을 불러 간을 보게 한다. 어느 날은 설탕이  좀 더 들어갔으면 좋겠다고 하고, 어느 날은 식초가 좀 더 들어갔으면 좋겠다고 한다. 이렇게 명확하게 알려주면 요리하는 사람 입장에서 참 편하다.



접시 한편에 파채를 가지런히 담고, 고기를 구워 같이 담아낸다.


기름장에 찍어 파채와 함께 싸 먹으며 맛있어하는 남편을 보니 파를 자르며 눈물이 찔금 나던 순간도 다 잊힌다. 맛있게 먹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이야말로 요리의 큰 즐거움이라고 생각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주말 아침엔 느긋하게 브런치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