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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집밥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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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HYE Dec 19. 2021

고기의 짝꿍, 파절이

고기의 짝지, 파조래기


남편은 부산 출신이다. 서울에 올라와 고깃집을 처음 갔을 때, 양파 절임만 나와서 어리둥절했다고 한다.

"이↗모↘님, 여기 파↗조래↘기는 없어요?

아주머니께서는 당연히 못 알아들으셨다. 부산에서 갓 상경한 청년은 파조래기도 없고, 자기 말도 못 알아듣는 서울이 얼마나 원망스러웠을까.


집에서 고기를 먹는 날이면 남편은 나에게 항상 이렇게 말한다.


"파조래기 할 거야?... 아니야, 그냥 김치만 있으면 되지, 뭐."


내가 귀찮아할까 봐 조심스럽게 꺼낸 말이겠지만, 차라리 그냥 파절이 해달라고 당당하게 말했으면 좋겠다.


이러한 이유로 고기가 있을 땐 집에서 파절이를 꼭 만든다.


마트에 가면 파채를 따로 팔지만 냉장고에 마침 대파가 많았던지라 파채도 직접 만들어 보기로 한다.

파의 흰 부분, 초록색 부분을 손바닥 크기 정도로 잘라 1:1 비율이 되도록 준비한다. 흰 부분은 반으로 갈라서 안에 있는 심을 제거하고 파채용 칼로 조심조심 자른다.



매운 기를 빼기 위해 찬물에 잠시 담가 둔다. 5-10분 정도 후에 물기를 제거하고 양념장을 만든다.



양념장은 고춧가루 1.5큰술, 설탕 2큰술, 소금 1작은술, 식초 1.5큰술(2배 식초는 그 절반), 참기름 1큰술, 통깨 1큰술을 넣고 만든다. 우리 집에서는 파채를 먹는 사람이 남편밖에 없기 때문에 남편을 불러 간을 보게 한다. 어느 날은 설탕이  좀 더 들어갔으면 좋겠다고 하고, 어느 날은 식초가 좀 더 들어갔으면 좋겠다고 한다. 이렇게 명확하게 알려주면 요리하는 사람 입장에서 참 편하다.



접시 한편에 파채를 가지런히 담고, 고기를 구워 같이 담아낸다.


기름장에 찍어 파채와 함께 싸 먹으며 맛있어하는 남편을 보니 파를 자르며 눈물이 찔금 나던 순간도 다 잊힌다. 맛있게 먹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이야말로 요리의 큰 즐거움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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