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2016년 가을, 인생일대의 이벤트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결혼.
달콤한 신혼여행을 다녀온 후부터 진정한 결혼 생활, 아니, 집들이 생활의 시작이었다. 주말만 되면 집들이 준비를 하기에 바빴다. 그리고 얼마 후엔 시아버지 생신까지 있었다. 결혼을 하고 나서 좋기도 하고 싫기도(?) 한 것이 바로 가족이 2배로 늘어났다는 점이다.
아무튼 다시 집들이로 돌아와서, '집들이'라 하면 손님들을 초대해서 음식을 대접하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떠올랐다. 배달음식도 좋았겠지만, 그 당시엔 의욕 충만했던 새댁으로서 무려 직접 차린 상을 선보여야겠다고 생각했다(요리의 '요'자도 모르면서 참 당돌한 새댁이었다).
무엇을 차릴까 메뉴를 고민했다. 손이 많이 간 티가 나면서 식탁 분위기를 살려줄 수 있는 알록달록한 그 무언가를 생각한 끝에 발견한 것이 바로 '무쌈말이'였다.
무쌈말이의 재료는 부추, 파프리카(노랑, 빨강), 맛살, 무순, 쌈무이다. 일단, 부추는 2 등분해서 끓는 물에 살짝 데친다. 양은 쌈무의 개수만큼만 필요하다. 그리고 파프리카와 맛살은 쌈무의 지름길이 정도로 자른다. 다 준비가 되면 쌈무에 파프리카, 맛살, 무순을 넣고 돌돌 말아서 데쳐 놓은 부추로 묶어준다. 리본으로 묶으면 더 예쁘겠지만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단지 말아만 줘도 풀리지 않는다.
위의 과정을 계속 반복하기만 하면 무쌈말이 완성이다. 플레이팅은 원형 접시 가운데에 허니머스터드가 담긴 소스볼을 얹고 그 주위로 빙 둘러줘도 예쁘고, 오목한 접시에 차곡차곡 쌓아도 예쁘다.
집들이를 하면 가장 먼저 빈 접시가 되는 메뉴가 무쌈말이였다. 아무렇게나 말아도 정갈해 보이는 겉모습과 다소 느끼한 음식들 사이에서 상큼한 맛을 주는 매력이 있었던 것 같다. 매주 있었던 집들이뿐만 아니라 시아버지의 첫 생신상에도 무쌈말이를 놓아 드렸더니 매우 흡족해하셨던 기억이 난다.
반복 노동(?)으로 시간이 조금 걸리는 메뉴이긴 하지만 수고스러운 만큼 식탁에서는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내는 메뉴라고 단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