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에 먹으면 안 되나요? 육전과 된장죽
얼마 전에 남편이 맛있다며 데려간 고깃집이 있었다. 고기는 물론 맛있었고, 후식 개념으로 먹는 된장죽이 기억에 남았다. 원래 된장찌개에 밥을 말아
먹는 걸 좋아해서 그런지 더 마음에 들었다. 그런데 고기와 된장죽을 같이 먹으면 더 맛있을 것 같았다. (맛있는 건 맛있는 거랑 같이 먹어야 한다는 게 쩝쩝박사인 나의 음식 철학이다)
문제는 둘 다 따뜻할 때 먹고 싶다는 것이다. 요리 시간을 아끼면서 두 가지 음식 모두 따뜻하게 먹을 수 있게 요리 순서를 짜 봤다.
우선, 육전과 같이 먹을 파채를 가장 먼저 만들었다.
파채 만들기 레시피는 여기에.
다음으로, 된장찌개에 들어가는 재료인 애호박, 양파, 두부, 대파를 잘게 썬다. 집에 감자가 없어서 못 넣었는데 있다면 같이 잘게 썰어 둔다. 냄비에 넉넉하게 물을 넣고 멸치육수를 낸다.
육수가 끓을 동안 육전용 소고기(200g)를 키친타월을 이용해 핏물을 살짝 제거하고 후추와 소금으로 밑간을 해 둔다.
다시 된장찌개로 돌아가서, 물이 끓으면 잠시 후 멸치를 건져내고, 평소처럼 된장을 풀어준다. 대파와 두부를 제외한 재료를 모두 넣고 끓인다. 여기에,
다진 마늘
고추장
고춧가루
멸치액젓
을 추가로 넣으며 간을 본다. 위 양념을 넣으면 맛이 더 풍부하고 깊어진다.
그러고 나서 밑간 한 소고기를 부침가루-달걀물 순서로 입혀서 기름을 두른 프라이팬에 부친다. 소고기는 빨리 익으므로 중간 불에서 서서히 부치는 게
좋다.
육전이 익어가는 동안, 두부와 대파를 넣고 한 번 더 팔팔 끓여준 다음, 뚝배기에 된장찌개를 각각 담고 밥을 넣어서 또 끓인다. 밑이 눌어붙지 않도록 가끔씩 저어준다.
그럼 이렇게 육전과 된장죽 모두 김이 모락모락 나고, 따끈따끈하게 먹을 수 있다. 된장죽에 양념이 다양하게 들어가 있기 때문에 별다른 반찬 없이도 맛있게 먹을 수 있다.
요리할 때는 수고스럽고 우왕좌왕 정신이 없긴 하지만, 조금만 신경 쓰면 음식을 따뜻하게 먹을 수 있어서 그 수고조차 감내하게 된다. 따뜻하게 먹으면 맛도 있지만, 내 자신을 위해준다는 느낌이 들기때문이다. 내가 나에게 따뜻한 한 끼 대접하는 것이야말로 자존감을 높이는 가장 쉬운 방법 중의 하나가 아닐까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