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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규뉴 Oct 14. 2023

'일어나길 잘했다'는 느낌

가끔 늦잠을 자겠지만, 나는 계속해서 새벽 운동을 위해 일어날 것이다

여행 후 일상 바로잡기, 쉽지 않다


10월이 시작되자마자 14시간을 비행해 늦은 여름휴가를 다녀왔다. 코로나19를 생각하더라도 너무나 오랜만의 비행이었고, 긴 비행 시간을 버티는 일 또한 더욱 오래된 기억이었다. 여행지에서 어떻게든 시차를 극복하고자 바깥으로 나돌았던 것과는 반대로, 열흘 뒤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거의 몸살처럼 드러누웠다. 귀국해 저녁으로 남편과 닭강정에 맥주를 마시며, '내일은 오랜만에 뛰러 나가야겠어'라고 말했던 사람은 누구지? 나는 다음날도, 그다음 날도 일어나는 데 한껏 죽을 쒔다.


일어나고 싶어! 와 좀 더 자면 어때~ 의 싸움, 익숙하다. 하지만 그때의 나는 일어나고자 하는 의지가 자고 싶다는 의지보다도 몇 배는 더 강해 한나절을 졸더라도 일단은 늘 벌떡 일어나곤 했지만, 며칠간의 나는 아니었다. 평소와 같이 알람을 듣고 일어나 시간을 본 뒤 마치 누가 이런 걸 세팅해 두었냐는 듯 꺼버렸다. 두 번 세 번에 걸쳐 알람을 다시 맞췄지만 결국 나를 깨운 건 남편이었다. 이래선 안된다며 겨우 일어나 운동복을 갖춰 입고 러닝머신에 올라탔지만, 열흘이 넘게 운동을 하지 않았던 몸뚱이는 어찌나 나약한지, 심장이 제멋대로 고속도로를 달려가는 듯이 뛰었다. 시작이 반이지 뭐! 20분 만에 러닝머신에서 내려온 나는 체육복바람으로 다시 침대로 다시 돌아가 나머지 쪽잠을 청했다.


일어나는 게 싫어졌다. 새벽 4시 30분에 마치 공익광고의 어린이처럼 웃으며 일어나던 그 사람은 누구였지? 애초에 난 왜 그런 말도 안 되는 공약을 하며 스스로가 바뀔 수 있을 거라 생각한 걸까? 30대 중반이 되어 겪는 시차 적응이란 너무나 혹독했다. 웃기게도 이때 생각한 사람들은 손흥민, 이강인... 과 같이 유럽과 한국을 오가는 축구 선수들이다. 이제부터 나는 그들을 위인이라 부를 수 있을 것 같다.


도저히 이렇게는 안돼! 집에만 있으니 핑곗거리가 속절없이 늘어나는 것 같았다. 다행히 출근 이틀 만에 주말이 돌아왔다. 이번에야말로 기회다. 나는 야외 운동을 통해 사이클을 되돌리기로 했다.


일단, 밖으로 나가기


새벽 4시 40분, 알람소리에 일어났다. 4시 40분에 일어난 이유는 스스로가 굳이 4시 30분을 혹독하게 고집하지 않는 이유도 있으며, 집 앞을 지나가는 첫 버스가 4시 40분 기상을 기준으로 15분 뒤에 도착하기에 그 정도면 조금 여유를 부려도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일어나자마자 휴대폰 속 버스 도착 어플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며 거울도 제대로 보지 않은 채 옷을 갈아입었다.


어떻게 요 며칠간 새벽 운동을 포기할까 고민할 정도로 기상에 힘들어했던 내가 '뛰자'라는 생각 하나도 이렇게 쉽게 일어날 수 있는 걸까? 스스로가 생각해도 우스울 정도였다. 일단 새벽에 나갈 땐 각종 단장을 통해 꾸미지 않아도 되고, 일단 '나가기만 하면' 모든 게 해결되기 때문인 것 같다. 집에서 운동을 할 땐 다시 침대로 돌아갈 수 있는 기회가 너무나 많기에 오히려 굳은 의지가 없으면 더욱 쉽게 포기하게 된다. 같은 이유로 내겐 헬스장도 의지가 필요한 장소이다. 헬스장까지 가기 전의 나는 누구보다도 생각이 많아지니까. 하지만 바깥 운동은 다르다. 뛰기 싫으면 걷기라도 하게 되는 게 야외 운동이니까.


5시도 되지 않아 탑승한 버스는 늘 놀랍다. 내가 버스를 탄 시간이 몇 시인지 다시 확인해야 할 정도로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 게을러지고 싶어질 때는 첫 차를 타라! 이런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세상에는 내가 모르는 사이 부지런히 움직이는 사람들이 잔뜩 있으니까. 이런 감정은 자가용이 아닌 뚜벅이로 다니는 사람들만이 가질 수 있다. 내가 만약 운전을 했다면 좀 더 빨리 운동 장소로 이동할 수 있었겠지만, 그때 갖는 감정은 좀 더 개인적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나는, 열흘간의 여행, 그리고 3일간의 수면과의 싸움을 뒤로하고 드디어 다시 운동을 위해 새벽 일찍 일어났다.


해 뜨지 않은 새벽에 해 뜨길 기다리며 운동하기


내가 가진 스마트 시계가 가진 기능 중에 일출과 일몰 예정 시각을 표시해 주는 기능이 있다. 해가 뜨기 전에는 일출 예정 시각을, 해가 뜬 뒤에는 일몰 예정 시각을 알려주는 식이다. 나는 무심결에 그 시각을 확인하며 계절이 바뀌는 것을 깨닫곤 한다. 6시 전부터 밝아지던 여름이 지나 이젠 6시 30분 하고도 몇 분이 더 지나야 해가 뜨는 것이다. 운동을 시작하려 보니 아직 해가 뜨려면 한 시간 넘게 남아있었다. 새벽보단 밤에 가까운 시각에, 달리기 시작했다.


5시 30분의 한강은 언뜻 듣기에 조금 위험할까 싶었지만, 놀랍게도 나는 혼자가 아니었다. 운동하러 나온 노부부, 건너편에서 오는 또 다른 러너들. 15분가량 지나 다리 밑을 뛰고 있자니 그 시각까지 술을 마시던 대학생들, 그리고 시시각각 다니는 순찰 차량까지. 그 시간의 한강은 오히려 비슷한 시각에 뛰러 가곤 했던 여의도공원보다도 안전한 듯한 느낌이 들었다. 주변은 어스름했지만, 내 마음은 점점 밝아지고 있었다.


새벽 운동은 왜 이렇게 기분이 좋은 걸까? 일어나기 힘들다는 조금의 불편함을 제외한다면, 운동을 끝내고 난 뒤 비로소 두 눈에 제대로 담는 아침은 누구보다도 활기가 넘쳤다. 한 시간이 조금 넘긴 시각, 11km의 러닝을 끝내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10월 중순의 새벽 6시 30분은 여전히 해가 뜨지 않았다. 일출처럼 마음이 고무되는 것을 느꼈다.


다시 시작하는 새벽 운동


습관을 들이는 것은 어렵다. 이번에 다시금 깨달았다. 그렇게 오랜 시간 공을 들여 마음을 다잡고, 익숙해지려 노력했음에도, 피곤함과 피로함에 맞닥뜨리는 순간 제일 먼저 갖게 되는 감정은 '좀 쉬자'가 아닌 '관둘까?'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번의 유혹에 굴복한 뒤 마침내 새벽 운동을 끝낸 나의 감상은 '역시 일찍 일어나길 잘했다.'라는 것이었다. 이 뿌듯함을 잠시 잊었다는 이유만으로 쉽게 '이제 그만해야지'라고 생각하고 마는 것은, 잠깐 쉬었다가 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는 것보다 지금까지 노력한 일들을 '있었던 일'로 치부하는 것이 더 쉬운 일이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럼 다음날 또 일어나지 못하는 스스로에게 좌절하지 않을 수 있으니까.


잠시 멈추었던 습관을 다시 시작하는 방법은, 스스로의 의지를 믿는 것이 아니라, 남에게 자극을 받는 것이었다. 가까스로 일어나 우선 밖으로 나간 뒤, 나와 비슷한 시간에 일어나 운동하는 다른 사람들을 보면서, 또는 굳이 운동을 하지 않더라도 소기의 목적을 위해 부지런히 움직이는 이들을 보는 것이었다. 그리고 동시에, 그 무리에 섞여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면, 나도 모르게 잠깐 놓친 습관을 바로잡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러자 마침내, 잠시 잊었던 새벽 기상의 뿌듯함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1시간 여를 흘린 땀방울 끝에, 나는 오늘 다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앞으로도 잠시 멈추는 일이 있겠지만, 그때도 난 다시 시작할 것이다. 지금과 같은 방법으로. '일어나길 잘했다'는 뿌듯함을 가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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