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을 재우러 들어가는 시간은 8시 30분, 위기가 온다. 새벽 기상으로 인해 업무 시간에 졸음이 밀려오거나 유달리 피로하거나 하진 않지만, 확실하게 느끼는 영향은 밤 시간을 버티기 어렵다는 것이다.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나지 않았을 때, 나의 자유시간은 보통 아이들이 자러 들어가기 시작한 8시 30분부터 시작되었다. 대부분의 경우는 운동을 했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미뤄둔 TV프로그램을 백색소음처럼 틀어놓고 멍하니 휴대폰을 매만지며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약 2시간을 보낸 뒤 잠이 들었다.
하지만 기상시간이 빨라진 지금, 나는 10시를 넘기기가 무섭게 잠자리에 들 준비를 한다. 그러다 보니 저녁의 내 자유시간은 1시간을 겨우 넘기는데, 새벽에 운동이라는 하루의 유닛을 끝내 놓은 덕에, 2시간 정도의 자유시간이 있던 지난날들보다 오히려 여유가 생겼다. 나는 이 시간 동안 멍하니 휴대폰을 보기보다는 이북을 읽거나, 습관 일기를 정리하거나, 휴대폰 영어 학습 앱을 하는 등 좀 더 유의미하게 보내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내 일과의 1순위는 늘 운동이었다
고3부터 운동을 했다. 대부분 내 운동의 목표는 1차원적이었다.
다이어트.
대부분의 경우는 운동과 함께 했음에도 별로 이루어지지 못했다(당연하다, 다이어트의 9할은 식이에 달려 있으니까). 나는 아주 많은 세월을 적당한 식이를 하는 것에 실패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운동만은 놓지 않았다. 새벽이든, 저녁이든, 일주일에 3번 이상을 틈을 내 운동을 했다. 나의 많은 스케줄들이 운동에 밀려나기도 했지만, 그 반대의 경우도 많았다. 운동이 다른 스케줄로 인해 밀려날 때면, 나는 마치 잘못을 저지른 것마냥 죄책감을 갖곤 했다.
전문 체육인이 되지는 못했지만, 운동에 어느 정도의 시간을 투자하는 직장인으로서, 나는 상당한 시간을 운동을 내 어느 타임라인에 넣을 것인가를 고민해 왔다. 그리고 마침내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나는 것'으로 내 운동 시간을 확정했다. 항상 언제 운동을 하면 좋을지 고민해 왔던 사람이 새벽 기상을 꾀한다? 그렇다면 일어나서 제일 먼저 할 일로 꼽는 것은 당연히 운동이었다.
하고 싶은 것, 해야만 하는 것이 사라지자, 시간을 내 할 수 있는 일들이 보였다
'운동을 하고 싶어!' 이 소망은 내가 망설임 없이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나는 것을 도왔다. 한때 붐이었던 자기 계발 도서 <미라클 모닝>에서도 아침 기상을 수월하게 하기 위해서는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뚜렷한 목표를 갖자, 밤에 일찍 자야 하는 것, 또는 밤에 맛있는 것을 먹으며 좀 더 오랜 시간을 보내지 못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사라졌다. 도합 한 시간 반 정도의 운동이 끝나면 새벽 6시가 되고, 나의 아이들이 일어나면서 나는 운동 종료와 동시에 육아 모드에 돌입해야 한다. 예전이었다면 아이들의 소리가 들려도 애써 모른 체 하며 6시 30분까지 침대 이불속에 있었을 것이다(당연하다. 그때 일어나도 절대 지각이 아니니까). 하지만 이제 나는 그렇지 않다. 아이들은 운동을 끝마치는 엄마를 기다리고, 나는 그런 아이들이 서운해하지 않게 평소보다 좀 더 부드러운 어투로 아침식사를 준비한다.
저녁 시간도 여유롭긴 마찬가지다. 어떻게든 아이들을 재운 뒤 '뭐라도 해볼라꼬' 했던 초조함이 사라졌다. 아이들이 빨리 자야 1분이라도 빨리 운동을 할 텐데, 또는 남편이 아이들을 재우러 들어가야 내가 야외 운동이라도 해볼 텐데 하는 꿍꿍이가 사라졌고, 자연스레 소리를 지르는 일도 줄어들었다. 대신 아이들이 자고 나면 읽고 싶은 책들, 또는 미뤄 뒀던 공부들을 머릿속에 차분히 정리했다. 육체적 활동에 대한 압박에서 벗어나자 인풋에 대한 욕심이 늘었고, 나는 최근 들어 독서량과 개인 공부량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오전에는 아웃풋, 오후에는 인풋
'오전에는 아웃풋, 오후에는 인풋'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오전에는 문제집 풀기, 운동, 글쓰기 등 역량을 활용한 활동을 하는 것이 효율이 좋고, 오후에는 독서, 뉴스 보기 등 정보를 흡수하는 활동을 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나는 그 이야기를 굉장히 인상 깊게 받아들였다. 오전에는 생산성 있는 활동을 하고, 오후에는 편안히 지식을 습득하는 것. 그렇게 '오전의 아웃풋'을 위해 새벽 운동을 시작한 것이고. 그 효과는 놀라웠다.
무엇보다도, '해보자 하는 욕구'가 생겼다. 의욕 없이 할 일을 미루는 대신, '이것도 해볼까? 저것도 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고 계속해서 구상을 했다. 종류는 다양했다. 여러 가지 종류의 책을 읽기도 하고(이북을 통해 다양한 책을 속도감 있게 읽을 수 있는 게 도움이 많이 됐다), 다루어 보지 않던 종류의 컴퓨터 프로그램을 좀 더 깊이 있게 공부해 보기도 했다. 오전에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이 좀 더 많아지자, 아이들과 공부하는 시간도 많아졌다. 그전에도 아이들의 공부를 봐주고 있긴 했지만 어딘가 항상 시간에 쫓겼고, 나 혼자 동동거리며 아이들을 다그치곤 했다. 하지만 나의 기상이 빨라지면서 오전의 컨디션도 좀 더 빨리 회복했고, 그만큼 마음의 여유가 생기자 언성을 높이는 일이 줄어들었다.
조금 일찍 일어났을 뿐인데
오전 4시 30분에 일어나 오후 10시경 잠이 든다. 이전에는 오전 6시 10분 즈음 일어나 10시 30분~11시경 잠자리에 들었으니, 활동 시간 자체의 큰 차이는 많지 않은 것이다. 그럼에도 스스로 시간을 좀 더 촘촘히 쓰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아마 저녁을 보내는 시간이 한 시간이나 줄었기 때문에, 잠 자기 전 한 가지라도 더 하고 싶은 마음에 계속 궁리를 하기 때문인 것 같다. 잠시 쉬더라도 휴대폰으로 책을 보거나 마사지를 한다. 멍하니 보내는 시간이 현저히 줄었다. TV를 보며 시간을 보낼 바엔 차라리 양질의 수면을 빨리 택하겠다는 심산이다.
이런 마음가짐이 가능하다니. 물론 아직은 습관이 자리 잡고 있는 중이기에 속단하기는 쉽지 않지만, 내 속에서 무언가가 크게 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