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 자거나, 덜 놀거나, 덜 쉬거나

운동시간 짬 내기

by 규뉴

운동을 일상화하면서 생긴 습관이 하나 있다. 그건 바로 운동 시간 확보하기. 대부분의 운동을 자율적으로 하는 나는, 운동시간은 항상 의식적으로 비워 두곤 한다. 저녁 일정이 있을 땐 아침 일찍 일어나 미리 운동을 하기도 하고, 늦은 시간 일어나 아침에 미처 운동을 하지 못하면, 저녁에 집에 돌아와 운동을 하기도 했다. 회사와 육아를 병행하면서 운동할 시간도, 쉴 시간도 확보하기가 어려운 요즘은, 아예 스스로 운동 쉬는 날을 정해 약속을 쉬는 날에 맞춘다.


운동을 일상화하기 위해 내가 선택한 방법은, 바로 하루 일과로서 제일 먼저 운동을 하는 것이었다.

나는 운동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계속 운동 얘기를 하면서 좋아하지 않는다는 말도 계속하는 것이 웃기다). 하기 싫은 일을 미루어두면 더 하기 싫어진다. 그럴수록 제일 먼저 해치워두면 속이 편해진다.

20대에는 거의 항상 새벽에 운동을 했다. 눈을 뜨면 잠옷바람으로 헬스장에 갔다. 아침 운동을 끝내고 나면 내가 세상에서 제일 대단한 사람처럼 보였다. 필라테스, 방송댄스 등 센터 운동을 시작했을 때도 나는 종종 아침 운동을 나가곤 했다. 그렇게 미리 운동을 해 두고 나면 오후에 할 운동에 대한 부담이 한결 덜어졌다. 자전거 라이딩을 시작했을 땐, 빠르고 신속하게 한강으로 빠져나가기 위해 일부러 한강 근처의 오피스텔로 이사를 가기도 했다. 모두가 잠든 새벽, 장비를 껴입고 10분 만에 자전거 도로에 진입하는 그 느낌이 좋았다.


미혼일 때도, 결혼했을 때도 새벽 운동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일어날 수만 있다면! 새벽 운동은 항상 자신과의 싸움이었다. 운동... 할까? 그냥 하지 말까? 너무 힘들고, 졸린데. 나의 오랜 경험으로 비추어 볼 때, 그런 증상은 운동 장소가 멀면 멀수록 강해졌다. 그래서 나는 새벽에 운동하겠다는 의지가 약해질수록 운동 장소를 더욱 가까운 곳으로 바꾸었다. 걸어서 5분의 헬스장, 오피스텔 지하의 헬스장, 아파트 계단, 또는 그냥 홈트레이닝. 나에겐 운동 종류보다는 그저 운동하겠다는 의지가 가장 중요했으니까.


아이를 낳으면서, 새벽 운동에 대한 위기가 왔다. 아이가 하나일 때는 아득바득 체력을 긁어모았지만, 아이가 둘이 되자 긁어모을 체력마저도 없다는 것을 느꼈다. 나의 아이들은 모두 나를 닮아(?) 새벽형 인간이었다. 첫째만 있을 땐 아이의 기상시간인 새벽 5시 30분에 내가 먼저 아이를 보다가 남편이 6시쯤에 일어나면 남편에게 아이를 맡겨놓고 아파트 계단을 30분 정도 오르는 운동을 했다. 아이 둘이 되었을 때도 비슷한 스케줄을 유지해 왔지만, 아이 둘이 있는 상태에서 복직을 하게 되자 아침잠이 예전보다 더욱 간절해졌다.


운동 시간을 바꾸는 것에는 스스로의 반감이 매우 컸다. 우선, 나는 새벽 운동을 거의 광신도처럼 신뢰했다. 아침에 운동을 끝낸 후 출근했을 때는 그렇지 않을 때와 비교했을 때보다 자존감과 자신감이 훨씬 높았다. 그에 비해 저녁 운동을 할 때는, 내가 오늘 했어야 할 일을 저녁으로 미루었다는 죄책감에 하루를 마치 낭패 본 것만 같았다. 마치 집에 휴대폰을 놓고 와서 얼른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것 같은 느낌. 그래서 처음 저녁 운동을 하겠다고 마음먹은 후에도 꽤 자주 운동을 빼먹었다. 운동시간을 남겨두고 소파에 한껏 늘어진 채 남편을 바라보며 말했다. "역시 나는 새벽 운동이 좋아. 오늘 운동은 쉬고 내일 새벽에 일어나서 해야겠어." 하지만 끊임없는 육아와 회사 일로 지칠 대로 지친 나는, 결국 나의 체력과 타협했다. 그리고 마침내 운동기구(이른바 마이 마운틴)를 집 안에 들이게 되었다. 왜냐하면 저녁에 운동하러 나가는 건 정말 싫으니까.


아이들을 재우고 고요해진 저녁, 몸에 있는 모든 힘을 빼고 침대와 한 몸이 되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집안일할 힘도 없는데, 운동할 힘이 생길까? 그럴 때마다 몸을 추슬렀다. 그래, 집안일은 내버려 두고 일단 운동을 하자. 그렇게 몸을 일으켜 한 시간 정도 움직이고 나면 신기하게도 기운이 났다. 아직까지도 저녁 시간을 운동에 할애하는 것은 적응 중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질 것이다.


예전처럼 새벽에 운동하지는 못해도, 또는 매일매일 운동할 시간을 확보하지는 못해도, 나는 그렇게 주변의 변화에 맞추어 운동 시간을 만들어 내고 있다. 덜 자거나, 덜 놀거나, 덜 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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