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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피해망상

by 볼우물

그녀는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었다.

거리에 나가면 운전석의 모든 차주들이 다 그녀를 노려보았다.

자동차의 헤드라이트는 누군가의 눈동자처럼 그녀를 매섭게 쏘아보았다.

웃고 떠드는 남고생들은 그녀의 옷차림을 보고 웃는 것이었다.


모든 것이 두려웠다.


편의점에만 가도 한참 물건을 고르는 그녀를 향해 눈치 주는 점원이 있을 것이었다.

식당에 가면 ‘언제 다 먹나'하며 초 단위로 시간을 재는 아주머니가 있을 게 뻔했다.

지나가는 고양이마저 그녀를 피해 다닐 것이고

곳곳에 심긴 나무들은 그녀가 걷는 길을 향해 이리저리 팔을 휘두를 것이다.

그녀는 자신이 세상에서 완전히 배제된 사람이란 걸 알고 있었다.

조금만 기다리면 분홍 잎들이 흩날리는 완전한 봄이 올 텐데

그 순간에도 자연은 그녀만을 쏙 빼놓고 봄 축제를 즐기리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녀는 더 이상 밖으로 나갈 수 없었다…


언젠간 깨닫겠지 자신이 세상을 배제시키고 있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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